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단색화가’ 김근태 개인展 22일 개막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2.22 18:53

-전시명 '미술이 철학을 사유하다'
-내달 1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려

  • 이신영 사진기자
    ▲ 이신영 사진기자
    넓은 사각의 백색 작품에는 군데군데 작은 흠집과 찢김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삶에 상처가 있잖아요. 그것을 흰색으로 다 덮을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나 요즘같이 어지러운 시국에 애써 아픔을 감출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22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개막한 ‘미술이 철학을 사유하다’ 김근태 개인 전시회에서 관람객의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김근태<64·사진> 작가는 대중들에게는 낯설지만, 예술계에선 ‘차세대 단색화가’로 손꼽히는 화가다. 그는 최근들어 주목받는 단색화라는 장르를 30년 전부터 도전, 지금껏 외길을 걸어왔다.

    이번 전시는 오랜 시간 자신만의 색깔과 철학을 녹이기 위해 작업에만 몰두했던 김근태 작가의 귀환전이자 그가 걸어온 단색화의 길을 담은 인생전이기도 하다. 중앙대 회화과를 나온 김 작가는 1970년대 모더니즘 세례를 받았다. 엄혹한 군부 통치 시절 민중미술이 꿈틀댔지만, 그는 오히려 추상에 매료됐다.

    “‘공간’이란 잡지에 실린 이우환 선생의 글에서 그림에 형상이 없어도 되는구나, 표상이 없어도 메시지가 전달되고 언어가 될 수 있구나를 느꼈습니다. 탐욕스럽기보다도 ‘좀 버리자’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딱히 무엇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은 없어요. 정답은 없습니다. 저마다 있는 그대로 작품을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해요.”
  • 김근태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적정(迹淨) No.103_ Oil on canvas_ 194×130.3㎝ _ 2016
    ▲ 김근태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적정(迹淨) No.103_ Oil on canvas_ 194×130.3㎝ _ 2016
    아트 507이 주관하고 조선에듀케이션 문화사업단이 주최한 이번 전시에서는 김근태 작가의 대표작을 포함한 총 20여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전시는 22일 개막을 시작으로 3월 1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다. 조양규 아트 507 회장은 “언뜻 보기에는 흰색을 한번 칠해 완성된 작품으로 보이지만 여러 색의 유화 물감으로 덮고 덮으며 완성된 형태다. 그 위에 마지막으로 흰색을 덮은 것이다.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가장 완벽한 흰색의 향연”이라며 “현란하고 어지러운 기존 예술 작품들 속에 가장 역설적인 ‘붓질’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근만 조선에듀케이션 대표는 “온통 흰색의 작품을 처음 보는 순간 멈칫한다. 처음엔 '이게 뭔가'하는 당혹감이 온다. 하지만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갖고 보다 보면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것이다. 마치 '거기 잠깐 멈춰 봐. 이 안에 너 있어. 그간의 힘든 거,상처 난 거 덮어줄게. 앞으론 좀 더 마음을 비워봐'라며 위로해주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문의 : (02)507-5755
  • 22일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개막한 김근태 작가 개인전에서 관람객들이 대표작인 적정(迹淨)을 감상하고 있다. /이신영 사진기자
    ▲ 22일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개막한 김근태 작가 개인전에서 관람객들이 대표작인 적정(迹淨)을 감상하고 있다. /이신영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