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끼기 좋은 혼혈렌즈 추천해주세요" 미용렌즈 없인 못 산다는 10대들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4.26 16:21

-다채로운 색으로 외국인 눈동자처럼 보여⋯ 초등생에게도 인기

  • “선생님한테 안 걸릴 만한 자연스러운 혼혈렌즈 있나요?”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한 콘택트렌즈 전문점. 10대 여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미용렌즈를 고르고 있다. 어떤 렌즈를 찾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들은 끼는 순간 깊고 신비한 눈빛으로 변하는 이른바 ‘혼혈렌즈’를 사기 위해 왔다고 입을 모았다. 시력이 나쁘지 않음에도 미용 목적으로 콘택트렌즈를 자주 착용한다는 중3 박정미(가명·15)양은 “최근 신비로운 분위기를 주는 ‘혼혈렌즈’가 우리 사이에서 인기”라고 말했다. “주말엔 아이돌처럼 2~3가지 색을 혼합한 색상의 렌즈를, 학교에 다닐 땐 비교적 자연스러운 갈색 계열의 렌즈를 착용해요. (일반 서클렌즈와 달리) 눈동자를 또렷하게 하거나 크기를 키워주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선생님들도 모르고 지나가실 때가 잦아요. 이젠 렌즈 없인 밖에 못 나갈 정도에요.”

    ◇연예인 이름 딴 ‘혼혈렌즈’ 등장⋯ “아이돌처럼 반짝이는 눈 갖고 싶어요”

    최근 온라인 뷰티 커뮤니티에는 ‘학교에 끼고 다닐 만한 혼혈렌즈 추천해 달라’는 10대들의 글이 속속 올라온다. 유튜브에서도 ‘10대 혼혈렌즈 추천’, ‘무난한 학교용 렌즈 소개' 등을 주제로 한 동영상이 화제의 영상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처럼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혼혈렌즈는 테두리가 흐릿하게 디자인된 컬러렌즈를 말한다. 주로 밝은 색상으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며, 과거 눈동자를 크고 또렷하게 보이게 했던 ‘서클렌즈’와 달리, 직경(지름)이 크지 않아 자연스럽게 외국인 눈동자처럼 보이게 해준다.

    이 렌즈는 유명 연예인들이 착용해 더욱 인기다. 특히 10대가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가 방송과 화보 촬영 등에서 혼혈렌즈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엔 이들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한 제품도 쏟아지고 있다. 학생들은 이런 렌즈를 광고하는 연예인의 이름을 따 ‘하니 렌즈’, ‘수지 렌즈’, ‘여자친구 렌즈’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고등학교 1학년생인 김미정(가명·17)양은 최근 일명 ‘지코 렌즈’에 푹 빠졌다. 평소 지코가 속한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팬인 김양은 지난 2월 지코가 디자인에 참여한 렌즈가 나온다는 소식에 사전 예약을 신청했다. 그는 “팬심으로 지코가 디자인한 3가지 종류의 렌즈를 모두 샀다”며 “좋아하는 아이돌이 직접 디자인하고 주로 착용하는 제품이라 더욱 애착이 간다. 학교에 끼고 가기엔 조금 튀어서 주로 주말에 친구들을 만날 때 애용한다”고 했다.

    값싼 가격과 쉬운 접근성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학생들이 주로 찾는 혼혈렌즈의 가격은 5000원대부터 시작한다. 만 원도 채 안 되는 가격으로 신비스러운 눈동자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또 근처 안경원이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매가 가능하다. 중학교 2학년인 김유주(가명·14)양은 지난주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 안경점에 붙여진 렌즈 할인 판매 포스터를 봤다. 이미 5가지 종류의 렌즈를 가진 김양이지만 워낙 저렴한 가격에 신상 렌즈를 판다는 안내 문구를 보곤 곧장 구매했다. “마침 눈독 들이던 혼혈렌즈인데, 2만원에 1+1행사를 한다고 해서 바로 샀어요. 하나 가격에 두 개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서 친구랑 하나씩 나눠 끼려고요.”

    초등 고학년생 사이에서도 혼혈렌즈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등학생도 혼혈렌즈를 살 수 있는 00 지역 안경원을 알려 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생은 “대부분의 안경점에서는 초등학생에게 렌즈를 팔지 않지만, 간혹 친구 중에 나이를 속여 혼혈렌즈 사서 끼고 다니는 경우가 있다”며 “걸그룹처럼 신비롭고 빛나는 눈동자를 보면 나도 한번 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고 했다.

    ◇전문가 “렌즈는 미용·패션용품 아냐”⋯ 인식 개선∙올바른 관리 필요

    하지만 이런 10대들의 미용렌즈 사용은 안구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한안과학회가 2014년 발표한 ‘미용콘택트렌즈 관련 합병증 환자의 임상양상 및 치료 순응도 실태’ 보고서에서 총 97명(194안)의 콘택트렌즈 관련 합병증 환자를 분석한 결과, 미용콘택트렌즈로 인해 안구질환을 얻은 환자가 49명(98안∙ 50.5%)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일반 소프트콘택트렌즈 43명(86안∙44.3%) ▲RGP 렌즈 4명(8안∙4.1%) ▲각막굴절교정렌즈 1명(2안∙1.1%) 순이었다. 콘택트렌즈 관련 합병증의 대부분은 10~20대(91.2%)의 젊은 연령층에서 발생했다. 특히 시력 예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감염성 각막궤양은 모두 10대에게서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렌즈를 미용·패션용품쯤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컬러렌즈의 경우, 각막에 직접 닿기 때문에 자칫 잘못 사용하면 각막 손상이나 감염을 일으켜 시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영근 안과 교수(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는 “대부분의 청소년은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렌즈를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리법 등 올바른 렌즈 사용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청소년기의 무분별한 저가 미용렌즈 착용과 비위생적인 관리는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낮은 품질의 값싼 컬러렌즈의 경우, 착색제가 렌즈 표면의 미세한 구멍을 막아 산소투과율을 떨어뜨려 각막이 숨을 쉴 수 없게 만들어요. 또 렌즈 표면이 거칠고 불규칙해 눈에 자극을 주기 십상이죠. 청소년들이 이런 미용렌즈를 장기간 착용하면, 알러지질환이나 신생혈관, 감염성 각막궤양, 건성안 등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요. 또 끼면 낄수록 각막이 약해지기 때문에, 훗날 라식 수술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죠.”

    청소년들의 부족한 위생관념도 주요 문제다. 한 교수는 “친구들끼리 렌즈를 돌려 낀다거나, 씻지 않는 손으로 세척하는 등 관리를 소홀히 하면 렌즈 표면에 세균이 번식해 안구질환을 일으킨다”며 “청소년들에게도 렌즈 세척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나 장기 착용에 따른 위험성에 대한 인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올바른 렌즈 관리를 위한 7가지 습관]
    1) 렌즈 취급 전 손을 씻어야 한다.
    - 렌즈를 취급하기 전에는 반드시 흐르는 물에 항균 비누로 손을 씻고 나서, 수건 또는 휴지 사용 없이 선풍기를 활용하거나 자연건조로 말린 상태에서 렌즈를 취급한다.
    2) 렌즈를 빼고 깨끗이 세척해야 한다.
    - 1일 사용 제품을 2~3일에 걸쳐 사용하거나, 개봉한 후 세균번식이 쉬운 식염수만으로 세척하고 보관하는 경우는 절대 금해야 한다.
    3) 매일 렌즈 케이스에 신선한 용액을 사용해야 한다.
    4) 렌즈 케이스는 주기적으로 세척하거나 교체해야 한다.
    - 렌즈 케이스는 3개월마다 교체하며, 다목적 렌즈관리용액을 사용할 때에는 최소 4시간 이상 케이스에 보관한다.
    5) 장기간 (세척)용액 병을 열어놓지 말아야 한다.
    6) 렌즈를 적시게 하기 위해 수돗물이나 침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7) 염증 혹은 감염 증세가 있으면 즉시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다.


  • ●참조: 한국콘택트렌즈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