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탐구 빠진 과탐토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2.27 09:40
  • 전국청소년과학탐구대회를 개최하는 한국과학창의재단 홈페이지
    ▲ 전국청소년과학탐구대회를 개최하는 한국과학창의재단 홈페이지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지난 금요일 자연계 학부모와 학원장님들에게는 폭탄 같은 뉴스가 있었습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최하는 전국청소년과학탐구대회의 방식이 갑자기 변경된 것입니다. 이 대회는 자연계 상위권 대학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스펙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논문을 제출하는 이 대회 예선전이 학교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학생부에 기재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죠. 이과 논문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삼성 휴먼 테크 논문 대회에서 상을 받아도 학생부에 기재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는 별 힘을 쓰지 못하는 게 현실이어서 이 대회는 가장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그에 따라 사교육도 가장 활성화되었던 대회였습니다. 

    전에는 주제를 미리 정해주고 3인 1조로 팀을 이뤄 탐구를 한 뒤 논문 형태의 보고서를 제출토록 한 뒤 본선 진출자를 가려 본선 마당에서 토론을 하는 방식이었지만 올해부터는 3인1조에서 2인1조 보고서 제출이 생략된 토론 대회로 바뀌었습니다. 과학 탐구 대회에서 탐구가 사실상 사라지고 과학 토론 대회로 대회 성격이 바뀐 것이지요. 바뀐 이유는 소논문 R&E 등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열기 그에 따른 사교육의 기승 등이 원인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문과는 소논문 수요가 그리 많지 않아 사교육 시장도 크지 않았지만 이과는 꽤 컸거든요. 대치동 목동 등 이른바 사교육 특구에서는 많은 논술 학원들과 비교과 학원들이 상반기 비수기에 가장 많은 매출을 과탐토 팀 수업으로 꾸려간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대회 진행 방식에는 탐구도 있었고 토론도 있지만 학부모들은 토론보다는 결과가 남는 탐구 즉 R&E 소논문 준비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초중고가 각각 사정은 다르지만 학부모들은 당연히 대학 갈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서 투자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최상위권 학생들 학생부에는 이 대회 수상 실적이 필수적으로 기재돼 있었기 때문에 실제 대학 입시에서 변별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제도 변경의 후폭풍은 컸습니다. 당장 입시가 발등의 불인 고등부의 경우 R&E 수업을 예약했던 많은 학부모들이 주말에 예약 취소와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초등 중등 학부모들은 시간적 여유가 많은 만큼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제도의 변경에 대한 대응책에 대한 궁금증이라는 주제로 학원들이 발빠르게 마련한 설명회 참가 신청은 늘었다고 합니다. 학원들은 3인 1조 소논문 지도 방식에서 많은 학생들을 한 반에 집어 놓고(즉 대형 강의) 과학 지식과 토론 실전 연습을 시키는 방식으로 반을 새롭게 편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이런 수업을 예전처럼 고액으로 들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설사 학원에 보내더라도 논문 지도가 포함된 수업보다 훨씬 더 저렴해서 사교육비 경감 효과는 분명 있을 전망입니다.

    학생들은 어떻게 대회 준비를 해야 할까요? 학생들은 4시간 동안 토론 주제에 대한 주최측에서 준비한 참고자료를 읽으며 토론 개요서를 써야 합니다. 토론 개요서는 문제(그동안 기출 문제를 보면 미세먼지, 충간 소음, 빅 데이터, 지구 온난화 등 시사적이면서 생활밀착적인 주제들이 나왔습니다)에 대한 원인을 쓰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되, 논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객관적으로 작성할 수 있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 결국 많은 자료를 주고 빠른 시간 내에 정리하는 요약 능력을 보고자 하는 것이지요. 

    토론 개요서는 자신들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상대를 이해시키기 위한 것이기에(상대는 그것을 보고 질문할 거리들을 생각해야 하죠.) 글 외에도 키워드 그림 그래프 등 다양한 시각 자료를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자와 풀 가위 등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를 주최측이 준비한 실물화상기를 통해 화면에 비추면서 발표도 하고 질의에 대한 답변도 해야 하는 것이지요. 

    본선과 결선으로 나눠 열리는 토론 대회는 비중이 가장 큽니다. 주장 발표하기(팀당 5분)-작전 타임(15분)-질의 응답(팀당 20분)-작전 타임(5분)-주장 다지기(팀당 2분)의 순서로 토론 실력을 겨룹니다. 토론 과정에서 상대의 눈을 맞추며 발표하는 자세, 경청하고 꼼꼼하게 메모하는 자세 등과 함께 상대의 논리적 허점을 찾아내 모순을 지적하는 능력, 말꼬리 잡기 식이 아닌 과학적 지식에 의거한 반론과 재반론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토론 과정에서 발견된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보완하면서 재정리한 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자신의 주장을 피력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주어진 시간을 엄수해야 하며 시간 오버 시 감점 등의 불이익이 있습니다.

    평가는 어떻게 할까요? 총 100점 만점으로 토론 개요서 작성 10점, 주장 발표 20점, 질의 응답 30점, 주장 다지기 20점, 역할 분담의 적절성과 참여 태도 20점의 점수를 받아 높은 점수의 학생들이 결선에 진출합니다. 질의 응답의 배점이 그만큼 높기에 학생들은 과학적 지식과 분석력 못지않게 순발력이 중요한 대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주제만 과학 주제로서 과학 지식들이 논거로 활용될 뿐이지 어떻게 보면 요약과 토론 등 문과 토론 논술 대회 같습니다. 문이과 융합적인 대회로 본질이 바뀐 것이지요. 사교육 경감 효과도 크지만 융합형인재를 워하는 4차 산업혁명 교육에도 맞는 방식입니다.

    이런 변화를 학부모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제 주변에는 환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논문 쓰기보다는 철저하게 현장에서 학생 능력에 기반해서 평가하는 것을 반기는 학부모님들이 대다수입니다. 학원 설명회에 가보기는 하겠지만 수업에 대한 니즈는 전혀 없다는 학부모님도 꽤 계셨습니다. 어떤 학부모님은 주제를 미리 정해 주지 않으니 예전방식보다는 기회의 평등 면에서 진보된 것이라고 평가를 하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토론을 준비하는 시간도 너무 짧고 자료도 한정적이라(스마트 폰 등 IT 기기로 검색은 불가능합니다) 아이들이 이 대회를 통해 과학적으로 크게 성장하지는 못 할 것 같다는 우려도 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소논문은 사교육 유발이라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적지 않았을 테니까 그 점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회 방식의 변경에 관한 저의 단상을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학종 사교육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대회 변경 방식과 어떤 상관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학종은 논술 전형이나 수능 전형에 비해 사교육의 영향이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대부분 학교 생활 중에서 이루어지거나 학교 선생님들의 수업 과정 내에 이루어지는 평가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 3 때 수시 원서 접수 기간에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 학생들이 일부 있기는 합니다만 그 것은 지원 대학 학과 선정 및 자소서 첨삭 심층 면접 등 극히 제한적입니다. 연간 수천만원짜리 학생부 관리 사교육이 실제 있을 수는 있지만 입시를 조금이라도 아는 학부모님들이라면 이런 사교육을 받을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사실 관계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쓰는 일부 언론의 선정적 기사입니다. 학종 연간 관리 컨설팅 사교육, 소논문 사교육 문전성시, 대학생 자소서 대필에 1000만원 기사 등은 현실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고 쓴 기사입니다. 요즘 대형 학원들은 멤버십 회원이라는 게 있습니다. 무료 혹은 약간의 실비를 받고 재원생 관리 차원에서 학생부 관리를 그냥 해줍니다. 학생부 외에 다른 상담도 대치동에 저가 내지 무료가 워낙 많기 때문에 고액 컨설팅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학종 사교육이라면 내신 대비 외에 교내상 정도만이 남아 있을 뿐인데 교내상도 이러다가 학종에서 사라질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학종에서 사교육 개입 등의 우려가 지적된 것들, 자격증 및 경시대회, 외부활동, 소논문, 독서 등이 차례로 사라졌거든요. 이제 남은 것은 교내상 뿐이죠. 학종은 지금까지 등장한 어떤 입시 제도보다 공교육 친화적인 전형맞습니다. 그러나 학종의 문제도 큽니다. 학생들이 만나는 공교육의 현실이 학교와 선생님에 따라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지요. 학종을 비판하려면 학종의 사교육 측면이 아니라 너무나 차이가 나는 학교 현실을 고발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