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CCTV 언제든 확인할 수 있나요?” 학부모상담 질문에 진땀 빼는 교사들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4.19 16:40

“아이가 편식하거나 밥을 먹지 않을 때 어떻게 먹이세요?”
“미세먼지 많은데, 공기청정기 설치는 언제쯤⋯”

  • 최근 학부모상담에서 이런 질문에 답하느라 진땀을 빼는 어린이집∙유치원 교사가 늘고 있다. 대개 4월 중순∙말경에 열리는 어린이집∙유치원 학부모상담은 학부모와 교사 간 의사소통을 통해 자녀의 원활한 원내 생활과 학습능력 향상, 올바른 인성발달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주로 아이의 유치원 생활이나 교우관계, 성격, 학습능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근래엔 잇따른 어린이집∙유치원 학대 사건 등으로 담당교사와 원내 시설에 대해 구체적이고 예민한 질문을 하는 학부모가 많아졌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경기 지역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강은영(가명ㆍ37)씨는 “예전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면, 요즘엔 교사의 경력, 훈육 기준, 교육관, 원내 시설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질문한다”며 “어린이집 사건∙사고가 워낙 빈번하게 발생하다 보니, 학부모들의 걱정이 날로 심해진 듯하다”고 했다.

  • 조선일보 DB
    ▲ 조선일보 DB
    이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원아 폭행 사건이 비단 남의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언제든 우리 아이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상담 주간을 통해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다. 두 돌 된 딸을 키우는 고보경(가명ㆍ32)씨는 “지난달 15개월 된 아이의 팔을 잡아당겨 팔꿈치를 빠지게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이야기를 듣곤, 원내 폐쇄회로 TV(CCTV)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면서 “이미 올해 초 열린 오리엔테이션(OT) 때부터 CCTV확인 가능 여부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확실히 해두기 위해 상담 때 여쭤봤다”고 말했다. 덧붙여 “아이를 향한 ‘감시의 눈’이 늘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으니 주의해달라는 말을 이렇게 돌려서라도 꼭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학대 사건에 꼭 한 번씩 언급되는 ‘편식’과 관련한 질문도 늘었다. 지난주 일곱살 난 큰딸의 학부모상담을 위해 유치원을 방문한 김주안(가명ㆍ36)씨는 “아이가 집에서 종종 반찬 투정을 하는데, 이로 인해 유치원 선생님의 미움을 살까 늘 걱정”이라며 “상담을 통해 선생님께 이런 경우 어떻게 대응하는지 여쭤보고, 다그치기보단 기다려달라고 당부드렸다”고 했다.

    미세먼지 역시 요즘 들어 커진 학부모들의 걱정거리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연일 기승을 부림에 따라 실외활동이나 ‘공기정화장치’ 설치 여부가 궁금증의 대상이 된 것이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네 살배기 아들을 둔 지성은(가명ㆍ36)씨는 상담 전 제출하는 사전 질문지 내 ‘원에 부탁할 사항’에 ‘미세먼지 수치를 고려해 실외 교육활동을 자제하고 공기청정기를 설치해달라’고 적었다. 또 상담 당일에는 미세먼지에 대한 악영향과 예방 수칙을 담은 보고서를 프린트해 가기도 했다.

    “학부모상담에서 엄마가 적극적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면, 선생님들이 이런 심각성에 대해 더욱 참고해주지 않을까 싶어 용기를 냈어요. 유난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우리 아이의 건강과 직결된 일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죠.”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들은 이런 학부모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한편으론 점점 상호 간 신뢰가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사립 유치원 원장은 “몇몇 문제가 된 어린이집∙유치원 등으로 인해 걱정스러운 학부모의 마음은 잘 알지만, 대부분의 유치원에서는 아이가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하며 지도하고 있다”면서 “이런 교사들의 마음을 헤아려 아이를 믿고 맡겨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학부모상담을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푸념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해당 아이에게 최선의 교육방법을 찾기 위한 기회로 삼으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