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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배우는 대학생들 갈수록 늘고 있다는데…

김세영 조선에듀 기자

2017.02.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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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올해부터 신입생 대상 글쓰기 능력 평가 실시
-전문가들 "중고등 때부터 글쓰기 교육 필요하다"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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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시험 #OOO(과목명) #교수님 감사합니다’

지난 학기 기말고사 답안을 채점해 내려가던 수도권 한 대학 김모 교수는 실소를 터뜨렸다. 한 학생이 답안지 끝에 주요 단어를 뽑아 ‘#(해시태그)’을 붙여 써낸 것이다. 이는 SNS에서 유행하는 글쓰기 방식이다. 이 답안에는 ‘덕후(한 분야에 파고드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어 ‘오타쿠’를 변형해 쓰는 말)’ 등 신조어도 여럿 쓰였다. 김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공적인 글에 쓸 수 있는 말과 그렇지 않은 말을 가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신입생 “글쓰기 과외 해야 하나”

올해 서울대는 학생 글쓰기 교육에 팔을 걷었다. 최근 “올해부터 자연계열 신입생 200여 명을 대상으로 글쓰기 능력 평가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이 부족하다는 자체 평가에서 나온 조치다. 하위 20%에 속한 학생에겐 일대일 멘토링을 실시하겠다고도 했다. 기초교육연구원 관계자에 따르면 평가는 지난 18일부터 차례로 시작됐다. 이 때문에 고교 때까지 글쓰기 공부를 거의 해본 적이 없던 학생들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2017학년도 서울대에 합격한 아들을 둔 김모(48)씨는 “주변 서울대 학부모에게서 ‘작문 과외 받을 생각 있느냐’는 전화가 왔다. 우리 집도 그 집도 입시에만 신경쓰느라 논술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가 입학 후 글 실력 때문에 망신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서울대 합격증을 받은 김모(19)양은 “자연계열이 아니라 글쓰기 평가는 면했지만, 장기적으로 보아 따로 논술 학원이라도 다녀야 하나 생각이 든다. 아직 작문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평균 글쓰기 실력이 ‘낙제점’이라는 말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이 때문에 2005년을 전후로 대학들이 글쓰기 교육에 관심을 가졌고 현재 대부분 대학이 글쓰기 강의를 교양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학생들이 1학년 때 또는 졸업 전까지 이 강의를 이수하도록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중론이다. 4년 안에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글쓰기 수업은 2~3학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일주일에 2~4시간씩 16주(1학기)다. 실제 실력을 쌓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나마 대부분 커리큘럼도 허술한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는 “한국 대학에서 글쓰기 내지 의사소통 교육 커리큘럼을 전문화한 곳은 소수다. 다수가 글쓰기 능력 배양이라기보다 글쓰기 체험 강좌처럼 운영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 1학년 박모양은 “글쓰기 강의는 3학점짜리만 이수하면 된다. 보고서 작성 시 각주 다는 법 등 기술적인 부분을 가르쳐줘 도움 되긴 했지만, 작문 실력이 좋아진 건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충청권 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군(20)은 “지난 학기에 글쓰기 강의를 들으며 너댓 편의 글을 썼지만 대면 첨삭은 한 번도 못 받았다. 등록금으로 400만원 넘게 냈는데 너무 성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글쓰기 교육이 부족하다 보니 학생들도 자신의 작문 실력에 대한 평가가 매우 낮다. 지난해 한 취업 사이트에서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91.8%가 ‘나는 국어 공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글쓰기 수업 인원 줄여야… 중·고등 글쓰기 교육 필요해

교수들은 대학 글쓰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희모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교육대학원장)는 “글쓰기는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개념을 한데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고력을 높이는 중요한 교육 과정이다. 그럼에도 한국 대학들이 필수 교양으로 2~3학점만 배정한 것은 너무 인색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해외 대학은 글쓰기 첨삭 교육이 대학의 의무라고 인식한다. 보고서·논문·논술 등 다양한 글에 대해 조언을 한다. 학교 밖에서 교육 받기를 원할 경우 비용의 절반을 지원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박정하 교수는 “의사소통을 위한 수업임에도 국내 대학은 글쓰기 수업 인원이 30~40명 선인 곳이 많아 충분한 교육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의 글쓰기 수업 인원은 10여명, 프린스턴대가 12명 내외인 데 비하면 아직 한국 학교는 교수 대 학생 비율이 너무 높다”고 설명했다. 또 “글쓰기 교육이 하나의 유행에 불과하다고 보고 관련 인력을 임시로 운용하는 등 전문성 부족한 이들이 글쓰기 교육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권 광운대 교양학부 교수는 “채점하다 보면 오탈자는 말할 것도 없고, 주어·술어의 호응조차 맞추지 못해 비문을 쓰거나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신조어나 약어를 쓰는 경우도 흔하다. 기초 교육부터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고등학교에서 글쓰기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교수는 “중·고교 때까지 글쓰기 수업이 거의 없다. 갑자기 대학에서 많은 것을 하려면 무리가 따른다. 중·고교에서 독서를 권장하고 작문 수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부 학원 등에서 ‘입시용’으로 강의하는 논술 수업이 학생들을 망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하는 이강룡 강사는 “요즘 중·고생들은 쉽게 요약하거나 풀이된 고전을 읽는다. 한 권의 고전에 셀 수 없이 많은 의미가 담겼음에도, 학생들은 똑 같은 교훈이 담긴 겉핥기식 답안을 써낸다. 자기만의 사유가 담긴 글쓰기를 하는 학생이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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