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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하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교육계에서도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이미 독자적 신념과 시민의식이 충분히 성숙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찬성파와, 교육 현장의 정치화 등의 부작용을 들어 우려하는 반대파의 주장이 대립구도를 이루는 것이다.
찬성 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만 18세에 선거권을 안 주는 나라는 한국뿐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가야 한다고 말한다. 청소년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등 시민으로서 충분히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새해 첫 총회를 열고 '선거권 연령을 18세로 확대하는 법 개정 촉구 성명서'를 참석자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성명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선거권 연령을 18세로 확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은 18세가 되면 결혼할 수 있고 군대도 갈 수 있으며 공무원이 될 수도 있는데 선거권만 없다"며 "민법, 병역법, 공무원임용시험령 모두 18세 이상이 기준인데 오직 공직선거법만 19세 이상을 고집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산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역시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많은 청소년이 참여하고 있으며, SNS를 통해 조직을 만들어 목소리를 내거나 당당히 발언하는 모습에서 이미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교육감은 "이번 광화문 촛불집회와 탄핵 과정에서 청소년이 보여준 높은 민주시민의식과 정치적 판단력, 질서의식은 이미 시민으로서 충분한 의식을 보여줬다"며 "현행 만 19세 선거권은 만 18세로 확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고교 3학년들이 투표권을 부여받게 되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20일 전국 시ㆍ도교육감이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하향할 것을 공식 촉구한 것과 관련한 입장문을 내고 “교육적 부작용을 무시한 정치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교총은 "학생이 특정 후보자 유인물을 배포하거나 지지·반대 시위를 하는 등 정치적 행위를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지도해야 할지 학교와 교사들은 막막한 것이 현실"이라며 "법적인 성년 연령과 학제가 다르다는 점 등도 충분히 검토하고 나서 실정에 맞게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또 “만 18세가 대부분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후보자 검증 등 정치적 기본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당사자인 학생들이 직접 나선 경우도 있다. 지난 11일, 서울·경기·강원 지역 고등학생 16명이 국회 정론관을 찾아 만 19세에서 18세로 인하하는 선거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10대를 말하는 틴에이저(Teenager)와 민주주의를 뜻하는 데모크라시(Democracy)를 합친 10대들의 민주주의 모임, ’틴즈디모’ 소속 학생들이다. 그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만18세 이상 청소년들에게 대통령,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선거권을, 그리고 만 16세 이상 청소년들에게 교육감 선거권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청소년이 정당에 가입하는 것을 허용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선거연령 하향조정 법안은 여야의 의견 대립으로 인해 1월 임시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처리가 불발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선거연령 하향조정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였지만, 새누리당을 비롯한 여권 성향 의원들은 여전히 이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열린 4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가진 회동에서도 입장 차가 뚜렷해, 내달 임시국회 처리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3도 투표할 권리 있는가” 선거연령 하향 두고 교육계 찬반 논란
"세계적 흐름 반영한 권리" VS "학교 현장 선거장화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