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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강자' 외고, 이대로 추락하나

김세영 조선에듀 기자

2017.03.1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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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수준 하락, 서울대 합격률도 떨어져… 'A―A―2―3'까지 입학

학종 확대·영어 절대평가 등
외고 인기 하락 요인으로 작용
"문과는 취업 어렵다" 꺼리기도
입학 경쟁률 1대1까지 '급락세'

'A-A-2-3'

올해 서울 A외국어고에 입학한 한 신입생의 중학교 2~3학년 때 영어 성적이다. A고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 외고 가운데서도 최고로 꼽히는 학교다. 'A-A-2-3'은 각각 '2학년 1·2학기(절대평가), 3학년 1·2학기(상대평가) 성적'을 가리킨다. 3학년 1학기에 2등급을, 3학년 2학기에 3등급을 받았다는 얘기다. 예전 같으면 이 학교에 원서도 못 내밀 성적이다. 서울 대치동의 한 입시 전문가는 "외고생 학력 수준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대입(大入) 정시로 따지면 '인서울' 하기도 어려운 케이스가 외고에 입학하는 시대"라고 평가했다.

◇입학생 성적 하락… 극심한 양극화

요즘 외고는 옛날 그 외고가 아니라는 말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대원외고의 서울대 합격생은 2014학년도 96명에서 2017학년도 55명으로 줄었다. 외고생 성적이 떨어져 내신 받기가 예전만큼 어렵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톱(top) 외고 1학년에는 전 과목 내신 평균이 1등급대인 학생이 여러 명이다. 예전엔 수재 간 경쟁이 워낙 치열해 평균 1등급대는 '꿈의 내신'으로 불렸다. 이강현 이강학원장은 "같은 외고 동급생 사이에서 성적 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극심한 성적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1등급 받기가 수월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가시적 변화는 대입 정시 합격생이 줄어든 것이다. 서울대 신입생 등록자 수 기준으로 서울 지역 외고 출신 정시 합격자는 2016학년도 50명에서 2017학년도 23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대원외고는 정시 합격자가 지난해 30명에서 올해 13명이 됐다. 명덕외고에서 2017학년도 정시 합격생이 1명에 불과한 것도 대치동 학원가에서 화제였다. 서울·이화·미추홀·경남·충남외고는 정시 합격생이 한 명도 없었다. 본래 외고 특성상 수시에 강한 학교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특기할 만한 변화다. 같은 기간 수시모집 합격자도 명덕외고는 24명에서 14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대원외고의 서울대 수시 합격생은 41명에서 42명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2011년 외고에서 자사고로 전환한 외대부고는 2017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74명 중 수시는 39명, 정시는 35명으로 균형 잡힌 결과를 보였다.

변화의 기점은 2010학년도였다. 이때부터 외고가 영어 내신과 인성 면접만 반영하는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그전엔 지필고사나 교과 심층 면접을 통과해야 했다. 2010학년도 외고 신입생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2014학년도부터 성적 하락이 숫자로 드러났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명덕외고 수능 국·수·영 성적을 추정한 결과 2등급 이내 학생 비율이 2011학년도 82.9%에서 2014학년도 46.3%, 2015학년도 50.6%로 하락했다. 학업 역량이 크게 하락한 것이다. 외고에 재직 중인 한 교사는 "선발 과정에서 지원자의 영어 외 성적을 열람할 수 없다. 뽑고 나서 '아차' 하는 경우가 잦다. 영어만 공부해 입학한 아이들이 다른 과목에서 현저히 뒤떨어진다. 다 포기하고 수업 중 엎드려 자는 학생도 있다"고 털어놨다. 입시 전문가들은 외고의 성적 급락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2015학년도 신입생(현 고 3)은 중 2 영어 내신 산출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A~E)로 전환한 뒤 들어온 첫 번째 사례다. 그 학생들이 대학 가는 내년엔 입시 결과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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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나소연
◇'1대1'까지 떨어진 외고 경쟁률

외고를 둘러싼 기류가 급변하면서 신입생 선발 경쟁률도 꿈틀대고 있다. 2017학년도 전체 전형을 기준으로 대원외고가 1.4대1, 이화외고가 1.08대1까지 내려갔다. 두 학교의 2016학년도 경쟁률은 1.52대1과 1.75대1이었다. 2016학년도 부산외고 신입생 경쟁률은 1대1을 기록하기도 했다.

외고 관계자들은 학생 수 감소로 인한 현상이라 항변한다. 중 3 학생 수가 2016학년도 52만명에서 2017학년도 46만명으로 줄면서 경쟁률도 내려앉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입시 전문가는 "학령인구가 줄어도 명문고에 가려는 학생은 여전히 많다. 게다가 교육부 고교체제 개편방안에 따라 서울만 해도 6개 외고 선발 인원을 1512명에서 1400명으로 감축했으니 학생 수 감소 때문에 경쟁률이 하락했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과 인기가 높아진 데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치삼 KNS어학원장은 "문과 가면 취업이 어렵다는 생각에 최상위권 학생들이 자사고나 일반고를 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올해 서울대 실적에서 자사고인 외대부고·하나고가 대일·한영외고를 따돌린 것도 이 같은 이유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강현 원장은 "5년 전과 비교하면 외고 대비반 수요가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빈자리는 영재고·자사고 대비반이 채웠다"고 했다.

대입 전형 변화의 영향도 적지 않다. 최근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학종의 주요 평가 요소는 교내 활동이다. 그간 외고생의 장점이던 높은 공인 외국어 시험 성적과 해외 모의 유엔 경험 등 외부 활동을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외에도 외고생이 주로 지원하던 어학특기자전형 비중이 다소 줄고, 2018학년도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어 영어 중요성이 감소한 상황도 외고 인기에 찬물을 끼얹은 요인이다.

수능 점수나 입학 성적으로 외고 몰락을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대입 지형이 수시 중심으로 바뀌었으므로 시대에 맞지 않는 평가 기준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외고 교사는 "대입 전형이 수시 위주로 개편된 데 따라 빠르게 체제를 전환하고 있다. 학력이 떨어졌다기보단 지향점이 변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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