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文 정부, 곧바로 간부되는 ‘경찰대’ 근본 검토하겠다는데⋯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2017.05.17 11:00

해당기사 크게보기 해당기사 작게보기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우수 인재 육성 위해 유지해야 VS 경찰 조직 내 개혁 필요

기사 이미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인 지난 2월 서울 노량진 고시학원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에게 공공 일자리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찰대 폐지론’이 불거지고 있다. '사법시험 폐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일원화'를 내세운 새 정부가 경찰 조직 개혁과 변신을 위해 경찰대를 근본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안을 추가로 내놓고 있진 않지만, 내달 원서접수를 앞둔 경찰대 준비생들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수한 경찰인재 육성을 위해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시대의 흐름에 따라 경찰 조직 내 개혁이 필요하다는 등의 찬반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경찰대는 1981년 개교한 직후부터 끊임없는 특혜 시비와 존폐 논란에 휩싸였지만, 우수 인력의 유치라는 대의명분 아래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최근 경찰대 존속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시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인 지난 2월 서울 노량진의 공무원시험 학원을 방문해 “어떤 경찰은 순경에서 시작하는데, 경찰대를 졸업하면 바로 간부가 되는 게 좋은지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축인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 역시 최근 경찰간부시험, 경찰대 등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무원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입장에 대해 경찰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반응은 뜨겁다. 최근 극심한 청년 취업난과 고용 불안으로 인해 경찰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경찰대 진학에 관심을 갖는 학생이 더욱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찰대 입학이 현 세대에서 ‘개천에서 용 나는’ 유일한 기회라며 폐지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경찰대 진학을 위해 반수를 결심한 대학생 한의석(19·가명)씨는 “새로운 정부가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경찰대를 폐지하고, 경력공채 인원을 확충한다고 들었다. 이는 특정 계층과 신분 대물림 수단으로 변질될 것”이라며 “9급부터 시작해 고위직까지 올라가는 것이 과연 ‘흙수저’에게 가당키나 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고3 수험생인 최민기(18·가명)군도 기득권 세력보단, 힘없는 국민을 상대로 하는 날 선 개혁이라고 꼬집었다. “과거엔 집안이 어려워도 열심히 공부하면 판검사나 경찰간부가 될 길이 있었는데, 이젠 저 같은 ‘흙수저’는 죽으라 공부해도 용은커녕, 뱀도 될 수 없는 현실로 변한 것 같아 씁쓸해요.”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이런 정치권의 문제 제기 여파로 올해 경찰대 입시 경쟁률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환기 스카이입시교육 원장은 “경찰대 존폐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을 두고, 경찰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학과시험이 비교적 유사한 사관학교로 선회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또 올해는 경찰대와 사관학교의 1차 학과시험이 모두 7월 29일로 예정돼 있어 복수 지원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올해 경찰대 입시 경쟁률은 예년에 비해 다소 낮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경찰대 출신의 높은 조기 퇴직률 등 경찰대 존재 자체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로 의무복무 6년을 채우지 않고 떠난 경찰은 작년 상반기에만 18명으로, 한 해 20명을 오르내린다. 경찰대가 법조인 양성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홍철호 바른정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경찰대 출신의 로스쿨 합격생은 2012년 7명, 2013년 15명, 2014년 30명, 2015년 31명, 2016년 17명 등 5년간 총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대에 해마다 120명(지난해부터 100명)이 입학하는 것을 감안하면 꽤 많은 숫자다. 홍 의원은 “경찰대생 1명에게 4년간 학비·기숙사비·식비 등으로 지원되는 국가 세금은 약 1억원 정도”라며 “의무복무 기간 6년을 채우지 않으면 지원 금액의 절반인 4900여만원을 나라에 돌려줘야 하는데도, 로스쿨에 입학하는 경찰대생이 상당하다”고 했다. 한 경찰대 졸업생은 재학생의 3분의 1 정도가 1~2학년 때부터 사법고시와 로스쿨을 준비한다고 귀띔했다. “경찰대 전공과목에는 헌법과 행정법, 형사소송법 등이 포함돼 있어요. 학교 공부와 사시·로스쿨 준비를 병행하기에 최적의 환경인 셈이죠.”

아울러 일반대학에서 우수한 경찰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는 것도 경찰대 폐지 찬성의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다. 순경 입직자 중 대학졸업 이상 학력소지자가 90%에 달해 경찰대의 설립취지가 무색해졌고, 경찰대 설립 당시 동국대에만 경찰 관련 학과가 설치됐던 게 최근 35개 대학으로 퍼졌다는 것이 주요 근거다. 홍 의원은 "경찰 인력자원의 학력적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다. 이제는 현장 중심의 간부 육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민간분야의 다양한 전문가 채용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입직경로 단일화를 통한 치안현장경험을 중시하는 제도 변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시대의 흐름에 맞게 경찰 조직 내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경찰대 졸업과 동시에 무조건 임용이 아닌 시험을 통해 선발하며, 경위가 아닌 순경부터 시작한다. 우리나라도 경찰대가 생긴 이후 30여 년이 지나며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같은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다 보니 지금의 문제점이 나오는 것”이라며 “경찰대 운영을 유지하더라도 경사급의 경위교육 기능을 맡게 하는 등 자연스럽게 현 추세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엘리트 경찰 양성을 위해 설립된 경찰대는 매년 100여 명의 초급 간부인 ‘경위’를 배출하고 있다. 경찰인력의 고급화에 상당한 이바지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경찰대 출신에게 과도한 특혜가 주어진다는 문제 제기 또한 줄지 않고 있다.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