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입시

자사고 폐지ㆍ수능 절대평가… 文 정부 교육공약에 혼란스러운 ‘중3’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2017.05.1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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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2일 교육정책을 발표하는 문재인 대통령. /조선일보 DB

# 중 3 아들을 둔 김민지(46∙서울 강남구)씨는 대통령 선거 이후 아이를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가 아닌 일반고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지난 2년간 아이를 자사고에 보내기 위해 학원과 설명회 등을 쫓아다녔던 김씨는 새 정부의 교육공약을 살펴보고선 이런 생각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외고·국제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점차 전환한다는 내용이 있더라”며 “그동안 자사고 입학을 위해 준비한 게 아깝긴 하지만, 곧 일반고로 전환될지 모르고 내신 따기도 어려운 상황에 굳이 진학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날부터 새롭게 변화할 교육정책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고교 입시를 앞둔 중학교 3학년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이 가장 뜨겁다. 2021학년도 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고교학점제∙내신 절대평가제 도입 등 새 정부 교육정책의 첫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입시 커뮤니티에는 문 대통령의 교육공약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 중에서도 ▲외고·자사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단계적 폐지) ▲고교학점제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내신 절대평가제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새 정부는 그간 ‘교육 불평등’ 논란을 낳았던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2019년 재지정 평가에서 특목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아울러 외고·국제고·자사고가 일반고보다 먼저 학생들을 선발하는 현행 제도를 전면 수정할 가능성이 크다. 10일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외고·국제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공약은 이들 학교의 전기 모집 방식을 바꾸는 일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일반고와 같이 후기모집으로 학생을 선발해 자연스러운 일반고 전환을 유도하고, 나아가 고교 서열화와 학력에 따른 차별 등을 없앨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교육의 평등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모든 학교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학생이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안혜수(43∙인천 동구)씨는 “특목고·자사고에 갈 수 있는 실력임에도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보내줄 수 없는 부모 입장을 생각하면 환영할 정책”이라며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가 같이 교육받는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반면, 지금껏 특목고·자사고 진학에 열중하던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먼저 일반고의 교육 환경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중3 딸을 둔 강민영(43∙서울 양천구)씨는 “일반고의 교육 환경 개선에 대한 대안은 없고, 무작정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고교학점제 역시 중3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공약 중 하나다. 고교학점제는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하고 나서 학생 스스로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문∙이과로 반을 나눠 수능 출제영역에 따라 수업을 듣는 단편적인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개개인의 특징과 흥미에 맞게 수업을 선택하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선거기간 동안 문 대통령은 “현재 서울ㆍ경기 등 일부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실시 중인 고교학점제를 전국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학업 수준에 따라 기초 과목과 심화 과목을 골라 들을 수 있게 해 기존의 잠자던 교실을 깨어 있는 교실로 변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일부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공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겼다. 음대 진학을 준비 중인 고교 1학년 딸을 둔 김희원(45∙경기 수원)씨는 “아이들의 진로와 관심분야 탐색에 대해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제도”라며 “학교에서 진로와 상관없는 과학 수업을 듣기보단, 음악과 관련된 수업을 선택해 들으면서 원하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교학점제를 시범 운영하는 학교에 재학 중인 이주성(17∙서울 서초구)군 역시 평소 부족하다고 느끼는 과목을 추가로 듣거나 더 배우고픈 과목을 신청할 수 있는 긍정적인 제도라고 평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행 제도에선 실현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경기 성남시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에게 수업을 선택할 권리를 주면, 당연히 대입에서 필요한 과목만 골라 듣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또 주요 교과목이 아니란 이유로 학생들에게 외면당한 교사들은 어떻게 할 생각인지 걱정부터 앞선다”고 했다.

수능∙내신 절대평가제 역시 학부모의 주요 관심사다. 문 대통령은 현재 중3이 대입시험을 치르는 2021학년도부터 수능을 절대평가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수능 영어영역이나 한국사영역에 적용되는 절대평가를 전 과목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유력하나, 점수 구간을 어떻게 나눌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수능뿐 아니라 고교 내신도 절대평가로 전면 전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문 대통령은 고교 내신 절대평가 도입엔 동의하지만, 시행 이후 학생부 신뢰도가 추락할 가능성이 있어 대안을 확보하고서 추진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수능 개편안과 함께 고교내신 절대평가 전환 여부를 7월 중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고입ㆍ대입이 달린 문제인 만큼, 7월까지 마냥 기다리기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중학교 3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둔 하은정(44·서울 서초구)씨는 “당장 내년에 고등학교 입학인데,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입시정책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지난 3월부터 대입 설명회에 쫓아다니곤 있지만, 7월까지는 오리무중이라 답답하고 불안하다. 개편안 발표가 더 미뤄지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한숨지었다.

이런 우려에도 수능 개편안 확정 시기는 당초 예정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 개편이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부 조직 개편·축소가 뒤따를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집권 초기 교육개혁 추진을 위해 대통령 직속의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하고, 이후 장기적으로는 중장기 교육정책 논의를 담당하는 독립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한다는 안을 내놓은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약이 조금 더 구체화 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상당 기간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진 만큼 문 대통령이 정부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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