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주문했는데 두루마리 휴지 2통이⋯” 한 푼 아끼려다 두푼 상처받는 엄마들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2.15 17:24
  • 김알뜰(34·가명·주부)씨는 지난달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아기 분유를 샀다가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평소 만만치 않은 분유 값에 부담을 느끼던 김씨는 원하는 브랜드의 분유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단 생각에 유명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입금 전, 판매자의 판매 이력이나 SNS를 통해 현재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맞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택배 운송장 번호도 미리 받아뒀다. ‘설마 아기 엄마가 사기 칠까’란 생각에 판매자를 믿고 돈을 입금한 김씨가 3일 후 택배로 받은 것은 주문한 분유가 아닌, 두루마리 휴지 2통이었다. 
     
    ◇중고거래 사기의 표적이 된 주부들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에서 물건을 사고팔며 별별 일이 다 일어난다는 속뜻을 가진 반어적 표현이다. 최근엔 이런 중고거래 사기 피해가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에게도 번지고 있다. 엄마들이 중고시장에 발을 딛는 이유는 아이가 한두명인 상황에서 물려 쓰기가 쉽지 않고, 유아용품의 가격도 점점 높아져 매번 새로 장만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6개월 된 딸을 키우는 주부 최혜미(35·가명)씨는 사흘 전 아기 보행기를 중고로 사려다, 판매자와 연락이 끊겨 피해를 봤다. “요즘 유행하는 브랜드의 보행기를 시세보다 60~70% 저렴하게 파는 게시글을 보곤 ‘꼭 사야겠다’고 생각해 급히 돈을 보냈어요. 혹시나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까 봐 조바심이 났거든요. 하지만 입금 후 판매자와 연락이 닿지 않고 해당 게시글이 삭제된 걸 보곤, 제가 사기당했단 사실을 알게 됐죠. 더 꼼꼼하게 살펴봤어야 하는데 후회스러워요.”

    네 살배기를 키우는 송은미(33·가명)씨도 유명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서 아기가 읽을 전집 사려다가 3번이나 사기를 당할 뻔했다고 털어놓았다. 송씨는 “이젠 판매자에게 물건 사진을 보내달라고 할 때, 제 이름을 쓴 종이 붙여 찍어달라고 부탁한다”며 “이조차도 미심쩍을 때는 아기 사진이 있는 블로그나 SNS를 운영하는지, 사기 경력은 없는지 일일이 검색하고 거래한다”고 했다. 

    이런 불신은 살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중고 육아용품을 판매하는 주부들에게도 역피해를 남긴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남매를 둔 워킹맘 김주빈(38·가명)씨는 아이가 입었던 명품 유아복을 판매하려다 구매자에 의해 사기꾼으로 등록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김씨는 “오전에 거래하고 회사 업무가 끝나는 저녁 시간에 택배를 보내려 하니, ‘도대체 언제 물건을 보낼 생각인 거냐’, ‘혹시 사기꾼이냐’, ‘신고하겠다’는 협박에 가까운 문자 메시지를 온종일 받았다”며 “아끼다가 몇 번 입지도 못하고 작아진 아이 옷이 아까워 다른 엄마에게 싸게 판매하려다 기분만 상했다”고 하소연했다.

    판매하려고 내놓은 상품을 ‘나눔’해달라는 황당한 사례도 있다. ‘나눔’은 현재 사용하지 않거나 안 쓰는 물품을 필요한 사람에게 무료로 나눔 하는 것을 말한다. 지역 육아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김지현(가명)씨는 “안 쓰는 아기 침대를 팔기 위해 게시글을 올렸다가,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다며 무료로 ‘나눔’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터무니없는 소리에 저도 형편이 안 돼서 판매하는 거라 말했더니, 욕설이 섞인 문자 메시지를 보내더라”며 토로했다.

    ◇사이버 범죄 피해자 10명 중 6명, ‘인터넷 사기’ 당해
    최근 경찰청이 발표한 '사이버 5대 법질서 침해범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전체 사이버 범죄(15만3075건) 중 ‘인터넷 사기 피해’가 10만369건(65.5%)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인터넷 사기의 건당 피해액도 지난해 전체 사이버 범죄의 66%를 차지했다. 총 피해액도 4479억원에 달한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번거로움을 이유로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실제 피해액은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기 수법도 천차만별이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신고된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대금을 받아놓고 물건을 아예 보내지 않는 경우 ▲다른 사기 범죄에 사용됐던 은행 계좌 번호를 쓴 경우 ▲쓰레기나 돌처럼 쓸모없는 물건을 보낸 경우 ▲다른 사람의 상품 이미지를 도용한 경우 등이다. 

    피해는 근래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사이버수사과 관계자는 “젊은 엄마들이 육아로 인해 대면 거래가 힘들고, 유아용품의 사용 기한이 다른 물건에 비해 짧아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자주 이용한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현명한 소비자가 되라
    경찰 관계자들은 현명한 소비자가 되려면 스스로 보호할 방법을 사전에 알아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성일 경찰청 사이버안전서비스팀장은 “판매자의 정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현금거래를 피하는 등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고 사이트에서 물건을 살 경우 만나서 직접 거래하는 것이 안전하며, 상대방이 갑자기 택배 거래를 유도한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부득이 택배 거래할 경우엔 안전거래서비스(에스크로) 제도를 활용하고,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이용해 사업자 정보도 미리 확인하라”고 전했다.

    사기 피해를 막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사이버캅’ 앱은 최근 3개월간 3회 이상 접수된 인터넷 사기의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를 조회할 수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또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이 팀장은 “사전에 철저히 예방했음에도 인터넷 사기 피해를 보았다면, 사이버안전국 홈페이지(cyberbureau.go.kr)에 신고하거나 송금내역서, SNS 대화내용 등 증거를 수집하고 가까운 경찰서 방문해 피해신고 접수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