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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과외·학원에만 맡기면 미래 없어"

곽수근 기자

2017.03.1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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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2] 자녀들 학원 안 보내고 키운 미래학자 이광형 카이스트 교수

"AI 시대 다가오고 있는데 기존 전문직 집착은 상투잡이"
"우리 아이만 뒤처질까 불안감… 부모가 견뎌내는 것이 중요"

이광형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석좌교수는 국내 처음으로 버튼을 누른 층에서 가장 가까운 엘리베이터만 움직이게 하는 '퍼지 엘리베이터'를 개발한 인공지능(AI) 전문가다. 방송 드라마 '카이스트'에 등장한 괴짜 교수의 실제 모델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미래준비위 위원장도 맡고 있는 미래학자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딸(35)과 아들(33)이 있는데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키웠다"고 말했다. 이 교수를 만나 그 이유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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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이광형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석좌교수는 사교육 없이 두 자녀를 키웠다. 그는“자녀와 함께 미래를 상상하며 설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왜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나.

"내가 공부해보니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닌 떠밀려 하는 공부는 효과가 없었다. 더구나 어릴 때부터 주입식으로 하면 금세 지치고 공부에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 스스로 하는 자립심,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진로도 각자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다. 딸은 국내에서 대학 졸업 후 가정을 꾸렸고, 아들은 혼자 미국으로 건너가 고교를 다닌 다음 중국에서 대학을 나왔다. 이 과정을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었던 힘은 주입식 사교육을 멀리 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다른 부모에게도 사교육을 시키지말라고 권하고 싶은가.

"물론이다. 더구나 시대가 달라졌다. 주입식 암기가 중요한 때가 아니다. 스스로 하는 자립심과 도전 정신을 키워줘야 AI 시대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건 사교육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자녀 교육을 과외나 학원에만 맡기면 미래는 없다. 남들 다하는 사교육 안 시키면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하지만 부모가 이런 사교육 불안감을 견뎌내는 것이 중요하다."

―강의할 때 사교육 받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차이가 보이나.

"사교육 경험 여부를 묻지 않아 누가 사교육을 받았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다만 수업 시간에 얌전한 학생들과 엉뚱한 말과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얌전한 학생들이 사교육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얌전한 학생들은 졸업 후 제 앞가림은 하는 정도에 그치더라. 엉뚱한 학생 가운데 졸업 후 창업해 큰 성공을 하는 것을 많이 봤다. 이런 것을 보면서 다소 엉뚱하고 창의적인 학생들을 격려해 그렇게 성장하도록 가르쳐야겠다고 느꼈다."

―AI 시대 일자리는 어떻게 전망하나.

"예전의 산업혁명과 달리 AI 시대는 소프트웨어 혁명이다.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는 추가 비용 들이지 않고도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이런 AI가 대체할 수 있는 직업군에선 인간이 설 자리가 없다고 봐야 한다. AI의 노동 대체율이 예상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전문직도 예외가 아니다. 환자들이 의사보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더 신뢰하는 시대다. 의사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의사·변호사 시킨다고 초등 저학년 때부터 선행학습 학원 보내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새로운 세상이 오고 있는데 기존 전문직에 집착하는 건 상투 잡으려 애쓰는 것과 같다."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AI 시대엔 학교 시험도 스마트폰 갖고 치르게 바뀔 것이다. 단순 지식 암기는 AI에 맡기고, 교육은 사회성을 키우고 창의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교육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대학도 지식 전달 중심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20년 후엔 학생이 곧 연구자인 연구 중심 대학만 남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인재가 필요한가.

"AI 시대엔 질문하는 인간이라는 뜻에서 '호모 퀘스처너(Homo-questioner)'가 절실하다. AI가 따라오지 못하는 능력이 인간의 창조력이다. 창조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창의성과 질문은 동전의 앞·뒷면 같다. 끊임없이 묻는 학생이 창의적인 이유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미래가 불안할수록 자녀와 함께 미래를 상상하며 설계하는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 상상해본 미래를 맞는 아이와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학원만 다닌 아이는 미래에 더 큰 차이가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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