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대학 입시서 전공 학과 따로 없는 ‘무학과’ 선발 는다는데…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4.10 16:03

-학과 정원 없앤 포스텍, 2018 정시서 전원 자유전공 선발 이화여대 등
-입시전문가 “시장논리 불구, 2019년 대입서 무학과 선발 늘어날 것”

  • 조선일보 DB.
    ▲ 조선일보 DB.
    대학가에서 신입생을 전공 학과가 따로 없이 여러 학문을 공부하도록 하는 ‘무(無)학과’ 선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순 이화여대와 포스텍이 대입에서 무학과 선발(이하 통합선발) 계획을 발표했으며, 최근 중앙대도 2018년부터 일부 정시 모집 인원을 단과대학 단위로 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학생들을 전공에 관계없이 선발해 입학 후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선발이 주목받고 있다. 한성대는 2017년도 정시모집에서부터 통합선발을 적용, 학생들이 희망하는 전공을 100% 반영하고 있다. 올해 한성대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모집단위 및 학부 광역화로 1학년 때는 단과대학·학부 체험을, 2학년부터는 인문·예술·사회과학·공과대학 중 자신에게 적합한 트랙을 선택하게 된다.

    안상욱 한성대 입학팀장은  “인문·자연계 구분 없이 수능 100%로, 자율전공 개념으로 광역화해 신입생을 뽑는다. 학생들이 어떤 학부를 선택해 지원할지 미리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며 “입시 변화를 통해 학생에게 전공 선택권을 부여하고, 대학 입장에서는 단대·학부 간 경쟁을 유도해 사회적 요구와 산업 수요에 맞춘 학사구조 개편을 진행할 수 있는 기틀로 삼을 계획”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화여대 역시 내년 입학생부터 정시 수능 전형 합격생이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포스텍은 올해 입시부터 학과 정원을 없앤다. 신입생 전원을 학과 구분없이 단일계열로 뽑아, 2학년 때 학생이 원하는 학과로 100% 배정한다. 학생 선택에 따라 학과 정원이 결정되는 셈이다.

    중앙대는 2018년 입시부터 ‘전공개방제’를 시행한다. 전공개방제는 2016년 입시에서 시행한 ‘광역모집제’를 일부 수정해 만들어졌다. 학교는 전공이 아닌 단과대학 단위로 정시 모집 신입생의 20%를 선발한다. 학생들은 2학년 때 성적순으로 전공을 배정받는 형태다. 대학은 2018년 전공개방제를 경영경제대학과 창의ICT공과대학 등 단과대 두 곳에서 실시하고 2019년 확장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대학들은 정시모집에서 학과별로 미달될 우려 없이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라고 강조한다. 대학 입학 관계자들은 “수시의 비중이 높은 지금 입시 흐름에서 (대학이) 정시에서 우수 학생을 유치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며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할 때 미리 학생들을 선점하기 위해 통합선발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학의 학과 구조조정을 위한 선제조치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지금도 비인기 학과는 강제 구조조정 당하는 것처럼 통합선발을 한다면 취업에 유리하지 않은 학과는 전멸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후에 통합선발 학생들의 전공 선택이 학과 구조조정의 객관적인 근거 데이터로 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9학년도 입시부터는 대학들의 (통합선발) 방안을 다른 대학도 따라가지 않겠는가”라면서 “눈치만 보던 학교들도 (통합선발의) 성패를 보고 해당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의 전공이 학문 자체보다는 인기 위주로 선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앙대 일부 교수와 학생들은 “전공개방제의 모태인 광역모집제(통합선발)는 시장논리로 무장한 기업이 돈이 안 되는 비인기 학과를 자연 도태시키는 방법으로 고안해낸 것”이라고 반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 역시 “맞춤형 교육이 필요한 시대지만 정작 순수학문을 선택하려는 학생들의 경우 예기치 않게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공학과가 사라지는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강현 이강학원 대표원장은 “특정 학과에 쏠림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공대나 경영대 등 최근 인기학과로 학생이 몰리는 것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