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공무원 취업 N 수하지 말고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미쳐라’”
손현경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2.22 11:24

-청년의 멘토, 박용호 청년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 박용호 청년위원장이 청년의 멘토이자 두 딸을 둔 부모로서 청년-부모세대, 그리고 취업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염동우 사진기자
    ▲ 박용호 청년위원장이 청년의 멘토이자 두 딸을 둔 부모로서 청년-부모세대, 그리고 취업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염동우 사진기자
    “자녀에게 공무원이 되라고 강요하는 부모를 그간 많이 봤어요. 이유를 물어보면, 제때 월급 받는다는 점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더라고요. 그러나 이는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2월 초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청년위) 3기에서 4기 위원장을 역임한 박용호 청년위원장(54)이 책상 위에 정리된 자료 중 지난해 조사한 ‘부모의 자녀 희망직장 1순위 결과를 보여주며 말했다. 공무원·공기업의 비율이 5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는 “현실을 전혀 직시하지 못한 부모들의 안일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더는 공무원은 슈퍼 갑(甲)이 아닙니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 응시원서 접수를 22만 명이나 지원했다고 해요. 4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역대 최대입니다. 이들은 46명 중의 한 명이 되기 위해 고시원, 노량진을 전전하고 있죠.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과연 갑일까요? 아니요. 등급으로 매겨진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의 제일 끝자리 수, ‘9’입니다.”

    특히 그는 ‘자녀 10명 중 3명은 직장 선택 시 부모 생각이 직업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청년 위 자체 조사결과를 보여주며 더욱 안타까워했다. “부모가 원하는 직업이 안정적인 공무원이라면 자녀 역시 그 기대에 맞춰 갈 수밖에 없어요.” 박 위원장은 이름 있는 대기업만을 준비하기 위해 자신의 가장 빛나는 20대 중반을 갖다 바치는 청춘들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대기업을 입사하기 위해 몇 년을 언제까지 ‘컵 밥’먹으며 전전할 겁니까. 언제까지 대학 졸업 유예할 건가요. 조간신문 사회면 주인공이 언제까지 청년 백수여야 합니까. 일단 엉덩이를 의자에서 때세요. 인턴, 유학, 어학연수, 봉사활동 등 스펙을 쌓기 위한 활동이 아닌 진정으로 직무에 연관된 현장에 부딪히세요. 그리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여러분이 잘할 수 있고 ‘미치고 싶은 것’을 찾아야 합니다.”

    3년 3개월, 1175일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 출근했다는 박 위원장. 그런 위원장의 원동력은 ‘미쳐 있음’이다. 박 위원장은 1987년 LG종합기술원에 입사해 1999년까지 근무하다 창업에 나섰다. 안정된 대기업 연구원 자리를 박차고 ‘내가 미쳐 있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란 생각 하나로 택한 길이다. 청년들의 도전 정신 고취에 관심을 가진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러한 박 위원장은 ‘창업 전도사’로 불린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을 겸직하며 멘토링 역할을 했다.

    “자식과 부모가 둘 다 행복하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박 위원이 되물었다. “어렵겠지만 부모가 자식들을 (경제적으로) 놓아줘야 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놓아줘야 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청년위 조사 결과, 자녀의 72%는 부모의 역할을 교육(고등학교·대학교)까지라고 인식했지만, 부모는 35%가 결혼·자립 시까지로 인식해 부모가 청년보다 부모역할을 더 넓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위원장은 이를 쉘 실버스타인이 지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비유했다. “‘내리사랑’이라고 하잖아요. 조사 결과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취직하고, 자립하고 그리고 결혼하는 성인기를 다 마칠 때까지 지원하려는 맘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이러한 결과가 캥거루족을 낳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그는 “‘캥거루족’, ‘빨대족’이라는 신조어들이 오히려 비상식적인 현상을 상식화시켜버리는 것 또한 문제”라고도 덧붙였다.

    캥거루족의 확대는 부모의 노후 경제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청년위 조사 결과 미취업자녀가 있는 부모의 가장 큰 고민은 자녀 취업이 45.6%고, 그다음이 은퇴 노후준비(37.5%)였다. 대부분의 부모가 우선 자녀의 취업문제가 해결되고 나서야 본인의 은퇴 노후 준비에 대해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동일 조사로는 부모 10명 중 9명이 자녀 취업준비를 위해 경제적 물질적 지원을 했고, 월평균 78만원의 비용을 지출했다. 결국 자녀의 취업준비 기간이 N 년으로 길어질수록 부모의 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부모 스스로 노후에 대한 준비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자녀 결혼식에서 눈물만 흘릴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 아이 뒷바라지 해주느라 애썼다’라며 스스로 쓰다듬어 줄줄 알고 제2의 인생이 시작됨을 기뻐해야 합니다.”

    그는 청년위원장이 아닌 현재 두 딸을 둔 부모로서 조언을 덧붙였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자랍니다. 부모가 뿌리이고 자녀는 나무죠. 따라서 부모 스스로 행복해져야 그것을 보고 자란 자녀도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부모로서 책임과 부담감만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행복을 추구해 나가야 하는 이유죠. 더는 OO 엄마, OO 아빠가 아니라 ‘OOO씨’라고 불려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