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장애인의 날 인터뷰] 꽃가마 차량 봉사대

오대열 기자

2017.04.19 16:04

해당기사 크게보기 해당기사 작게보기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20년째 장애인 이동 도와… 언제 어디든 달려갑니다!
리프트 설치된 특수차로 봉사, 회원 10여 명… 장애인도 포함

우리나라의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장애인들이 원하는 곳으로 불편함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 권리를 보장받기란 쉽지 않다. 장애인 콜택시는 비용이 많이 들고, 몸이 불편한 중증 장애인의 경우에는 남의 도움 없이 움직이기 어렵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20년째 자발적으로 봉사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봉사를 펼치는 '꽃가마 차량 봉사대'다.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아 이들을 만났다.


기사 이미지
‘꽃가마 차량 봉사대’ 대원들이 중증 장애인을 이동시킬 때 사용하는 특수차 앞에 서 있다. / 김종연 기자
원활한 차량 봉사 위해 특수차 마련

지난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마천동에 있는 꽃가마 차량 봉사대를 찾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사무실 앞에 주차된 노란색 승합차였다. '사랑을 나누면 희망이 자랍니다'라는 문구가 차 옆에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중증 장애인을 실어 나르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전용차다. 자원봉사자인 임춘식(63) 씨는 "비교적 움직임이 편하신 분들은 자원봉사자 각자의 차량으로 이동을 도와드린다"며 "이 차의 경우 휠체어라든지 거동이 힘드신 분들을 위해 리프트 장치 등을 설치한 특수차"라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집으로 가신다고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곧 가겠습니다." 승합차를 뒤로 한 채 사무실에 들어서자 한 통의 전화가 울렸다. 차량 봉사를 요청하는 전화였다. 경봉식(76) 꽃가마 차량 봉사대장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 분들이 병원에 가거나 재활 치료를 받으러 갈 때 주로 도움을 요청한다"고 했다.

"요일을 가리지 않고 정기적으로 차량 봉사를 하고 있어요. 차량을 운전해 주시는 자원봉사자 분들의 경우 생업이 있다 보니까 시간표를 만들어 봉사 계획을 짜요. 가끔 긴급한 일이 발생할 때는 생업도 뒤로한 채 달려가는 경우도 있답니다(웃음)."

직업, 나이도 제각각… 오로지 '봉사 정신'으로 똘똘 뭉쳐

사무실을 둘러보니 빛바랜 사진들이 즐비했다. 꽃가마 차량 봉사대가 만들어진 건 지난 1997년. 연수로 따지면 벌써 20년이 지났다. "장애인이 생활할 때 가장 불편한 점이 뭔지 아세요? 불편한 몸 때문에 이동하기가 힘들다는 거예요. 이런 분들을 위해 한국교통장애인협회와 뜻 맞는 분들이 모여 차량 봉사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단체 이름이 조금 특이하죠? 꽃가마란 단어가 뭔가 편안하고 안전해 보이잖아요. 장애인을 그렇게 모시겠다는 의미로 이름 지어졌죠." (경봉식 봉사대장)

꽃가마 차량 봉사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회원은 10여 명. 대기업 영업사원, 학원 버스 운전사, 주부 등 직업과 나이대가 다양하다. 이들은 특수차를 비롯해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장애인들의 원활한 이동을 돕는다.

차량 봉사에 참여하게 된 계기도 제각각이다. 특히 사고로 장애 판정을 받은 이후 봉사 활동을 시작한 사례가 많았다. 임춘식 씨는 "장애인들에게 이동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해 보지 않은 비장애인들은 잘 모른다"며 "장애인 회원들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봉사를 하니 봉사를 받는 장애인들도 더 마음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1 봉사대원들이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리프트를 이용해 차로 옮기고 있다. 2 경봉식 꽃가마 차량 봉사대장이 전동 휠체어를 차량에 고정하고 있다. / 김종연 기자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갈게요!"

취재 도중 책상 한편에 놓인 운행일지가 눈에 띄었다. 이동 동선부터 봉사를 받은 장애인이 어떤 장애를 가졌는지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사무장을 맡고 있는 고석태(64) 씨는 "그동안 꽃가마 차량 봉사대에게 도움을 받은 장애인만 무려 2만 명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오랜 시간 봉사를 한 덕분에 기억에 남는 이야깃거리도 많다. "교통사고로 손 빼고 아무것도 못 움직이는 전신마비 장애인이 있었어요. 키가 184㎝에 덩치도 꽤 컸는데, 병원에 옮겨 드릴 때마다 제가 쩔쩔맸죠. 그런데 그분이 제게 이런 말을 했어요. 하루 종일 방에 누워 있다 보니까 이렇게 바깥 구경을 할 수 있는 병원 가는 날만 기다린다고요. 이런 기회를 준 저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정말 보람 있는 일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답니다."

현재 꽃가마 차량 봉사대가 받는 지원금은 열악한 수준이다. 일부 보조금을 제외한 나머지 운영비는 재활용품 수집을 통해 충당한다. 이 같은 환경에서도 꽃가마 차량 봉사대는 차량 봉사를 꾸준히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민간 봉사 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마음 편히 봉사할 수 있게요. 지금까지 장애인 분들을 모셔다 드리다가 발생하는 차량 사고라던지 벌칙금 같은 것들을 모두 자원봉사자들이 내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부담을 느껴서 도중에 그만두시는 분들도 발생한답니다. 그래도 봉사는 계속돼야겠죠? 저희를 필요로 하는 분이 계신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곧바로 달려갈게요!(웃음)" (경봉식 봉사대장)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