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1번지 강사’도 4차 산업혁명 앞 ‘고용 불안정’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4.24 17:03

- 강남·서초 지역 학원, 4년간 750여 곳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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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3년 전만 하더라도 수강생이 한 반에 15명쯤이었는데 이제는 한 반에 8명이 채 안 됩니다. 줄어든 학생을 상대로 맞춤형 수업을 하는 대신에 수강료는 올려 매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부족한 강사님들에게는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죠.” (대치동 A 보습학원 경원지원실장)

    ‘사교육 1번지’ 학원 강사들도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앞에서는 입지가 불안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학원·교습소 수가 최근 4년 사이 꾸준히 감소하면서 강남·서초 지역 학원들은 무려 750여 곳이나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서울시교육청의 ‘학원 ·교습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 시내 학원·교습소 수는 2013년 12월 2만6514개에서 2016년 12월 2만6310개로 4년 만에 204개나 줄었다. 올해 3월 31일 기준으로는 2만6278곳으로 3개월 만에 32곳이나 줄었다.

    이 가운데 특히 강남·서초 지역 학원은 2013년 12월 6289개에서 2016년 12월 5536개로 753곳이나 줄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 지역 가운데 강남과 서초 지역인 대치동에서 학원과 교습소가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며 “전체보다 강남 지역이 더 큰 감소 비율로 나타난 것은 그만큼 다른 지역에서 학원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학원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학령인구의 감소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중학교 신입생 배정 학교 수는 1개교가 줄어 380교이며, 전체 배정 학생 수는 3664명이 줄었다.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25.8명으로 지난해 26.9명보다 1.1명이나 줄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저출산의 여파로 중학생 수가 매년 줄고 있다”며 “고교 신입생 역시 2016년 10만897명에서 2021년에는 6만9351명으로 31.3%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학원가도 문을 닫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원가의 잇따른 폐업은 곧, 강사들의 고용이 불안정해짐을 의미한다. 같은 날 한국고용정보원은 우리나라 대표 직업 195개에 대해 10년간(2016∼2025년) 일자리 전망과 그 요인을 수록한 ‘2017 한국직업전망’을 발간했다. 우선 고령화와 의료·복지 지원 확대 등의 수혜로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등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학원 강사를 포함한 ‘학습지 교사’, ‘대학교수’ 등은 고용 전망이 불안할 것 같은 직업으로 꼽혔다.

    김동규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직업 간에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면서 “그러나 변화하는 기술과 환경 변화에 대응해 지속적으로 직업능력 개발에 힘쓰는 사람은 직업세계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건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