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 화두로 자리매김한 ‘학제개편안’⋯ 이번엔 현실화될까?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2.23 12:23

-안철수 '2-5-5-2'에 이어 조희연 'K-5-4-3' 학제개편 제안

  • 최근 정치권에서 ‘학제개편안’이 교육개혁의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1951년 2차 교육법 개정에 따라 확정되고 한 번도 변하지 않은 현행 학제를 시대변화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학제개편’을 대선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관심을 불러모았다. 안 전 대표는 지난 6일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 교육을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며, ‘5-2-2 학제개편’을 제안했다. 현재 6년(초등학교)-3년(중학교)-3년(고등학교)으로 돼 있는 현행 학제를, 5년(초등학교)-5년(중·고등학교)-2년(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안 전 대표는 "1951년 교육제도가 만들어진 다음 66년간 틀이 바뀌지 않았다”며 ”아이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숙해졌는데도 대학에 입학하는 나이도 66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에 정치권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안 전 대표의 의견에 대해 “적극 공감”한다고 밝혔다. 기동민 원내 대변인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창의 개혁과 보통교육 정상화, 학제개편 등도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라며 ”국가의 존망과 번영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22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학제개편안에 대해 "기본적인 취지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파격적인 학제개편을 제안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조 교육감은 23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와 범정부 차원의 초중등 교육의 정상화 방안을 담은 국가 교육혁신 의제를 발표했다. 조 교육감은 'K·5·4·3' 학제개편을 주장하며, 취학 전 만5세 아동의 유아교육(K)을 의무화하고 초등학교 과정을 5학년제로 단축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어 중학교 과정은 1년 늘리는 대신 고교 진학을 앞둔 중4의 경우 '전환학년제'로 운영하자고 주장했다. 조 교육감은 “고교 3학년제를 유지하는 대신 '개방형 학점제'를 도입해 무학년제·4학기제로 운영할 것”이라며 “고등학생들이 대학교 수강 체제처럼 과목을 선택하고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걱정의 목소리도 들린다. 제도 개혁 과정에서 생길 문제점을 상쇄할 만큼 효과가 있겠느냐는 이유에서다. 학제가 시대변화에 맞지 않다는 비판은 거의 매 정부 계속돼 왔지만, 결국은 늘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일부 교사들은 “이미 여러 번 학제개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결국 시행하지 못한 이유는 비용 문제 등 복잡한 사정이 얽혀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지역 교사 A씨는 "학제개편 얘기가 나오고는 있지만 당장 학교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단순한 이슈몰이, 말 뿐인 공약이라 말하는 교육학자도 있다. 교육학과 교수 B씨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교육 포퓰리즘이 백년지계인 교육을 망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학제개편안은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2006년 노무현 정부에도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앞당기는 것과 같은 학제개편안을 정부와 학계에서 논의한 적이 있다. 2015년 당시 새누리당에도 초등 입학연령을 만 5세로 하고 ‘5-5-4’ 학제를 기본으로 하는 학제개편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교육부에서는 “예산이 많이 들고 효용이 낮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