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부모도 자녀교육은 어렵더라… 인성교육 어떻게?
오선영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5.1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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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자녀교육은 정말 누구도 풀기 어려운 지상 최고의 난제일까.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TV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출연 중이었던 연습생 하민호가 불미스러운 일로 하차했다. 미성년자인 팬에게 부적절한 내용의 SNS 메시지를 보내 물의를 빚었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온라인에 과거 사생활에 대한 폭로성 글이 연달아 올라오면서 논란이 됐다. 결국 하민호는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소속사와의 계약도 해지했다.

    지난 2월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Mnet ‘고등래퍼’ 참가자였던 장용준이 ‘조건 만남’을 암시하는 SNS 대화 내용, 학교 폭력 가해자 의혹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것. 당시 장용준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반성의 메시지를 남기면서 일이 일단락됐지만, 최근 Mnet의 또 다른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에 지원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비슷한 점은 또 있다. 두 사람의 연관 검색어엔 모두 ‘아버지’가 뜬다. 하민호의 아버지는 명문인 Y대 교수, 장용준의 아버지는 현직 국회의원이다. 고학력의 엘리트 부모를 둔 이들이 잇달아 인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학부모 커뮤니티 등에선 “자녀 교육은 정말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자식 일은 장담할 수 없다더니 정말 그렇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초등 3학년 자녀를 둔 김은정(39·서울 강서)씨는 “‘돈이 더 많고 사회적 지위가 있으면 자식 키우기 쉬울 텐데⋯’라고 생각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며 “어떤 게 현명한 교육 방법인지 더 고민해야겠다”고 말했다. 중 3 자녀를 둔 이지은(45·서울 마포)씨는 “인성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살다 보면 아무래도 ‘건강’이나 ‘성적’보다 뒤로 밀리게 마련”이라며 “사실 인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성교육은 비용 들이지 않고 가정에서 어느 부모나 실천할 수 있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게 아니라 아이 감정과 욕구를 수용해 주면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많이 할 때 공감력, 자기조절력, 사회성 등 인성 요소가 발달한다. 송지희 부모력연구소장은 “무엇보다 부모가 원칙을 가지고 자녀를 키워야 한다. 특히 자신에게 해로운 행동은 남에게도 해롭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게끔 명확한 원칙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남을 보호하고 자신도 지킬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란다”고 설명했다.

    송 소장은 또 “‘수용’과 ‘무조건적 허용’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수용은 아이의 욕구와 감정을 무조건 받아주는 거예요. 사람이 살아가는 한 욕구와 감정은 있게 마련이죠.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가 ‘네가 그렇게 느낄 만해’라고 아이 감정을 충분히 받아주고 이해해줘야 해요. 그 과정에서 아이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력’을 배우게 되죠. 다만, 이러한 ‘수용’과 어떤 행동을 무조건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분명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네가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게임을 계속하면 네가 해야 할 일을 못하고 건강까지 해치게 되니 규칙을 정해서 하자’는 식으로 아이를 설득하는 거죠. 어렵더라도 부모가 원칙을 지켜야 아이가 자기조절력 등을 키울 수 있습니다.”

    부모가 살아가는 태도도 아이 인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남을 보고 배우는 ‘모델 학습’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 행동을 가장 많이 닮는다. 평소 자녀를 올바르게 키웠다고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학부모 강은미(가명·55·서울 강남)씨는 “어릴 때부터 아이 인성 교육에 무척 신경 썼다. 사실 아이가 자라면서 주위 환경 상 부모 학력이나 직업, 경제 수준 등에 따라 무리가 갈리고, 그로 인해 갈등이 생기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그런 게 왜 잘못인지 등을 명확하게 알려주려고 애썼다. 특히 아이 앞에서는 다른 사람을 험담하거나 무시하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아이도 자연스럽게 삶의 가치관을 잡아가더라”고 경험담을 전했다.

    송 소장은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인간관계의 따뜻함을 느끼고, 그것을 친구·대인 관계로 확장해 나간다”며 “인성교육을 어렵게만 느끼지 말고 눈 마주치며 대화하기, 함께 밥 먹기, 산책하기 등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간단한 일부터 실천해 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