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진학 이야기] 대입 자기소개서 작성, 무엇부터 해야 하나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5.16 09:37
  • 5월 초를 전후로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이 2018학년도 수시모집 전형요강을 확정 발표했다. 본격적인 입시 준비도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시기다. 특히 학생부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면 이 시기 꼭 챙겨봐야 할 전형요소 중 하나가 바로 자기소개서다. 다가올 6월 모의고사 준비도 바쁘겠지만 중간고사를 마친 지금이 그나마 여유로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상의 마지막 학기가 끝나기 전에 자소서를 시작해야 남은 기간 다른 전형요소들의 마무리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성평가를 표방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여러 전형요소 각각의 의미보다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된 종합평가가 기본이다. 그 중심에 지원자 스스로가 작성한 유일한 서류가 있다. 대부분 수험생들에게는 생애 최초의 경험일 수밖에 없는 자소서 작성, 그 입문에 대해 알아봤다.

    목표 설정과 전형에 대한 이해가 우선
    대입 준비를 위해 누구나 자소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입 수시모집, 특히 그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생부전형에 도전하며 중상위권 이상의 대학을 노린다면 자소서 작성은 필수에 가깝다. 물론 학생부전형 중에서도 학생부교과전형은 자소서가 필요 없는 경우가 많고, 드물게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조차 자소서를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상위권 대학 중에서는 한양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입시 유형을 준비하는 현시점의 수험생들은 더 이상 꾀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문제에 직면한다. 어쩌면 마지막 기말고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남은 기간 유일한 입시 대책일 수 있다. 물론 일부 모집단위에서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해 11월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지만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했다고 합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자소서나 면접 준비가 필요한 대부분의 학생부종합전형은 부담스러운 만큼의 가능성도 함께 열린 전형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고려대는 올해 전형 안내서를 통해 다음과 같은 문구로 자소서 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기소개서는 본격적 서류 평가에 앞서 지원자가 능동적으로 작성할 수 있는 마지막 서류이므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하기 바랍니다.’- 고려대 학생부종합전형 안내서 중

    이런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이 시기 수험생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목표를 뚜렷이 하고 해당 학교, 모집단위의 전형 메카니즘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 전반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지만 목표 설정 이후에는 해당 대학과 특정 전형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면밀한 입시 이해가 요구된다. 각각의 대학이나 전형에 필요한 자소서 또한 항목 내용은 동일하다 할지라도 상황에 따른 작성 전략은 달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내신 최상위권 일반고 수험생들이 몰리는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지원자와, 특목·자사고 수험생들과 함께 경쟁해야 하는 일반전형 지원자의 자소서 작성 전략은 달라야 마땅하다. 두 전형 모두 기본 틀은 학생부종합전형이지만 면접 유형도 다르고 그에 따라 자소서의 전형 활용에도 큰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쟁자 유형과 입시의 전체 흐름까지 고민해보며 진행하는 자소서 작성 과정은 단순한 서류 준비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히 이 시기에 시작해보는 자소서 작성은 지원할 학교에 대한 정보 수집은 물론, 보다 구체적인 진로 계획과 막바지 학생부 보완 활동까지로 이어져 남은 기간 입시 준비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자소서 작성 자체가 하나의 학종 활동으로 맞물려 들어가는 셈이다. 그간의 학업과 활동, 독서 등을 되짚어보고 마무리하는 방점으로써 자소서의 필요성과 그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재보다 먼저 떠올려야 하는 것
    이 시기 대부분 고3 수험생들의 자소서는 오리무중이다. 중간고사 이후 부지런히 몇 문장을 뗀 수험생들도 막상 내용을 뜯어보면 안개 속에서 방향을 잃은 수준이다. 일부 고교에서는 수행평가 등의 과정으로 자소서 작성을 학교 차원에서 독려하기도 하지만 학생 개별 상황에 맞는 세심한 지도는 쉽지 않다. 이래저래 자소서가 어려운 이유는 그 첫째가 소재 부족이다. 보다 정확히는 ‘입시에서 내세울 만한 소재’의 부족이다. 실제로 소재가 부족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소재를 찾거나 기억해 내는 데 실패한 경우다. 우선은 자기 학습에 관한 소소한 일상의 기록들을 수집하고 떠올리는 데 일정 시간을 투자하지 않은 이유가 크다. 그런데 더 깊이 파고들어 보면 ‘자신’이 아니라 ‘소재’를 내세우려는 자세가 더 큰 문제다. 예를 들어 자소서 1번 항목인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은 착실히 내신 쌓기만도 버거웠던 대부분 수험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남다른 경험은 드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재를 떠올리기 이전에 자기 특성에 먼저 집중할 필요가 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즐거워했던가, 무엇을 슬퍼하고 괴로워했던가’, 질문은 여기서부터다. 집-학교-학원을 쳇바퀴처럼 오갔던 하루하루는 모두가 비슷했지만 그 안에서 기뻐하고 좌절했던 모습들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소서의 모든 항목에서 ‘배우고 느낀 점’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입시 현장에서 만나 본 수많은 수험생들은 자신의 공부나 학교생활이 특별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치 현미경으로 보듯 그들의 일상을 쪼개고 확대해 들여다보면 오히려 유사한 유형이나 경험을 찾기가 더 어렵다. 그 흔한 오답노트조차도 작성법이나 활용법은 모두가 제각각이었다. 하물며 그를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거창한 소재 이전에 솔직하게 자신을 들여다보자. 누구든 특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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