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의 초등포트폴리오 코칭] 일회성 체험활동을 의미 있는 활동으로 만들기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4.06 09:33
  • “지난번에 엄마랑 어디를 다녀오긴 했는데 이름이 뭔지를 모르겠어요.”

    “부산에 가긴 갔었는데 뭘 했었는지 기억이 안 나요. 먹었던 것밖에 생각이 안 나요.”

    아이들과 독서수업을 하다 보면 여행 다녀온 이야기, 주말에 놀러 갔다 온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런데 몇 주 뒤에 그 이야기를 글로 쓰라거나 다시 이야기 나누려고 하면 아이들은 이미 잊어버린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수많은 부모들이 주말이 되면 ‘이번 주말엔 뭐 할까?’를 고민한다. 계절마다 수많은 축제가 열리고 있고, 특색 있는 박물관과 전시관도 많이 있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 부모들은 주말마다 놀러 갈 리스트를 짜고, 미리 예약을 한다. 인기 있는 체험활동은 이미 오래 전부터 마감이라 미리 서둘러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여행을 하고, 체험활동을 시켰는데 아이들은 왜 잘 기억하지 못할까? 기억이란 경험한 것이 뇌 속에 어떤 형태로 저장되었다가, 나중에 의식세계로 꺼내져 재생 또는 재구성되어 나타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러한 기억은 저장 기간에 따라 수초 동안만 기억되는 ‘즉각적인 기억(단기기억)’, 며칠 정도 지속되는 최신기억, 수개월에서 길게는 평생 동안 지속되는 ‘장기기억’ 등으로 세분된다. 체험활동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느냐 만들지 못하느냐는 것은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느냐 ‘단기기억’으로 저장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 내 아이에게 맞는 체험활동이 장기기억에 남는다

    부모만 뿌듯한 체험활동이 아닌, 아이가 체험활동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나아가 다음 활동을 계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질 높은 체험활동이 되게 하려면 다음의 몇 가지를 꼭 염두해 두자. 

    첫째, 체험활동에 대한 동기가 ‘부모’에게 있어서는 안 된다.
    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파악하지 않고 부모 기준에 맞추어 체험활동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일정에 따라, 부모 욕심에 체험활동을 결정한다면 오늘 사과가 먹고 싶은 아이에게 딸기가 제철이니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장기기억을 관장하는 뇌의 부위는 크게 해마와 편도를 포함하는 측두엽 내부, 간뇌의 핵 등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편도는 감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강한 감정과 관련된 기억은 아주 오랫동안 저장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과를 먹은 경험은 오래 기억에 남겠지만 먹으라고 해서 먹은 딸기는 금방 잊히는 것이다. 체험활동도 ‘아이가 하고 싶은 것’,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기준을 두고 선택해야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다.

    둘째, 체험활동을 아이와 관련 있는 활동으로 조직화해야 한다.
    장기기억도 여러 요인에 따라 재생되는데, 서로 관련이 있는 정보를 조직화할 때 더 잘 재생된다. 특히 체험활동의 경우 나와 관련이 있는 정보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내가 배운 것’, ‘내가 궁금했던 것’ 등으로 연관시킬 때 아이는 흥미도 생기고 더 집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아이가 요즘 학교에서 배우는 것, 흥미를 보이는 것과 연관 지어 체험활동 스케줄을 짜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아이가 좋아하는 과목으로 서로 연결하여 조직해 보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미술과 관련된 활동들을 체계적으로 조직해 계획을 세워 활동을 하게 하면 서로 연결되어 더 잘 기억할 수 있고, 더 심화된 체험활동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셋째, 체계적인 체험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체험활동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려면 3박자가 맞아야 한다. ‘사전활동, 본활동, 사후활동’ 이 세 가지가 잘 어우러져야 기억에 남는다. 사전활동은 준비단계로 명확한 주제를 정하고, 장소나 체험활동을 정한 후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이다. 아이가 진짜 궁금해하고, 하고 싶고,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사전에 아이와 질문하고 대답하며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활동은 체험단계에서 직접 체험하고 알아갈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문제를 찾고 탐구하고 해결하는 과정이다. 아이 수준과 관심을 고려하여 활동을 해야 본활동의 경험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사후활동은 체험활동을 통해서 얻은 경험을 다양한 형태로 정리해 두는 것이다. 그리기, 책 만들기, 감상문 쓰기, 보고서 쓰기 등 체험활동과 연관된 활동을 정해 기록해 두도록 한다.

  • ◇ 체험활동 정보를 제공하고, 아이가 선택하게 하자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 위주로 하다 보면 한 가지 주제로 치우칠 수 있다. 초등학생 시절, 아이의 꿈은 수시로 바뀔 수 있고, 재능도 다양한 분야로 계발될 수 있으므로 부모는 다양한 체험활동 정보를 알려주어 아이의 선택을 이끌어주는 것이 좋다.
    자유학기제 실시로 다양한 체험처가 생겨나고 있다. 교육부가 올해 점검한 공공부문 체험처는 총 1659곳, 프로그램 수는 총 3009개, 운영횟수는 3만 6661회로 집계되었다. 이후 더 많은 체험처와 프로그램이 확보될 전망이며, 이와 함께 초등학생들을 위한 체험처와 체험활동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초등학생을 위한 체험활동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우선 창의인성교육넷 www.crezone.net 사이트의 CRM을 적극 활용해 보자. CRM이란 창의적체험자원지도(Creative activity Resource Map)의 약자로 전국의 다양한 창의적 체험활동 정보와 창의‧ 인성 교육 전문자료 등을 모아놓은 것을 말한다. 교육부 진로체험지원전산망 꿈길 www.ggoomgil.go.kr에서는 다양한 진로체험에 관한 정보와 진로체험 안전동영상, 교육기부 진로체험기관 인증현황을 볼 수 있다. 놀토서울공식사이트 유스내비 www.youthnavi.net를 통해서도 다양한 체험활동을 검색할 수 있다. 이런 사이트에서는 검색창에 대상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초등학생으로 검색하면 지역별, 활동별 초등학생을 위한 체험을 찾아볼 수 있다.

    자원봉사를 찾아보려면 다음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자원봉사포털 1365 www.1365.go.kr ,  두볼- 청소년자원봉사 dovol.youth.go.kr 사이트에서는 원하는 자원봉사를 검색할 수 있다. 사회복지 자원봉사인증관리시스템 www.vms.or.kr과 자원봉사포털 1365사이트를 이용해 봉사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확인도 가능하다.

  • 다음 회에는 창의적체험활동과 함께 부모가 관리해 주어야 할 독서활동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이와 더불어 초등학생의 독서 방향과 독서포트폴리오 작성법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