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책임지고 사퇴하라”⋯ 서울대∙인하대 학내 갈등 갈수록 ‘심화’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3.23 11:52
  • /서울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 /서울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최근 대학가에서 학교 운영 방식을 놓고 불거진 학내 갈등이 ‘총장 사퇴’까지 요구하며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걷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시흥캠퍼스 조성, 인하대학교는 천문학적 교비 손실 등으로 대내외적인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서울대는 지난 11일 교내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을 계기로 총장 퇴진 운동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시흥캠퍼스 설립에 반대하며 교내 행정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가던 서울대 학생들은 이날 학교 측이 행정관 이사를 강행하면서 대학직원들과 충돌했다. 학생들이 점거농성을 시작한 지 153일째였다. 당시 서울대는 교직원 400여 명과 사다리차 3대 등을 동원해 행정관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과 직원들이 각각 소화기와 소화전을 이용해 서로에게 분말과 물을 뿌리는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이날 이후 학생들은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학생들은 대학 내 민주주의를 짓밟은 성낙인 총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의 행정관 점거농성을 주도한 서울대 점거본부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낙인 총장 퇴진 촉구 서명에 학부생 5000명과 졸업생 1770명 등 총 6776명이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생들이 직원들의 구둣발 아래 쓰러졌다”며 “가장 큰 책임은 맨 뒤에서 뒷짐을 지고 이 상황을 지시 또는 방관한 성 총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대 학장단은 학생들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대치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모욕감을 준 언사를 퍼부은 것은 학생으로서의 도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단과대학장과 대학원장 22명은 15일 학내 서신을 통해 “본부 행정관 업무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이사를 하려고 한 것은 정당한 업무 집행이며, 오랫동안 행정관을 불법 점거하고 있던 학생들이 이를 막은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총장을 중심으로 하는 본부의 행정업무에 대해 방해하려는 시도를 용인해서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런 상황은 서울대가 2007년부터 추진한 국제캠퍼스 조성 사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는 학내 논란 끝에 지난해 8월 시흥시와 업무실시협약을 맺고 시흥시에 국제캠퍼스를 추진키로 했다. 이에 일부 학생들은 “교육적인 고려가 전혀 없는 수익성 사업”이라고 반발하며 지난해 10월부터 행정관을 점거해 농성하기 시작했다.

    현재 행정관 퇴거 사태로 쫓겨난 학생들은 계속해서 본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내달 4일 열리는 학생총회에 총장 사퇴에 대한 안건도 상정할 계획이다.

    인하대의 경우 교수들이 직접 나서 총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인하대 교수회는 22일 최근 학내 사태와 관련한 입장서를 최순자 총장에게 전달했다. 교수회는 입장서에서 "130억에 달하는 천문학적 교비 손실과 기습적인 연봉제 시행 공표 등에 대해 모든 단과대가 비판 성명을 발표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며 "교수 83%가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조치와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인하대는 지난해부터 교수와 학생, 총장 간의 극한 대립이 끊이지 않았다. 최 총장의 대학 운영 방식과 구조조정 강행에 반발해 집단 보직 사퇴와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학교발전기금으로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해운 채권을 매입했다가 130억원의 손실을 본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지면서 갈등의 불을 질렀다.

    인하대 교수 10명 중 8명은 최 총장이 즉각 퇴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인하대 교수회가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전임교원 8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471명 응답)한 결과에 따르면, 최 총장이 발전기금을 부실채권에 투자해 130억원의 손실을 낸 사태에 대해 총장으로서 도의적·실질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응답이 92.8%에 달했다. 교수의 82.6%는 최 총장이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도 답했다.

    한편, 인하대는 한진해운 공모사채 매입이 총장 책임 아래 이뤄졌으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인하대 재단(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과 무관한 결정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교수회는 오는 29일 대의원회, 내달 5일 총회를 열어 최 총장의 거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