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초등학교서 객관식 평가 없애겠다는 부산시의 실험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4.28 11:14
  • 27일 부산시교육청에서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초등학교 객관식 시험 전면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 27일 부산시교육청에서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초등학교 객관식 시험 전면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2018학년도부터 초등학교에서 객관식 평가를 전면 폐지하도록 하겠습니다.”

    내년부터 부산지역에 있는 모든 초등학교 중간·기말고사 시험지에서 사지선다형 객관식(선택형) 문제가 사라진다. 오직 서술·논술 중심 문제가 시험지를 채울 전망이다. 이 같은 부산시교육청의 발표에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치열한 의견 공방을 벌이고 있다. 논술 등 사교육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과,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워 줄 평가방식이라는 등의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발표는 우리나라 교육사에 유례없는 제도라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부터 사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를 초등학교에서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 교육감은 "당장 성적을 올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외우고, 반복해서 문제를 푸는 방식은 미래 인재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객관식 평가 폐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성, 문제해결능력 등 미래핵심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런 발표에 학부모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뜨겁다. 특히 부산지역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이날 하루 이와 관련한 게시글에 댓글 수십개가 달리기도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이런 제도가 되레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와 부담만 가중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김지영(가명·37·부산 사하구)씨는 “주관식과 서술형은 답을 써내는 학생들에게도 부담이고, 채점하는 선생님도 답의 기준이 애매해 곤란할 듯하다. 결국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힘든 제도”라고 토로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키우는 강나정(가명·36·부산 해운대구)는 “서술형 시험을 보면, 상대적으로 이해력이 빠르고 어휘력도 풍부한 여학생들에게 유리할 것 같아 아들 키우는 엄마로서 정말 걱정이다”며 “결국은 이를 따라가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논술학원에 보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변화를 부정적으로 치부하기보단, 한번은 겪어야 할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초등학생 두 남매를 키우는 이고은(가명·39·부산 해운대구)씨는 아이들이 어떤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습관을 들여준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제도란 의견을 내놨다. “현재 우리 아이들은 저희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교육받고 있어요. 이미 대부분의 단원평가도 서술형으로 진행하고 있고요. 그간 정해진 물음과 답변을 암기하는 등 단답형이 주는 단점도 많았으니, 이젠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고 준비할 때라고 생각해요.”

    일선 교육 현장에서도 “수업방식의 변화를 위해 서술·논술 시험은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고영규 서울 옥수초등학교 교장은 “현재 사지선다형의 객관식 시험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암기식 공부와 주입식 교육 등으로 빠질 위험이 크다”면서 “반면, 서술·논술 시험은 아이들의 사고력과 논리적 표현 등을 주된 평가요소로 보기 때문에, 수업방식도 현재 미래교육의 핵심 키워드로 지목되는 ‘창의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재규 부산 해강초등학교 교장 역시 “평가방식의 전환이 크게 문제 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성적 평가방식을 과거 '수우미양가'가 아닌, 도달·미도달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지필고사도 점차 줄여가는 추세이고요. 즉, 서술·논술 중심 평가방식을 도입하기에 어느 정도 기반이 다져져 있는 상태인 거죠. 일부 학부모님들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객관식 시험을 폐지한다고 해서 교육 현장의 큰 혼란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상반된 반응에도 부산시교육청은 앞으로 서술·논술 평가방법에 대한 일정을 발표했다. 교육청은 오는 6월 객관식 평가 폐지에 따라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고 평가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공청회·설명회를 연다. 7월과 8월에는 평가전문가 연수를 하고, 9월부터는 10개 학교를 선정해 '2018학년도 초등학업성취관리시행지침'을 안내하고 객관식 문항을 없앤 시험 평가방식을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