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 앓는 대학가 '제2캠퍼스' 논란… 갈수록 ‘점입가경’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2.01 17:20
  • 지난해부터 서울 지역 대학가가 ‘제2캠퍼스’ 설립을 둘러싼 대규모 학내 분규 사태로 떠들썩하다. 서울대학교는 시흥캠퍼스, 서강대학교는 남양주캠퍼스 설립을 놓고 대내외적인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서울대는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촉구하며 100일이 넘도록 본부(행정관) 점거 농성 중이며, 대학 측은 '징계'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서강대의 경우엔 남양주캠퍼스 설립과 관련한 남양주시와의 협의가 넉 달째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서울대 갈등은 지난해 8월 서울대와 시흥시가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하면서 불거졌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안은 드론 등 기존 관악캠퍼스에서 하기 어려웠던 분야를 중심으로 첨단연구공간을 설립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 측이 학생들과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며 즉각 반발했다. 이어 학생들은 지난해 10월 10일 학생전체총회를 열고 본부 점거 농성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학생들의 농성이 장기화함에 따라 대학 측과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학생들의 점거 농성은 1일 기준으로 115일째를 맞았다. 지난해 평생교육 단과대학(평단대) 설립 갈등으로 촉발된 이화여대 학생들의 점거 농성 기간(86일)보다도 한 달가량 길다.

    대학 측은 농성 주도 학생들에 대한 징계절차에 돌입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 폭력성이 강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출교(재입학이 불가능한 퇴학)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교를 당할 경우 재입학이나 편입학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최종학력은 고졸로 강등된다. 다시 취학할 의사가 있는 학생은 다른 학교로 입학할 수 있다. 이런 대학 측의 결정에 학생들은 징계절차 철회를 주장하며 일부 단과대 학장들을 감금하는 사태도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엔 대학 측이 사태 해결을 위해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낙인 총장은 지난달 26일 내부구성원에게 서신을 보내 "징계를 위한 예비조사 절차를 일시 중단하겠다"며 "점거 사태를 해결하고 학생들의 참정권 확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마지막 제안"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학생들은 ‘동등한 의결권 보장’이 아닌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한다며 제안을 거부했다. 학생들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총장은 징계 절차를 ‘일시 중단’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가까운 시일 내에 징계 절차에 다시 돌입할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며 “여전히 징계를 볼모로 점거 해제를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성 총장이 중재안에서 제시한 학생 참여 보장에 관한 제안도 “허울뿐인 학생 참여”라며 비판했다.

    서강대 역시 남양주캠퍼스 설립을 둘러싸고 학내를 넘어 남양주시와 갈등을 겪고 있다. 앞서 서강대와 남양주시는 제2캠퍼스 건립과 관련해 2010년 2월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2013년 7월 법적 효력이 있는 협약을 맺었다. 서강대 측은 융합학문을 연구하기 위해 양정역세권 부지 14만2000㎡에 남양주캠퍼스 설립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이사회가 “캠퍼스 조성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 확보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캠퍼스 이전 추진 중단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총장 사퇴 등 학내 갈등을 빚었다. 이후 지난해 10월 이사회 측은 남양주시에 '양정역세권 개발사업의 이익금 가운데 500억원을 캠퍼스에 재투자하는 내용을 포함한 협약을 재협의하자'는 내용의 재협상 요구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남양주시는 90일간에 걸쳐 추가협상은 하되, 서강대가 구체적인 사업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후 넉 달이 지났지만, 협의에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1일 "지난해 10월 이후(서강대 측과) 의견 교환조차 없다"며 "협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손해배상 등 법적 대응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서강대 측은 남양주시가 애초에 새 캠퍼스의 정원 규모를 이사회에서 결의한 것보다 부풀려 국토교통부의 심의·의결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강대 법인운영팀 관계자는 “남양주시가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새 캠퍼스의 학생 이동 정원은 과잉 신청된 내용”이라며 “이는 과도하게 그린벨트를 해지했다는 비난과 함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바로잡도록 남양주시에 공문을 보낸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