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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홍 UCLA 교수는 로봇 계에 유명인이다. 시각장애인 자율 주행 자동차를 개발해 일약 스타가 되었다. 그 외에도 드리블이 가능한 로봇 ‘다윈’, 헬륨 가스 풍선으로 만든 푹신한 로봇 ‘발루’ 등 수많은 로봇을 제작해 ‘로봇공학의 다빈치’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다.
그는 고려대학교 출신이다. 대학에만 가면 본인이 좋아하는 로봇을 연구할 수 있으리라 믿고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한국 대학에서는 암기식 교육과 술자리밖에 없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고민 끝에 데니스 홍은 미국행을 택했다. 미국에서 그는 피나는 노력을 통해 잘 짜인 연구 시스템에 적응하여 로봇 공학계에 거물이 되었다.
한국 교육 시스템을 비판하는 근거가 되는 이야기로 보인다. 뛰어난 재능이 미국에서 비로소 꽃피운 게 아닌가? 반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정작 미국 이공계 인재들은 미국 주류 교육보다 인도, 중국,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타이거 마더’로 유명해진 예일대 교수 에이미 추아는 특정 문화권이 왜 다른 문화권보다 미국 사회에서 성공하는지 연구했다. 그 비결을 ‘우월감’ ‘불안감’ 그리고 ‘충동 조절’이라는 3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그렇게 ‘트리플 패키지’라는 책이 나왔다.
이 책에 따르면 인종과는 상관없이 유대인, 중국인, 쿠바인 등 성공적으로 미국에서 적응하는 인종들은 이 3가지 성격 덕분에 성공했다. 아이러니하게도 3대가 넘어 이민자가 미국 주류문화에 흡수되는 순간 이런 장점은 사라졌다. 미국 문화가 우월하다면 어째서 문화적으로 미국인이 되는 순간 장점이 사라지는 걸까?
데니스 홍 또한 한국에서 배운 기초 교육의 가치를 인정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로봇을 조립한다고 로봇을 잘 만들게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수학, 과학, 영어 등 기초학문을 잘하는 학생이 대학교 3~4학년을 넘어서 조금씩 하는 연구도 잘한다는 뜻이다. 본인도 진작 그 사실을 알았다면 인문학 등을 더 열심히 공부했을 거라고 회고했다. 기본을 무시한 채 직접적인 직업 교육이나 창의력 교육에 너무 빠르게 돌입하는 건 의미가 없다.
미국식 교육이 문제가 많다면 왜 미국 대학이 연구계를 꽉 잡고 있을까? 데니스 홍 교수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또한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 당장 돈 되고 트렌디한 기술을 쫓기보다는 기초 연구에 집중한다. 당장의 실적에 목매야 하는 많은 한국의 연구자들과는 다르다. 데니스 홍 교수는 작년 4월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로봇 사업에 투자한다면 (당장 로봇 판매로 돈을 벌려 하기보다) 로봇 개발 과정에서 탄생할 기술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보다 학력이 높은 이유는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보다 연구에서 앞서가는 이유 또한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해답은 명확하다.
트럼프 정부는 ‘작은 정부’를 주장했다. 좋은 말처럼 들린다. 문제는 세수를 줄이기 위해 기초 연구 예산조차 삭감했다는 거다. 미국 과학계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초강대국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앞서갈 기회일지 모른다. 대선 시점에서, 무엇보다 ‘기초에 충실한’ 교육 정책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오피니언 전문가 칼럼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개인도 국가도 교육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