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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교수진들의 생활 속 발견이 권위 있는 세계 연구들 사이에서 ‘최초’란 타이틀로 주목받고 있다.
김상연 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인간의 눈처럼 초점 변화가 가능한 인공수정체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김 교수는 음식물 보관에 쓰이는 랩에서 인공수정체 아이디어를 얻었다. 연구팀은 랩 안의 분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온도를 저하시켜 유연성을 부여하고 전압을 가하면 랩이 변형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초점이 자동으로 변하는 800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초박막 인공수정체 개발에 성공했다. 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인공수정체는 원하는 대로 형상이 변화하며 사람의 눈보다 초점거리를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가소제에 소량의 폴리염화비닐 고분자를 넣어주면 고분자의 얽힘에 의해 ‘젤(Gel)’ 상태가 되는 현상을 확인하고, 이 가소제 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가변성 인공수정체를 만들었다. 광학적 구조 연구로 인간의 눈보다 초점거리를 더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수정체를 개발한 것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홀로그램이나 초소형 내시경 등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전망이다. 김 교수는 “초점 가변형 초소형 인공수정체는 일반 로봇뿐 아니라 초소형 비행 로봇에 장착돼 넓은 재난 현장을 빠짐없이 정찰할 수 있다”며 “렌즈 크기 때문에 더 작게 만들기 어려웠던 내시경에도 적용 가능해, 기존 내시경으로 보기 어려운 부위까지 통증 없이 관찰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융합파이오니아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남병욱 코리아텍 에너지신소재화학공학부 교수와 배진우 버클리대 박사, 신은재·최동수 코리아텍 박사과정 학생이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 성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포스텍에선 바닷속 홍합에 착안한 연구가 나왔다. 차형준 포스텍 교수연구팀은 홍합을 이용해 의료접착제를 만들었다. 홍합은 바닷속의 바위와 같은 젖은 고체 표면에 단단히 달라붙기 위해 접착 단백질을 생산해 분비한다. 홍합의 접착 단백질은 물속에서도 접착이 가능할 정도로, 현재 알려진 어떠한 화학합성 접착제보다 강한 접착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앞서 2015년 이 접착 단백질로 의료용 봉합실을 대체할 수 있고 인체 거부반응이 적은 접착제를 개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당시 개발한 접착제에 인체 조직으로부터 추출한 ‘프로테오글리칸’(뼈에 있는 유기성분의 15%를 차지하고, 콜라겐 섬유 형성에 관여하는 성분)을 결합하는 연구를 통해 단순 접착기능 외에 재생 및 흉터 예방 기능 등 치유 기능까지 갖춘 새로운 접착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상처치료와 흉터 예방 등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갖춘 접착제가 개발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의료접착제를 실험용 쥐의 피부 상처 부위에 바른 결과 아무 처리도 하지 않은 상처에 비해 회복 속도가 빨랐고 흉터 역시 정상적인 피부조직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특허를 출원했으며, 바이오 소재 분야 권위지인 ‘바이오머티리얼스(Biomaterials)’에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차 교수는 “해양 생명자원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상처 재생 기능과 흉터 억제 기능을 동시에 갖춘 혁신적인 의료접착제를 개발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으며, 앞으로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도록 상용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물 보관 랩·홍합 보며 ‘유레카!’…기발한 교수들
- 코리아텍 김상연·포스텍 차형준 연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