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눈이 너무 가려워요”… 미세먼지에 아이 눈도 ‘몸살’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5.19 12:09

-미세먼지 노출만으로도 눈 건강 해친다는 연구 결과 나와

  • 조선일보 DB
    ▲ 조선일보 DB
    #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들을 둔 주부 이진화(36·경기도 고양)씨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던 이달 초, 자고 일어난 아이의 눈을 보곤 깜짝 놀랐다. 간지럽다며 비벼대는 아이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빨갛게 충혈된 눈 사이에 눈곱이 잔뜩 껴 있었다. 곧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다음날 아이 눈은 퉁퉁 붓기 시작하더니 이내 다래끼가 올라왔다. 이씨는 “아이가 미세먼지로 인한 기침·콧물이 멈추지 않아 이비인후과에 다녀온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안과에도 가봐야 할 거 같다”며 “앞으로 이 먼지 속에 아이를 키우려니 엄마로서 정말 답답하고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연일 미세먼지 예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씨처럼 자녀의 안구 건강을 걱정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 시 반드시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를 착용해 기관지 질병을 막고 있지만, 눈은 무방비 상태로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생 딸을 둔 이우진(38·서울 마포구)씨는 지난 5월 연휴에 나들이를 갔다가 아이가 결막염에 걸려 지난 일주일간 고생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그간 외출을 삼가던 중에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와 함께 오랜만에 근교로 나갔어요. 물론, 미세먼지용 마스크도 잘 착용했죠. 그런데 바로 다음날부터 토끼 눈처럼 빨개지더니, 결막염 진단을 받았네요. 이 모든 게 미세먼지 때문인 것 같아 아이와 외출하기 겁나요.”

    실제로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안구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송종석·엄영섭 고려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연구팀은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물질 중 하나인 이산화타이타늄을 활용한 동물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동물을 닷새 동안 하루에 두 번씩 2시간 간격으로 미세먼지에 노출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안구표면의 손상을 나타내는 각막 염색지수를 비교·분석했다. 그러자 미세먼지에 노출되지 않은 실험동물의 각막 염색지수는 평균 1인 반면, 미세먼지에 노출된 실험동물의 각막 염색지수는 평균 3으로 손상도가 3배에 달했다.

    아울러 미세먼지는 안구 손상뿐 아니라 림프절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에 노출된 실험동물은 염증반응으로 인해 림프절 크기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1.4배까지 증가했다.

    송종석 교수는 "눈은 외부에 직접 노출되는 신체 부위기 때문에 반복해서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손상이 심해질 수 있다"며 "진단과 치료는 물론 예방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한영근 서울대보라매병원 안과 교수 역시 “미세먼지로 인한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아이들의 시력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어 사전예방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기예보를 확인해 미세먼지와 황사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삼가야 해요. 외출 후에는 현관 앞에서 옷을 털고 귀가 후 바로 샤워를 해 미세먼지, 꽃가루 등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제거해 줘야 하고요. 눈이 가렵다고 눈을 만지거나 비벼서는 안 돼요. 곧장 안과에 내원해 그에 맞는 처방을 받는 게 좋습니다. 평소 인공눈물을 사용해 눈을 건조하지 않게 해주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