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때 딴생각 나면 떨치려고 하기보단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3.19 11:00

-서울대 교육학과 박사학위 논문 결과

  • 조선일보 자료사진
    ▲ 조선일보 자료사진
    공부할 때 자꾸 딴생각이 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딴생각이 안 들도록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통념을 깨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서울대 교육학과 대학원 조아라씨의 박사학위 논문 '대학생들이 학습 중 겪는 딴생각에 대한 두 가지 대처전략의 효과 차이'를 보면 딴생각은 억제하려고 할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딴생각이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다른 데로 쓰는 생각'을 말한다. 연구에서는 '현재 진행되는 과제와 관련이 없고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생각ㆍ심상ㆍ느낌ㆍ기억'으로 정의됐다.

    연구는 대학생 100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딴생각이 발생하면 각각 억제 또는 수용해달라고 주문하고 이후 딴생각 발생빈도 등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여기서 '수용'은 딴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이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원래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 대상들이 실제 공부할 때와 최대한 비슷한 상황에서 딴생각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으로는 다소 어려운 소설인 러시아 작가 레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도록 했다. 딴생각 여부는 20분간 책을 읽도록 하면서 딴생각을 한 경우 손목시계 형태의 장치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확인했다.

    어떤 대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 대상들의 딴생각 발생빈도는 평균 12.06번이었다. 가장 적게 딴생각을 한 사람은 6번, 가장 많은 사람은 19번이었다. 연구 대상들이 주어진 시간에 읽은 단어는 평균 3186여개로 측정됐다.

    딴생각을 억제 또는 수용해달라는 주문을 시행한 이후 딴생각 발생빈도는 억제 쪽이 평균 13.50번, 수용 쪽이 6.75번이었다. 딴생각을 멈추겠다고 노력한 쪽은 딴생각이 늘어난 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쪽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억제 쪽이 읽은 단어양도 2928여개로 수용 쪽보다 오히려 줄었다. 딴생각을 받아들인 쪽은 3936여개 단어를 읽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불안 수준이 높은 학생일수록 딴생각을 억제하려고 했을 때 딴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딴생각을 억제하려 할수록 이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헤어진 연인을 잊고자 노력할수록 더 떠올리게 되고 잊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논문은 설명한다.

    연구를 수행한 조아라 박사는 "딴생각을 억제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면서 "학생들이 딴생각 문제를 호소하면 이를 멈추고 공부에 집중하라고 코치하기보다 공감해주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