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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 관리도 내신처럼” 대치동 학원가로 향하는 SKY생들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2017.03.0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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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공계 한정’ 오프라인 전공 해설 강의 신설돼
- 선착순·1강에 10만원⋯“과제 어려운 부분 해결”문자 홍보
- 전문가 “수요 있으니 공급 있는 것, 어릴 때부터 사교육에 익숙한 문화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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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학부모에게 보낸 ‘대학 학점 관리반’ 광고 문자. 이 학원은 “고등학교때 내신관리하듯 대학 전공 강의도 학원 수업을 통해 점수를 잘 딸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신설-대학생 학점 (오프라인) 관리반’, ‘확실한 클리닉 수업’, ‘이해가 안 되는 부분, 과제 하는 데 어려운 부분 해결해 줌’

올해 서울대 공과대학에 합격한 아들 유민수(가명·19)씨를 둔 유창섭(가명·49)씨는 지난달부터 여러 차례 대치동 유명 입시 A 학원으로부터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A 학원은 민수씨가 이 학원의 서울대 면접대비반에 한 달 다녔던 개인정보를 활용, 최근 신설한 강의를 학부모에게 문자로 홍보한 것이었다. 유씨가 받은 문자 내용 속에는 “A 학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대학 신입생반-대학에서도 우등생 예약”, “대상은 서울대 이공계열 신입생으로 한정” 등 낯 뜨거운 홍보 문구가 담겨 있었다. 86학번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유씨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유씨는 “학점은 신경 쓰지 않던 시절에 대학에 다녔기에, 학원에서 온 문자메시지 내용이 너무 황당하고 충격적이었다”며 “어느새 시대가 이렇게 변했나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중·고등 입시를 넘어 대학 학점까지 관리해 주는 학원들이 서울 대치동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물론 앞서 대학 전공 해설 인강(인터넷 강의)은 존재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학점관리반’까지 등장한 것이다. 대학 학점을 해결해 주는 일명 ‘클리닉 강의’가 그것이다.

3월 둘째 주 개강하는 A학원 강의는 서울대생 한정, 선착순으로 수강생을 받고 있다. A 학원 관계자는 “다른 대학교 학생도 수강할 수는 있지만, 강의 교재를 서울대 전공 교재인 미적분학을 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애초에 서울대 신입생을 염두에 두고 한정 강의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강의는 서울대 미적분학1, 일반통계학, R 통계학, 일반물리 등 이공계 전공 해설이 대부분이다.

수강료는 5회 수업에 50만원(회당 3시간)이다. 한 회 10만원인 셈. 직전인 2월에는 포스텍과 카이스트 재학생 5~6명을 대상으로 전공 대비 강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 학원 관계자는 “담당 강사가 (지난달 진행해 보니)여러 학교 학생이 수강하면 관리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서울대 학생과 타 대학 학생이 수준 차이가 나서 진도 나가기가 어렵다고 하더라”며 “이 때문에 이번 달에는 서울대 재학생 한정반으로 운영, 8명 정도 선착순으로 수강생을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원에서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는 가상계좌로 수강료를 입금하면 수업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세태에 대해 한 누리꾼은 “영재학교나 과학고 졸업생은 이미 미적분학을 고등학교 때 심도 있게 배워서 이런 ‘대학 학점 사교육’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는 철저히 일반고 졸업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학교 학점이 취업과 연결되는 것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닌 점을 악용해 일반고 졸업생들과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파고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러다 직장생활 인사고과 강좌도 생길 판”이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서울대를 중심으로 주요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정반’에 대해서도 “상위 몇 대학 이하의 대학생은 학원 다닐 자격도 없느냐”며 씁쓸해했다.

사교육이 오프라인 대학 시장까지 확대된 것에 대해 강남의 한 입시상담실장은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리보다 생물과 지구과학이 상대적으로 공부하기 쉽다 보니 많은 학생이 수능에서 생물과 지구과학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고등학교 때 물리나 수학을 심도 있게 공부하지 않은 학생들이 난도 높은 대학 전공 수업을 들으며 한계를 느끼자, 이를 사교육을 해결하려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수도권 B대학의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생이 오프라인으로 과외받는 세상이 도래했다”며 “국내 사교육 시장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한 단계 진화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학의 역할 부족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입시전형을 통해 선발한 학생들이 커리큘럼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대학은 수업을 진행하기 전에 별도의 ‘학력 보완 프로그램’ 등으로 학업 능력을 보완해 줘야 한다”며 “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데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선발한 학생을 어떻게 잘 교육시킬지에 대해서는 등한시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병적인 사교육 문화가 ‘오프라인 대학 사교육’까지 만들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중고등학교 때 몸에 밴 주입식 학습이 대학에서도 이어지는 것”이라며 “또한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과도하게 사교육을 받다 보니 자기주도적 문제해결력이 부족해져, 대학에 가서도 대치동 학원가를 찾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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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학원가 모습./조선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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