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의 초등포트폴리오 코칭] 초등독서, 발달 단계에 맞는 독서활동이 필요하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4.13 09:29
  • “미래는 예측(predict)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imagine)하는 것이다. 한국 청소년은 한국이 아니라 세계라는 시각에서 정보를 끊임없이 습득해야 한다. 미래에 대해 상상하기 위해서는 독서가 가장 중요하다. 미래를 지배하는 힘은 읽고, 생각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능력이다.”

    <제3의 물결>, <부의 미래> 등을 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그가 한국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한 이야기이다. 그는 스스로를 독서기계라고 칭할 정도로 책을 좋아했다.

    여섯 자녀를 모두 엘리트로 키운 전혜성 박사 역시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녀들을 책 읽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릴 때부터 습관을 들여야 하므로 아이들을 키울 때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거실은 물론 아이 방 등에 책과 함께 책상 18개를 두었다고 한다.

    이렇듯 책 읽기가 유익하고 꼭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지난 회에 강조한 창의적체험활동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서 독서는 필수요소이다. 체험활동이 직접 경험의 영역이라면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수많은 경험들을 간접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독서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 중요한 독서를 어떻게 해야 효율적일까? 초등독서와 중・고등학생의 독서법이 달라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발달과정에 있다. 중・고등학생은 성인에 가까운 이해력과 사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배경지식만 갖추고 있다면 어떤 책이든 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생은 성장에 따라 발달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발달단계에 맞는 독서를 해야 한다.

    1) 초등 저학년 - 구체적조작기
    프뢰벨의 인지발달이론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은 구체적조작기(7~11세)에 속하며 그 전 단계인 전조작기와는 확연히 다른 발달을 보인다. 예를 들어 초등 저학년이 되면 전체의 논리적 관계, 상하의 위계적 관계를 이해하는 유목화를 서서히 할 수 있게 된다. 유목화를 아직 할 수 없는 유아들은 지도를 그릴 때 자기가 사는 곳은 가장 넓게 그리고, 그렇지 않은 곳은 작게 그린다. 아직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데다 전체의 논리적 관계, 즉 지도 상에서는 크고 작음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등 저학년으로 갈수록 유목화를 할 수 있게 되고, 또 이와 동시에 같은 양의 질량, 부피가 모양이 변해도 양은 변하지 않는다는 보존개념까지 갖춰져 정확한 지리, 지도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초등 3학년 교과과정부터 사회과목이 들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2) 초등 고학년 - 형식적조작기
    형식적조작기에 들어서는 11세 이후인 5~6학년 때는 추상적 사고가 가능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 뿐 아니라 추상적인 관련성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되며 현상에 대해 연역적, 체계적으로 여러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자료를 수집하여 문제해결에 도달하는 가설연역적 추리가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5~6학년 때는 시각을 넓힐 수 있도록 세계사, 사회문제를 다룬 책, 비평이 담긴 책, 한 가지 주제에 심도 있게 접근한 책 등을 읽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 초등 발단 단계에 맞는 독서를 하라

    이렇게 달라지는 발달단계를 독서와 연관시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직 시공간 개념이 잡히지 않은 1~2학년 때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오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소설책을 읽힌다면 아이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때는 시간의 순서대로 이야기가 흐르는 창작동화를 읽히는 것이 좋으며, 사회관련 도서라면 구체적인 사물, 한 가지 주제를 다룬 책을 읽히는 것이 더 유익하다. 역사책을 예로 들면 <창덕궁(웅진주니어)>, <어린이가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시공주니어)>처럼 구체적 역사적 유물에 대해 보여주고 설명해 주는 책이 좋다.

    이렇게 배경지식을 쌓았다면, 유목화가 가능한 3학년 때는 구체적 유물이 주제에 맞게 분류되어, 설명되어 있는 <그래서 이런 문화유산이 생겼대요(길벗스쿨)>과 같은 책이 좋다. 이런 책을 읽히면서 다양한 정보도 얻게 하고 주제별로 정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시공간 개념, 서열화 개념이 확실하게 생기는데 이때부터는 시간적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는 <한국사 편지(책과 함께 어린이)>와 같은 책을 읽혀 역사적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면 배경지식과 함께 흐름까지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발달단계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자녀에게 무리하게 어려운 책을 읽히거나 너무 많은 책을 읽힌다면 다 이해하지도 못할뿐더러 책에 대해 반감을 가지게 되므로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하지만 발달단계에 맞춰 읽히면 배경지식을 차근차근 쌓고, 그것을 정리하여 자기 것으로 만든 후 토론하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까지 갖추게 된다. 그러므로 성인에 가까운 중・고등학생의 책읽기와는 달리 초등학생의 책읽기는 발달단계에 따라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 다음 회에서는 구체적으로 독서 활동을 독서포트폴리오로 연결시키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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