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심의 없이 진행한 교육부 SNS·미디어 활용 자살예방교육 '논란'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3.29 16:29
  • 교육부가 생명존중교육을 위해 만든 '내가 나에게 전하는 생명사랑 메시지' 동영상의 한 장면.
    ▲ 교육부가 생명존중교육을 위해 만든 '내가 나에게 전하는 생명사랑 메시지' 동영상의 한 장면.
    교육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학생 자살예방 교육인 SNS를 활용한 미디어 캠페인이 보건복지부의 심의를 받지 않은 채 진행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올해 초 스스로 삶을 마감한 초중고교생이 21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교육 당국의 자살예방 교육에 대한 철저한 검증 시스템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신학기 긴급 안전현황 점검’ 회의를 발표하면서 초중고 자살률이 심각하다 판단, 이를 위한 사후조치로 생명존중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생명존중교육의 중심 콘텐츠로 ‘내가 나에게 전하는 생명사랑 메시지’와 ‘말끝에 잘을 붙여 보세요(말미잘)’ 동영상을 만들어 페이스북, 유튜브 등 미디어·SNS 매체를 통해 지난해 11월부터 배포했다.

    교육부의 ‘생명사랑 캠페인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자체적으로 뽑은 학생 500명과 학부모 500명 총 1000명에게 지난 1월 10일부터 16일 동안 캠페인에 대한 선호도를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71.8%가 호감을 표현했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올해도 미디어와 SNS 자살예방 관련 교육캠페인을 확대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더는 자살과 생명에 대한 교육이 교과 학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판단 아래 미디어와 SNS를 활용한 교육을 지난해부터 실시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교육부는 2007년도부터 청소년 자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 자살예방 관련 교육을 기초 상담에서부터 실시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 당국에서는 정부의 ‘자살예방종합대책’에 따라 청소년에게 가장 알맞은 자살예방 교육을 찾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다 찾은 방법이 미디어 활용이었다. 요즘 아이들에게 친근한 SNS로 삶 속에 생명 존중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한 교육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두 콘텐츠는 보건복지부의 심의를 통과한 자료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콘텐츠 내용은 주로 ‘자기 자신을 안아주는 학생’, ‘이어폰을 옆에 있는 학생에게 끼워 주는 학생’, ‘괜찮아’, ‘나, 너가 아닌 우리’ 등을 강조하는 내용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비록 보건복지부의 심의를 받지는 않았지만, 학교현장의 교육전문가와 정신보건 전문가들이 모여 만들었기 때문에 공공성이 보장되는 자료”라며 “보건복지부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교육부 내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디어와 SNS를 활용한 자살예방 캠페인일수록 보장된 콘텐츠를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방향 교육이 아닌 집단지식이 어우러져 있는 뉴미디어를 활용한 교육일수록 검증이 심화돼야 한다”며 “특히나 생명과 인명, 자살 관련 콘텐츠를 다룰 때 있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쌍방향이라는 특성도 고려한다면 댓글, 공유에 대한 모니터링도 매우 철저해야 한다”라며 “자살뿐만 아니라 일반 글에 대한 댓글 관리도 어려운 상황인데, 자살에 대한 댓글 관리가 될지는 물음표”라고 지적했다.

    교육 당국이 스마트폰을 사용을 자제하라고 주장하면서 미디어를 통해 교육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중고등학교뿐 아니라 초등학교까지 스마트폰에 빠진 학생들 때문에 몸살을 앓는 상황에 자살예방 교육을 SNS를 통해 한다는 것은 교육 당국이 ‘약 처방을 준다면서 도로 병도 주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생명에 대한 교육만큼은 학교 현장에서 녹아나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곽 교수는 “생명은 굉장히 예민한 문제다. ‘자살 예방 캠페인’, ‘생명 존중 캠페인’이라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어색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일반 수업시간이 아닌 특별자치활동 시간 등을 활용해 학생들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나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