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일 "대형 병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겠다"며 연설한 것을 두고 연일 ‘진땀 해명’을 이어가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2017 사립유치원 유아교육자대회’에서 “대형 공립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고 사립 유치원에 대해선 독립운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단체와 학부모들은 “선호도가 높은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한다는 것은 가당치 않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른 대선후보들 역시 “유치원 공교육화에 찬성하면서 단설 유치원 설립을 억제하겠다는 건 ‘모순’ 아니냐”는 등 날 선 반응이다.
먼저 단설·병설 유치원은 모두 사설보다 저렴하고 신뢰도가 높은 국·공립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단설 유치원은 국가 임용고시를 통과한 교사와 유아교육을 전공한 원장이 근무하며, 단독 용지에서 별도 건물을 사용한다. 병설 유치원의 경우, 초등학교 내에서 운영되고 초등학교 교장이 원장을 겸직한다. 이들은 사립보다 원비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지난해 국·공립 유치원 경쟁률(서울 기준)은 4.8대 1로 사립(1.7)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이에 따라 안 후보는 이날 24.2%(지난해 기준)였던 공립 유치원 이용 비율을 40%까지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다만 부지확보와 건물 건립 등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대형 단설 유치원 대신, 병설 유치원과 작은 단설 유치원을 중심으로 신설하겠다는 내용이다. 안 후보는 "대형 단설 유치원의 경우, 거리가 멀어 학부모 친화적이지 않고 여러 국가재난상황에 대응이 어렵다. 또 주위 소규모 유치원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보다는 전국 초등학교에 병설 유치원 6000개 학급을 추가 설치해 공립 유치원 이용률을 더욱 늘리겠다”고 밝혔다.
사립 유치원의 독립운영도 보장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안 후보는 "특성에 따른 운영은 보장하되, 교육은 국가가 책임지는 공교육 체계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국·공립과 사립 유치원 간의 교육적 차별을 해결함으로써 출발선을 평등하게 만들고자 하는 유아교육 정책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에 국·공립 유치원 교사들은 즉각 반발하며 공약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병설이든, 단설이든 국·공립 유치원 확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공립 유치원 연합체인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12일 성명을 통해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은 단설 유치원 확대 자제 입장을 철회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립 유치원 이용률을 40%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은 환영하지만, 기준도 모호한 '대형' 단설 유치원 설치를 자제하겠다는 것은 국민적 요구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몇몇 교육계 인사들 역시 안 후보가 민감한 사안에 대한 공약을 너무 간단하게 던진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학부모가 자주 찾는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안 후보의 유치원 교육공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게시글이 올라오자 학부모들의 댓글 수백개가 달렸다. 한 학부모는 댓글을 통해 “단설 유치원은 병설보다 규모도 크고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들어가긴 ‘하늘의 별 따기’”라면서 “이런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겠다는 것은 국·공립 유치원 실상과 학부모 마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 공립 유치원 4693개 원 가운데 단설 유치원은 305개 원(6.5%)으로, 대부분 병설 유치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립 유치원의 독립운영 보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앞으로 백 년을 위한 초석이자 근본인 만큼 더욱 신중하게 생각하고 진행해야 하는데, 사립 유치원 업계의 표심을 얻기 위해 ‘단설 자제’를 언급한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와 반대로 안 후보의 공약에 공감하는 의견도 있다. 한 누리꾼은 “안 후보의 공약은 유치원 과정 자체를 공교육화하겠다는 것이 주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형이 아닌 일부 작은 단설 유치원은 유지하되, 병설을 늘려 국·공립에 다닐 수 있는 확률을 늘리고, 부족한 교육은 국가가 보장해주는 형태로 가야 한다는 게 이 공약의 요지”라며 “정책적인 논란거리긴 해도 무작정 비난할 일은 아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런 논란은 13일 열린 TV 토론에서도 계속됐다. 이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안 후보를 향해 “유치원 공교육화에 찬성하면서 단설 유치원 설립을 억제하겠다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대형 단설 유치원 설치 비용을 추산해 보면, 서울 지역의 경우 100억~200억원이 훌쩍 넘어가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며 “(반면 병설 유치원은) 이미 초등학교 시설이 있고 인력이 있어 추가로 투입할 비용이 많지 않아, 시간과 비용적인 측면을 따져봤을 때도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보다는 병설 유치원 증설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반박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안 후보에게 "사립 유치원 원장들 계시는 자리에 가서 너무 그쪽에 (듣기 좋게) 말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안 후보는 "그렇지 않다"며 "유치원을 공교육화해야 하는데 모자란 부분은 국·공립으로 채워야 하고, 단시간 내에 이뤄지려면 병설 유치원을 지어야 한다"고 답했다. 유 후보가 '단설 유치원을 제한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재차 묻자, 안 후보는 "사립 유치원 원장들도 공교육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뉴스 이슈·생활
安 “단설 유치원 신설 자제” 발언 두고 연일 ‘진땀 해명’⋯ 일파만파 커지는 논란
-일부 단체∙학부모들 “단설이든 병설이든 국·공립 확충 필요해”
-安 "병설 획기적으로 증설해 유치원 공교육화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