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동물 신입생'과 교감하며 힐링… 인성·사회성도 키워요

대전=하지수 기자

2017.05.1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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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매개 교육 프로그램 '학교멍멍·깡총'을 가다

지난 15일 대전 선암초등학교 5학년 1반 교실. 학생 네 명이 ‘일일 마사지사’로 나섰다. 마사지받을 주인공은 생후 5개월 된 비숑 프리제 ‘하루’(수컷)와 ‘하나’(암컷). 학생들은 강아지 어깨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동물 매개 심리상담사의 지도에 따라 조물조물 머리와 등을 어루만지며 피로를 풀어줬다. 하나와 하루의 표정을 살피던 반 친구들은 “시원한가 봐”라며 까르르 웃었다. 한 달 전, 강아지 두 마리가 입학한 뒤로 선암초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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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멍멍’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대전 선암초 어린이들. /국립축산과학원 제공
◇강아지는 우리 반 최고 '인기 스타'

올초 선암초는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이 제공하는 '학교멍멍'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강아지를 활용해 여러 가지 수업을 진행하는 동물 매개 교육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 학교에서 동물들을 돌보게 된다. 선암초와 인천 마곡초, 부산 성우학교는 '학교멍멍'을, 서울 한산초는 '토끼'를 활용한 '학교깡총'을 각각 운영한다.

지난달 25일 '동물 신입생'을 맞은 선암초에서는 5학년 1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두 달간 수업이 이뤄진다. 이날은 강아지와의 산책, 위생 관리, 마사지 방법을 알려주는 활동이 진행됐다. 이윤주(28), 조현정(38) 동물 매개 심리상담사들이 수업을 맡았다.

"2인 1조로 반려견 리드 줄을 잡고 길을 걸어볼게요. 강아지와 산책할 때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배변 봉투도 챙겨야 합니다."

학생들은 목줄을 잡은 채 천천히 발걸음을 뗐다. 강아지가 주변 식물에 호기심을 보이면 잠깐 멈춰 서 기다려주고, 하나와 하루가 밟는 인도의 열을 식히기 위해 중간중간 바닥에 물을 뿌리기도 했다. 짧게 산책을 하고 나서는 시트 타입의 보디클렌저로 더러워진 강아지 발을 깨끗이 닦아줬다.

걷다 지친 다리를 풀어주는 일도 잊지 않았다. 이윤주 동물 매개 심리상담사는 "다리와 배, 꼬리는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강아지와 친해지고 나서 마사지를 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학생들은 "강아지들과 지낸 한 달 새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박지훈 군은 "예전에는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주로 스마트폰을 봤는데 이제는 다 같이 운동장에서 강아지들과 놀기 바쁘다"며 "하나와 하루는 우리 반에서 가장 인기 많은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임준혁 군은 "강아지들이 귀엽게 뛰노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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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깡총’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서울 한산초 풍경. /한준호 기자
◇동물과 놀며 인성·사회성 키워

같은 날, 서울 한산초에서도 동물과 학생들 사이에 친밀감이 쌓이고 있었다. 이곳에는 11일 여섯 마리의 토끼 친구들이 왔다. 교내 '동물사랑' 동아리 학생들은 '깡충이' '메이' '몰랑이' '오월이' '포롱이' '토토' 라는 이름을 각각 붙여줬다.

새 친구들을 맞고 나서 한적했던 건물 뒤편이 시끌벅적해졌다. 쉬는 시간마다 이곳에 머무는 토끼들을 만나러 학생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유노연(6학년) 군은 "자주 와야 제 얼굴을 금방 기억해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가끔 애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토끼들이 스트레스받지 않을까 걱정돼요. 이럴 땐 '조용히 해야 한다' '토끼 집에 너무 붙지 마라'고 친구들에게 알려줘요."

학생들은 먹이도 각별히 신경 쓴다. 사료와 건초뿐 아니라 텃밭에서 직접 기른 싱싱한 상추, 배추만 골라 준다. 장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옥수수나 고구마 등은 먹이지 않는다.

"토끼 덕분에 외로운 친구들이 많이 줄어들 거예요. 동물 친구들이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서 제 졸업식에도 참석했으면 좋겠어요."(김도윤 군·5학년)

농촌진흥청은 동물 매개 교육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학생들의 인성과 사회성 향상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국립축산과학원이 지난해 전국 5개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5개월간 닭을 이용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참가 학생들의 생명 존중 의식과 사회성, 자아존중감이 각각 평균 8%, 9.3%, 13.2%씩 상승했다. 특히 초등 저학년의 경우 부정적인 감정이 평균 33.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지현 국립축산과학원 농촌지도사는 "이번 프로그램의 성과가 좋으면 교육부에 제안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치유 교육을 전국 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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