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풍선 ‘해피벌룬’ 찾는 N포세대 “잠시라도 아무 생각 안 할래”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5.23 11:10

-아산화질소 넣은 ‘일시적 환각제’…중독성 없어 마약류 지정 안 돼

  • 서울 종로구 A 술집에서 공무원준비생 지한솔(26)씨가 해피벌룬 기체를 마시고 있다. /손현경 기자
    ▲ 서울 종로구 A 술집에서 공무원준비생 지한솔(26)씨가 해피벌룬 기체를 마시고 있다. /손현경 기자
    “처음 기체를 흡입하자마자 숨이 턱하고 막혀요. 생각이 정지 되고요.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몸이 붕 뜨는 것 같아요. 코를 막고 하면 효과는 배가 돼요.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면 한 30초 정도 졸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그 자체를 즐기는 거죠. 솔직히 요즘 뭐 재미있는 게 없잖아요.” (지한솔·26ㆍ서울 종로구·공무원준비생)

    “마약을 하면 이런 환각에 빠지는 건가 싶어요. 친구한테 물어보니 제가 3분 정도 실실 웃으며 잤대요. 잠깐이라도 취업 걱정 없는 순간이 생기니 또 하고 싶어요.” (김상경·25·서울 마포구ㆍ취업준비생)

    최근 N포세대들에게 ‘해피벌룬’이 인기다. 해피벌룬은 풍선 안에 들어 있는 기체를 마시면 웃음이 나고 행복해진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학가 술집을 비롯해 홍대 클럽 일대에서 4000~5000원에 쉽게 살 수 있다. 축제가 한창인 요즘은 외부인이 캠퍼스 안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기자는 지난 16일 서울 K대 축제를 찾았다.

    N포세대들이 해피벌룬을 찾는 이유는 ‘일시적 몽롱함’을 느끼고 싶어서다. K대 축제서 해피벌룬을 이용했던 김현우(가명·23)씨는 “서류평가와 면접에서 계속 탈락에 우울했는데, 해피벌룬을 하고 술을 한 모금 마시니 갑자기 술 20잔은 마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던 기분이 순간적으로 멈춰지고 머릿속이 하얘졌다”고 말했다.

    해피벌룬에 쓰이는 기체는 아산화질소로 치과 마취제 등으로 사용된다. 아산화질소는 원래 정신과와 치과 등에서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기체다. 피터 나젤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아산화질소가 중증 우울증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2014년에 발표하기도 했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의 임영수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아산화질소는 병원에서는 반드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취급해야 한다”며 “전신마취를 할 경우에 아산화질소를 다른 흡입마취제와 같이 사용하면 마취 유도가 빨라지고 흡입마취 용량을 줄일 수 있어 마취보조제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반인이 아산화질소를 흡입할 경우 문제점이 나타날 수도 있다. 임 교수는 “아산화질소를 급격하게 많이 흡입할 경우 체내 산소 농도가 떨어져 질식, 호흡곤란, 기억상실 등의 부작용과 이에 따른 이차적 외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치과 전문의들 역시 이산화질소를 급격하게 다량으로 흡입하면 신경장애와 백혈구 감소로 인한 악성빈혈을 가져올 수 있으며 술과 같은 알코올을 병용하면 심각한 문제를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위험성에 해외에서는 아산화질소 사용을 법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의료용 식품첨가물 등 허가된 용도 외의 아산화질소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성행하는 해피벌룬 등 아산화질소 오남용에 대한 국내 규제는 아직 없는 상태다. 아산화질소가 마약류로 분류되지 않아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2011년부터 새로 발견되는 환각용 물질을 임시마약류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산화질소는 중독성이 없어 마약류 지정을 현재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아산화질소가 남용된다면 마약류 관리법 등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