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입시

학생 "공교육·입시 정보 부실" 대학 "겉핥기식 학생 걸러낼 것"

박기석 조선에듀 기자

2017.03.13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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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도입되는 대입 SW특기자전형, 깜깜이 전형되나?

"사교육만 부채질" 우려 목소리도일반학교도 SW교육 활성화해야

2018학년도 대입부터 소프트웨어(SW)중심대학을 필두로 SW특기자전형이 확대된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SW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등 SW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생긴 변화다. 한편 학생·학부모는 SW특기자전형이 어떤 식으로 인재를 선발하는지 구체적인 전형 방법 등을 알 수 없다며 볼멘소리를 낸다. 올해 14개 대학에서 500여 명을 선발할 정도로 확대되지만 '깜깜이' 전형이 될까 봐 우려된다는 얘기다. SW특기자전형을 둘러싼 수험생과 교육현장의 다양한 목소리, 대학 관계자의 조언을 전한다.

부실한 공교육 탓 정보 부족한 수험생

"SW특기자전형으로 진학하기 위해 상담하는 학생이 하루에도 50명을 넘어요. 이 전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 전문 컨설턴트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찾아오는 거죠. 우선 특기자전형에 지원하려면 컴퓨터 언어인 C/C++, 리눅스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들과 컴퓨터 구조, 컴퓨터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 요소 등을 알아야 명함을 내밀 수 있어요. 자격증 등 대학 입학 기준에 맞춘 스펙이 중요합니다."

SW특기자전형을 대비해준다고 온라인상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대형 컴퓨터학원 관계자의 말이다. 사교육 시장은 SW특기자전형에 대한 수험생의 관심과 정보 부족을 틈타 발 빠르게 관련 수업을 개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해 10월 SW특기자전형이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한다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SW 관련 대입을 준비하기 위해 고교생이 개인 과외를 받거나 학원 대비반에 가는 사례를 파악했다"며 "유아나 초등 대상 코딩학원마저 대입을 준비하라고 홍보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정작 SW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관련 공교육이 부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북의 한 일반고 3학년생인 김상욱(가명)군은 지난해 포항공대에서 열린 이공계 전공체험 캠프에 참석해 컴퓨터공학 분야를 살펴봤다. 김군은 "아두이노를 활용해 센서나 스위치를 켜는 활동을 처음 해봤다"며 "아주 익숙해 보이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SW교육 선도학교 출신이라 학교에서 관련 동아리 활동을 많이 한다고 해 부러웠다"고 했다. 경기도의 한 정보기술(IT) 분야 특성화고에 다니는 3학년 이상민(가명)군은 "교육과정이 SW 분야에 맞춰져 있는 게 아니어서 관련한 대입 정보가 부족하다"며 "학교 밖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SW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한 SW교육 선도학교 중에도 관심이 부족한 곳이 있었다. 지난해 선도학교로 선정된 서울의 한 일반고 SW교육 담당 교사는 "작년에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교사들이 모두 전출을 가고 나는 올해 이 학교에 전근 와 아직 업무를 파악 못 했다"며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학교 교무부장은 SW특기자전형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듯이 "SW 분야로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을 찾는다면 우리 학교는 대상자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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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DB
사교육 활용한 단기 대비 불가능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학생은 SW특기자전형을 통과하기 쉽지 않다. SW 분야 전문가인 각 대학 교수들이 입학 전형 과정에 참여하면서 꼼꼼히 지켜보기 때문이다. 컴퓨터교육과 교수 출신인 안성진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SW 붐이 일어난 건 최근 일이기 때문에 사교육을 통해 급작스럽게 준비한 학생을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며 "SW 분야에서 재능과 잠재력을 증명한 준비된 학생이라면 고교 내신 성적이 바닥이더라도 선발할 것"이라고 했다.

각 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식에서 사교육이 발붙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SW특기자전형은 대입 간소화 정책에 따른 유형 분류에서 특기자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전형으로 나뉜다. 말 그대로 'SW특기자'를 선발하겠다는 것일 뿐, 교내 활동만 전형 요소로 활용하는 대학도 세종대, 가천대, 부산대, 서울여대, 충남대 등 다섯 곳이나 있다. 가천대 공교육정상화연구센터 관계자는 "고교 생활 중 SW에 대한 호기심, 흥미가 높아 동아리나 자율활동을 통해 스크래치, 아두이노, 웹·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미디어 제작 등 관련 활동을 경험한 학생에게 유리한 전형으로 전공적합성을 중점적으로 본다"고 했다. 이민석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사교육으로 훈련받은 학생은 서류나 면접에서 분명히 걸러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찬 한양대 입학처장 역시 "음악이나 미술 특기자전형을 단기간에 학원에서 준비할 수 없는 것처럼 SW특기자전형 역시 사교육 도움을 받는다고 합격을 보장받는 건 아니다"고 했다.

서정연 SW중심대학협의회장(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SW특기자전형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에 대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SW 인재 양성을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선진국에서 SW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합니다. 중·고교에서 정보 교과를 채택하지 않은 학교가 아직 많잖아요. 대학이 이를 입시에 반영하는 이유는 중·고교 SW교육 활성화를 위해서입니다. 지금은 영재학교나 과학고, 특성화고에서도 SW교육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아요. 출발선이 같기 때문에 일반고를 비롯해 어떤 학교든 SW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한다면 그 교육을 받은 능력 있는 학생을 공정하게 선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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