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의 학습 원포인트 레슨] 공부한 것 설명하기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4.14 09:28
  •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누군가에게 설명해본 적이 있는가? 정말 제대로 알고 할 수 있지 않고서는 설명을 똑바로 할 수는 없다. 특히 공부한 내용을 설명하는 것은 자신을 평가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다. 말로 해도 좋고 글로 써도 좋다. 중요한 것은 설명을 위한 설명이 아니라 진짜 내가 충분히 내용을 숙지하거나 이해해서 자기화 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가 이다. 사실 이런 방식이 평소에 공부하는 학생은 매우 드물다. 다들 진도 뽑느라 바쁘고 자기가 아는지를 점검하기 보다는 하나라도 더 문제풀기 바쁘니까. 그러고는 문제 풀면 다 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사실 그게 제일 편한 방법이긴 하다. 그러나 정말 설명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지식이 되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자기 지식이 아닌 실력은 시간이 지나면 언제든 사라지게 된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설명하고 되새기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서 보충한다. 화이트보드에 적거나 노트에 적거나 말로 설명하거나 심지어 집의 유리 창문에 쓰는 학생들도 있다. 공부한 것을 설명하는 것은 일종의 출력의 과정이다. 잘 입력되었는지 여부는 역시 출력을 해봄으로서 확신할 수 있다. 문제만 푸는 소극적인 출력으로는 확실히 내가 아는지 할 수 있는지 장담할 수 없다. 설명이라는 방법이 결합되어야만 확실하게 알고 할 수 있다는 것까지 확인된다.
    설명의 대상은 그날 공부한 것들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가장 표준적이지만 가급적이면 이전에 공부한 것을 가지고 하는 것이 확실하다. 방금 공부한 것은 아무래도 내 지식으로 숙성되기 전에 출력하는 것이므로 잘 되더라도 확실히 내 것이라고 보는데 무리가 있다. 따라서 전날이나 전전날 공부한 내용을 플래너에서 찾아서 이에 관한 설명을 해보자.

    예를 들면 국어의 경우 문법을 공부했다면 문법사항에 관해서 정리노트를 써보는 것도 좋다. 맞춤법 중에 헷갈렸던 것을 정리해 봐도 된다. 물론 책을 보지 않고 핵심사항을 떠올려서 말이다. 속담이나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사전을 찾아본 것이라면 그 뜻을 적어도 좋다. 시나 소설의 핵심사항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다. 시의 주제나 운율, 심상, 어조, 시적화자, 시어의 함축적 의미도 좋다. 소설의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을 요약적으로 써 봐도 좋다. 인물의 성격이나 갈등, 갈등의 원인, 해소 과정을 적어보자. 논설문이나 설명문이라면 지문을 중심으로 서론-본론-결론을 나눠보는 것도 좋고 주제나 주장, 근거, 설명방법이나 키워드, 중심내용의 요약, 중심문장을 적어 봐도 좋다. 정답이 헷갈리는 문제였다면 답에 도달하기 위해서 구분하는 논리나 지문 안에서의 근거를 떠올리는 것도 매우 좋다. 시험에 나올 것 같은 왠지 모르게 중요해 보이는 내용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영어는 문법사항이 포함된 예문 중에 중요하거나 어려웠거나 특이했던 사항을 떠올려서 적어보자. 문법사항을 나만의 방식으로 외우는 방법을 적어도 좋다. 독해에 적용할 때 주의해야 할 포인트를 적어볼 수도 있다. 단어는 공부한 단어 중에 하나의 단어가 여러 개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를 떠올려서 적어보자. 명사형 형용사형 부사형이 특이하거나 동의어 유의어 파생어 들이 많이 나오는 단어도 좋다. 독해지문은 문제를 풀다가 답을 잘못 골랐을 때 뭘 주의해야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지 나만의 방법을 적어보자. 독해 지문에서 나오기만 하면 해석이 잘 안 되는 문장의 스타일을 적어보고 전략을 세워보는 것도 좋다. 듣기는 딕테이션(받아쓰기)을 했을 때 유독 잘 안 들렸던 단어나 표현을 적어보자.

    수학은 역시 제일 어렵고 안 풀렸던 문제를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나중에 그 문제를 다시 만나면 어떻게 아이디어를 발상하여 떠올릴 것인지 부터 풀이과정이 하나하나 전개되는 이유와 답이 나오는 과정까지 모두 적어보자. 어렵다고 느꼈던 이유와 해결가능하게 된 포인트도 떠올려보면 좋다. 개념이라면 정의 정리를 써보거나 공식을 유도하는 것은 기본이다. 만약 어떤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어느 챕터를 복습할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와 과학은 공부한 것 중에 내용적으로 핵심사항이 무엇이었는지 말하거나 적어본다. 혹은 핵심내용들을 정리해 봐도 좋다. 물론 책을 보지 않고 떠올려서 말이다. 안된다면 안 된다고 적어두는 것도 차후의 공부를 위한 좋은 작업이다. 학습목표를 이용해서 그 답을 적어보거나 말하는 것도 요령이다. 사회는 그림이나 지도 도표 등의 의미를 말해도 되고 과학은 실험의 과정이나 원인-결과, 그래프의 도출과정 쓰기나 그리면서 설명해보기, 공식의 이해도점검을 위한 유도나 설명하기도 좋다.

    오늘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설명하기를 해보면 오늘 공부의 질적 완성도나 집중도를 판단하는데도 좋다. 보통 플래너를 사용해서 공부를 평가하면 양적완성도만 체크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공부는 양도 중요하지만 질도 중요한데 말이다. 10문제 중에 7문제를 풀었다면 70%의 양적 완성도이지만 그 7문제 중에 자기 전에 다시 설명해가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몇 문제일지 생각해보자. 그게 질적 완성도이자 오늘 공부에 집중한 정도의 바로미터다. 영단어 50개를 외웠다면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중에 기억나는 것을 꼽아보자. 그 비율이 질적 완성도다. 바로 이런 질적 완성도가 쌓인 결과물이 시험성적이다.

    공부 잘하고 싶은 아이들이 설명하기에 시간을 쓰지 않고 스스로에 대해 안다고 믿어버릴 때,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설명을 해봄으로서 아는지 모르는지 아는 느낌 내지 익숙한 것은 아닌지 점검하고 있다. 결국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이런 자세의 차이에서 온다. 공부를 떠나서 삶에 대한 태도의 차이다. 누가 더 좋은 강의를 듣거나 좋은 강사를 만나서가 아니란 말이다. 만약 여러분이 우리 학교 전교1등의 24시간을 관찰할 수만 있다면 결코 나는 해도 안되 라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자신의 공부 아니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나서는 함부로 공부했는데 안된다는 말을 하기 어렵다. 아 내가 안 해서 안 됐구나 나도 하면 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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