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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인데 직무능력 왜 물어요?” 또 다른 스펙된 NCS, 취준생 부담감 '가중'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2017.04.1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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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스펙 채용’이라더니, 실상은 ‘더블 스펙’으로 작용
-전문가 “직무역량 아닌 연관 ‘스토리’ 귀 기울인 채용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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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에 NCS를 준비하기 위한 수험서들이 쌓여있다. / 손현경 기자

“경력도 아닌 신입 지원자가 관련 업무를 어디서 전문적으로 해봤겠어요. 그렇다고 단기 아르바이트 경험을 기재하기도 그렇고…. NCS로 직무역량을 평가한다는데, 도무지 감이 안 와요.” 6월 한국전력공사 서류를 준비하는 이대휘(25·가명)씨는 결국 4회에 12만원 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이하 NCS) 인터넷 강좌를 신청했다. 스펙보다는 직무 역량 능력을 보는 NCS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스펙 초월’을 내세우며 NCS 기반 채용방식을 늘려가고 있지만, 오히려 이를 대비하기 위한 또 다른 스펙 준비 부담에 취준생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올 한해 2만 명의 신입사원 채용 예정인 공공기업은 NCS 채용을 필수로 한다. 이로 인해 서점가나 학원가에서는 공기업 NCS 수험서, 관련 특강이 증가하는 추세다. ‘스펙 대신 능력’을 중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NCS가 또 하나의 스펙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3월 중순 NCS 기반 채용을 인지하는 20~34세 구직자 510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 절반(44.5%)가량이 채용준비 시 가장 우선으로 NCS채용을 대비한 직무경험 쌓기에 1순위 노력을 기울였다고 응답했다. 구직자들은 직무경험에 이어 입사지원서 작성(19.2%), 직업기초능력 필기평가 준비(15.5%), 직무수행능력 필기평가 준비(13.5%), 직업기초능력 면접평가 준비(3.3%), 직무수행능력 면접평가 준비(1.9%) 순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응답했다.

NCS는 구직자들이 현장 경험보다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세태를 개선하겠다며 정부가 2002년 개발한 시스템이다.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ㆍ기술 등의 능력을 국가가 산업별ㆍ수준별로 표준화해 정리했다. NCS는 4월 기준으로 24대 직업 분야의 897개의 직무로 구분돼 있으며 공공기관 채용에는 2014년에 처음 도입돼 인사와 재직자 훈련 등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취준생들과 전문가들은 입사하지도 않은 신입사원의 직무 역량을 테스트하는 NCS 채용에 대해 ‘탈스펙’ 채용이 아닌 ‘더블 스펙’ 채용’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아는 선배가 ‘학점 3.5, 토익 560점’임에도 불구하고 NCS 채용을 하는 OO 공사에 합격했어요. 누가 봐도 평균 이하의 스펙을 가진 그 선배가 어떻게 OO 공사에 합격했을까요?” (박지훈·24·가명)

박씨가 문답했다. “스펙 대신 내 놓을 수 있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알고 보니 그 선배는 금융이나 재무와 관련된 자격증은 없지만, 지원하는 회사의 재무자료를 꼼꼼히 살피고, 과거 추이와 미래 전망을 자신만의 의견을 담아 리포트로 만들었더군요.” 박씨의 선배는 리포트 자료를 만드는 데만 꼬박 이주일이 걸렸고, 수일 간 밤샘작업을 하는 등 품을 많이 들였다고 전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학점 3.5, 토익 560점’ 이라는 스펙에도 OO 공사를 붙게 해준 ‘또 다른 스펙’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박씨의 선배처럼 NCS를 준비하는 것이 취업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관계자는 “NCS는 무분별한 스펙 쌓기라는 관성을 없애기 위해 정부에서 제시한 기준이다. 그러나 취준생들은 단지 또 하나의 스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실제로 NCS 전문 사교육 시장도 생겼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취업준비생들은 NCS 채용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올해 구직활동을 한 취업준비생 1255명을 대상으로 ‘스펙 초월 채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취업 준비생의 66.5%가 이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NCS는 실무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또 다른 스펙을 쌓아야 하는 걱정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NCS기반 채용 시 직무역량 평가 그 자체에 그치기보다는 ‘발전 가능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재학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장은 취준생들에게 “지원자의 역량과 직무 적합성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경험과 스토리에 가산점을 둬 NCS가 취준생들에게 또 다른 스펙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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