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팟’ 종료…오락가락 정책으로 수백억원 날린 교육부
김세영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3.24 17:27
  •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학교에 보낸 공문.
    ▲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학교에 보낸 공문.
    수백억 원 들여 만든 교육 시스템 ‘에듀팟’이 오는 2018년 2월 서비스를 종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스템은 한때 학생 70만여 명이 가입했으나,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받아 전형적인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각급 학교에 공문을 발송해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에듀팟 서비스를 내년 2월 종료할 예정이니 관련 의견이 있으면 제출하라’고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에듀팟은 교육부가 지난 2010년 학생들이 봉사 등 창의적 체험 활동을 직접 써 넣고 대입 전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교육 정보 지원용 웹사이트다. 감사원은 지난 7일 “교육 정보 시스템 구축 및 운영 실태 감사 결과, 사장(死藏)되다시피 한 에듀팟에 교육부가 매년 운영·유지 보수비로 16억원이나 투입하고 있다.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운영을 중단하고, 기존 하드웨어와 상용 소프트웨어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시스템 구축에 200여억원유지비만 매년 16억원

    에듀팟의 등장은 화려했다. 교육부가 2010년 봉사·동아리 등 창의적 체험 활동을 학생이 직접 기입할 창구를 만들고 이를 포트폴리오로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200억원 넘는 예산을 투입해 개발, 구축했다.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제(현 학생부종합전형) 활성화를 위한 수단이었다. 각 교육청은 매년 공문을 통해 학교에 에듀팟 가입 및 활용을 독려하고 교사 연수를 실시해 왔다. 2011년 에듀팟에 가입한 학생은 무려 70여만 명에 달했다.

  • 에듀팟 홈페이지 캡처.
    ▲ 에듀팟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에듀팟은 곧 ‘애물단지’가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에듀팟 자료를 받는 대학이 숙명여대·단국대·경희대 등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에듀팟 자료를 받지 않는 한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전국 고교 교사들을 만나 보니 활용도 편차가 너무 컸다. 시골 학교에서는 에듀팟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례도 있었다. 교육부 독려대로 에듀팟 자료를 받을 경우 형평성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에듀팟 자료를 받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포트폴리오를 이중으로 만들어야 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에듀팟을 활용하는 대학은 청주교대 한 곳만 남았다. 에듀팟을 활용하는 학생도 전체의 0.84%에 불과했다. 그나마 청주교대도 2018학년도부터는 에듀팟 자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대입 전형에서 에듀팟이 사실상 폐기된 셈이다.

    사용 과정이 간단치 않은 점도 문제로 꼽혔다. 로그인하거나 사용하려면 보안 프로그램을 다수 설치해야 했다. 올해 대학에 진학한 김예은(19)양은 “몇 년 전 에듀팟에 활동을 기록하려고 해봤지만, 보안 프로그램에 막혀 제대로 사용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담임교사가 로그인해 학생이 기재한 사항을 일일이 인증 및 확인하도록 한 절차도 번거로웠다. 에듀팟 활용도는 현저히 낮아졌으나 유지비는 매년 16억원씩 투입되는 상황이다.

    ◇수백억 원짜리 사업 날려도 책임지는 사람 없어

    교육부 관계자는 “에듀팟 중단은 확정된 게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이 각 학교에 에듀팟 운영에 관한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폐지 예정’이라는 표현이 잘못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도장만 찍지 않았을 뿐 폐지는 기정사실 아니냐. 진즉 폐지해야 할 것을 질질 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종우 서울 양재고 진로진학부장은 “에듀팟은 전형적인 탁상행정(卓上行政)의 표본이다. 대입 정책이나 효용성과는 거리가 먼 시스템을 운영하면서도 학교 현장 이야기 듣는 과정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운영 시작한 지 몇 년 안 돼 없앨 시스템에 그동안 국가가 엄청난 인력과 물자를 낭비해왔다. 수백억 원을 날리게 된 상황에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