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THE 아시아대학총장회의 현장 가보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의 역할은?"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3.15 16:43

-14~16일 국내 최초로 울산대에서 열려
-첫날 진행된 세계 총장 원탁회의, 총장 8명 등 견해 밝혀

  • 14일 울산 동구 현대호텔에서 열린 총장 원탁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손현덕 매일경제 논설실장, 카다르사 수르야디 인도네시아 반둥공과대학 총장, 박종구 초당대 총장, 부구욱 영산대 총장, 오연천 울산대 총장, 존 모건 THE 부편집장, 성낙인 서울대 총장, 김상동 경북대 총장, 김도연 포스텍 총장.(왼쪽부터) /조현호 인턴기자
    ▲ 14일 울산 동구 현대호텔에서 열린 총장 원탁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손현덕 매일경제 논설실장, 카다르사 수르야디 인도네시아 반둥공과대학 총장, 박종구 초당대 총장, 부구욱 영산대 총장, 오연천 울산대 총장, 존 모건 THE 부편집장, 성낙인 서울대 총장, 김상동 경북대 총장, 김도연 포스텍 총장.(왼쪽부터) /조현호 인턴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대학의 가장 시급한 개혁은 ‘교육과정 개정’입니다. 지난달 기준으로 미국 대학엔 450개가 넘는 IT과학과 데이터 과학(Data Science)에 대한 정규 학위 과정이 생겨났어요. 아시아 대학들도 이같은 새로운 현상에 주목해야 합니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

    “인터넷이 점차 발달하면서 교수가 알려주는 지식 대부분이 구글링(Googling:구글로 정보 검색하기) 2분이면 모두가 알 수 있는 내용이 돼버렸어요. 앞으로의 대학 강의는 교수들이 단순하게 지식을 전달해주는 것이 아닌, 젊은 세대들과 질문받고 이야기하는 대화(Dialogue)식 수업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움란 이난 터키 코크대 총장)

  • 총장 원탁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는 모습. /조현호 인턴기자
    ▲ 총장 원탁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는 모습. /조현호 인턴기자
    ◇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결합한 융합교육 실현해야

    14일 오후 4시 30분부터 울산 동구 현대호텔에서 '4차 산업혁명과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한 총장 원탁회의(Presidents Roundtable)가 열렸다. 영국의 고등교육평가기관인 THE가 16일까지 주최하는 아시아대학총장회의(THE Asia Universities Summit) 행사 중 하나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진행을 맡은 존 모건(John Morgan) THE 부편집장을 비롯해 오연천 총장, 성낙인 서울대 총장, 김도연 포스텍(POSTECH) 총장, 김상동 경북대 총장, 박종구 초당대 총장, 카다르사 수르야디(Kadarsah Suryadi) 인도네시아 반둥공과대학 총장, 움란 이난(Umran İnan) 총장 등 교육계 인사 10명이 참석했다. 1시간 반 동안 이어진 이번 회의는 모두 영어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원탁에 둘러앉아 돌아가며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상당수 참석자의 입에서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결합(Combine hardware with software)’과 ‘교육과정 개혁(Curriculum Change)’, ‘대화(Dialogue)식 수업’ 등의 다양한 내용이 쏟아져 나왔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오연천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한 대학의 중요한 역할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융합 교육’을 꼽았다. 오 총장은 “IT를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융합교육은 정말 중요하다”며 “소통 능력을 기르는 것도 융합교육을 실현하는 데 주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움란 이난 총장 역시 “과거 하드웨어가 기준이었던 교육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교육으로 초점을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움직임이 활성화되기 위해 먼저 경직된 교수진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수업이 단순히 교수가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젊은 세대들과 함께 질문하고 토론하는 대화식 수업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도연 총장도 대화식 수업에 대한 말이 나오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식 수업이 중요하단 말엔 적극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러나 아직 이런 방안을 도입하기엔 문제가 있어요. 현재 교수들은 일방적인 가르침엔 익숙한 반면, 학생과 대화하며 수업하는 것엔 서투르기 때문이죠. 앞으로 우리가 더욱 노력해야 할 숙제입니다.”

    ◇산업혁명이 몰고 올 어두운 면에도 대비해야

    참석자들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오연천 총장은 미래 사회를 낙관적으로만 바라보기 보단, 반대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는 경제∙사회적으로 극심한 양극화 문제를 겪고 있다”며 “이런 사회 속에서 고등 교육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김도연 총장 역시 4차 산업혁명으로 더욱 심화될 양극화 현상에 대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는 지난 50여 년간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심각한 경쟁 사회로 접어들었죠. 낙오자들도 많이 생겨났지만, 사회는 이들에게 무관심했고요. 앞으로 미래 사회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은 인간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배우는 인문학 교육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교양교육도 함께 배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철학, 인간에 대한 이해 등에 대한 교육과 과학 기술 교육이 균형을 이뤄야 4차 산업혁명의 어두운 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박종구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경쟁력을 가진 학생을 길러내는 것”이라며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기술을 가진 창의적인 학생을 배출하려면 ‘교양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시대에 맞는 교육과정 개혁도 필요해

    카다르사 수르야디 총장은 “시대에 맞는 교육과정 개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젊은 세대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수 있도록 대학교육 과정도 다음과 같은 3가지로 나눠 생각해야 합니다. 첫째, 젊은 세대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취업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졸업 후 전공 공부를 계속하길 원하는 학생들을 위한 교과 과정을 준비해야 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창업하고자 하는 학생을 위해 맞춤형 프로그램도 적극 실시해야 합니다.”

    성낙인 총장 역시 급격하게 변하는 사회에 발맞춰 대학도 이에 적응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빅데이터 센터 구축 등 급변하는 사회에 맞게 대학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