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입시

"내신·비교과 유리" 非강남 일반고 전학하는 학생 늘어

김세영 조선에듀 기자

2017.01.22 16:43

해당기사 크게보기 해당기사 작게보기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학종시대'가 불러온 고교 현장 변화 이모저모

비교과 활동 특화된 일반고 인기
지방 교사들, 연수 차 서울행
방학 동안 수업 개편에 구슬땀


김모양은 1년 전까지 경기도의 한 고교에 다니다가 서울 소재 A고로 전학했다. A 고는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마련해 대입(大入)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최적화한 비(非)강남권 일반고로 꼽힌다. 김양은 "이전에 다니던 학교는 교내 대회 등 비교과 프로그램이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A고를 알게 됐고, 가족회의 끝에 이사해 학교를 옮겼다"고 했다. 그는 "A고는 학교 전체가 학종을 위한 경시 대회나 연구 과제, 동아리 활동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교내 커리큘럼만 따라가도 하루가 짧을 정도로 바쁘지만, 학생부가 차곡차곡 채워지는 걸 보니 전학 온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대입 수시모집 비중이 늘고 학종이 확대되면서 고교 현장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몇몇 일반고가 학종에 빠르게 적응해 특목·자사고 못지않게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갖추자 학생들이 이 학교들을 찾아 전학도 불사하고 있다. 교사들은 방학에도 바빠졌다. 학종 관련 각종 교사 연수에 참가하며 트렌드를 파악하고, 지난해 말 발표된 학생부 기재 개선 방안에 따라 수업 방식이나 교내 프로그램을 바꾸고 있다.

◇학종에 강한 일반고 찾아가는 학생들

최근 특목·자사고 입학 경쟁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서울 6개 외국어고의 2017학년도 신입생 모집 전형 결과, 일반전형 평균 경쟁률은 1.66대1이었다. 지난해 2.11대1보다 떨어졌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는 "학령인구가 줄기도 했지만, 학종 영향이 더 크다고 본다. 일반고에서 내신과 비교과를 다 잡을 수 있으니 굳이 내신 경쟁이 치열한 특목·자사고에 갈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내 활동을 강조하는 학종이 대입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비교과 프로그램을 잘 갖춘 비강남 일반고로 '전략적 전학'을 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실제로 비강남권 일반고의 한 교사는 "다른 학교 학부모들이 전화를 걸어와 '우리 아이가 모 학교에 재학 중인데, 이 학교에 가면 내신을 몇 등급이나 받겠느냐' '교내 상(賞)이 몇 개냐' '자연계열을 위한 비교과 활동은 무엇이 있느냐' 등 학종에 관한 사항을 매우 꼼꼼하게 묻는다"고 했다. 이는 학종이 생기기 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현상이다. 그는 "오는 3월에도 한 학생이 이런 이유로 전학 오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일반고 출신 이모군(서울대 1)은 "명문 자사고에 다니다 내신 받기 어려워 전학을 택했다. 처음엔 학업 분위기가 좋은 강남권 학교를 고려했지만, 대부분 학생이 수능과 논술전형을 준비하는 분위기인 데다 학교도 학종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말을 듣고 비강남권으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필요하면 원거리 통학도 감수한다. 서울 B고 3학년(2017학년도 서울대 일반전형 합격)인 김모양은 고교 선택 시 버스 이동 시간만 60분이 넘는 B고를 '1순위'로 썼다. 김양은 "좀 멀긴 했지만 비교과 프로그램이 짜임새 있게 갖춰져 있어 만족하며 다녔고 주변 후배에게도 추천했다"고 했다. 그는 "내신이 비슷한 학생들 사이에선 비교과 활동의 질(質)이 중요하다. 학교가 얼마나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대입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기사 이미지
지난해 8월 한 수시모집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와 학생들./조선일보 DB
◇학종 연수로 방학 때도 분주한 교사들

학종에 강한 일반고에 재직 중인 교사들은 "학종 도입 후 방학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한 교사는 "신학기에 새로 진행할 각종 비교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았던 프로그램은 수정하거나 없앤다. 한 경시대회의 경우 학생들 사이에 경쟁이 지나쳤다는 평가가 있어 올해는 두 종류로 쪼개 진행하기로 했다"고 했다. 활동별 예산을 편성하거나 지난해 활동을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적는 것도 이 시기에 이뤄진다.

올해는 수업 개선에 관한 학년별 교사 간 논의도 활발하다. 지난해 교육부 발표에 따라 올해부터 학생부 기재 방식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유제숙 서울 한영고 교사는 "이제 '탁월하다' 등의 추상적 표현 대신 구체적 활동을 근거로 한 명확한 표현을 써야 한다. 이 때문에 토론·발표 등을 활용해 다양한 학생 참여형 수업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들이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교사 연수도 늘고 있다. A고 교사는 "올 겨울방학에는 교사 연수가 부쩍 많아졌다. 지난주엔 몇몇 국·공립대가 합동으로 개최한 학종 콘퍼런스에 참여하느라 2박 3일간 대전에 다녀왔고, 그 외에도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은 학교 밖으로 연수를 갔다"고 했다. 강원도 등 먼 지역 대학까지 자동차를 직접 몰고 찾아가는 교사도 있다고 했다. 지방 학교에선 교육청이나 사설 학원 주관 입시 설명회에 참가하려고 상경하는 교사도 있다. 경북 일반고의 김모 교사는 "정보 수집 차 서울 등 대도시에서 열리는 입시 설명회에 참석했다. 정시 위주로 입시가 진행되던 때보다 품이 많이 들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명문대 입시 실적이 더 좋아졌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주변에서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며 의아해하더니, 진학 실적이 향상하자 교장이 깜짝 놀라 지원을 약속했다. 그래도 여전히 보수적인 선배 교사들은 '수능이 최고'라는 걸 보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