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교육자가 IT 혁신에 대처하는 자세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1.17 10:52
  • 기술에는 패턴이 있다. 처음에 사람들은 기술에 과도한 기대를 한다. 모든 문제를 신기술이 해결해줄 거라는 믿음이다. 이 믿음은 깨진다. 이후 사람들은 기술에 실망하고 환멸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기술은 점차 성장하고 발전하여 안정기에 접어든다. 사람들은 비로소 과도보다는 낮지만, 환멸보다는 높은 적절한 중간 지대에서 기술을 받아들인다. 기술의 발전에 대한 사람의 인식을 보여주는 이 주기를 ‘가트너 하이프 주기’라고 한다.

    활자부터 인터넷까지, 수많은 기술이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가,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가, 안정기로 접어들었다. 활자부터 인터넷까지 많은 기술이 그랬다. 초기에 사람들은 우주선의 발전을 과대평가했다. 하지만 우주에 가는 것만으로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우주 연구에 대한 개발은 돈 낭비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후 플라스틱 등 많은 발명품이 우주 연구를 통해 나오고, 화성 개발에 대한 가능성이 열리면서 조금씩 우주 개발은 안정기로 접어들고 있다.

    IT 기술도 마찬가지다. 초기에 사람들은 IT에 과도한 기대를 했다. 지금도 몇몇 이들은 과도한 기대를 품고 있다. 하지만 발 빠른 이들은 IT 기술이 생각만큼 삶을 바꾸지 못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조지 메이슨 대학교 경제학 교수 타일러 코웬은 자신의 저서 ‘거대한 침체’에서 ‘인터넷은 증기기관, 전기, 컨테이너 등에 비하면 사소한 발명이다.’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70년대 미국인의 삶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보 전달 속도는 빨라졌다. 하지만 그게 자동차의 발명이나 전구의 발명만큼 인간의 삶에 큰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다. IT 기술에 대한 ‘환멸’이다.

    타일러 코웬의 말은 맞으면서 틀리다. 실제로 IT 기술이 사회에 가져다준 효용성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한국만 해도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었다. 하지만 인터넷 혁명 시기에, 사람들의 삶과 행복감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백신, 자동차, 전기, 컨테이너 등의 발명품에 비해 인터넷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실재가 아닌 개념의 혁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점점 바뀌고 있다. IT 기술이 점차 개념에서 벗어나 실재로 넘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 있다. 3D 프린터다.

    3D 프린터의 개념은 간단하다. 정보를 입력하면 제품이 플라스틱으로 출력되어 나온다. 그저 장난감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제품이 보여줄 혁신은 결코 만만치 않다.

    ‘메이드 인 스페이스’라는 기업은 3D 프린팅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회사는 3명의 젊은이가 창업한 회사다. 이 회사는 우주에서 3D 프린터를 활용해, 지구에서는 만들 수 없는 제품을 만든다. 중력이 없기에 자유롭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메이드 인 스페이스’ 사업모델의 핵심은 운송 비용의 절감이다. 로켓을 쏘아 올리는 일은 비싸다. 우주에서 3D 프린터를 통해 필요한 부품과 물품을 직접 만들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소형 위성은 개발비 자체는 싸다. 다만 우주에 보내는 비용이 비싸다. 우주에서 직접 제품을 만들면 비용이 폭발적으로 줄어든다. 이 간단한 아이디어를 통해 저렴하게 위성을 띄우는 사업이 완성되었다.

    어떻게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었을까? 교육자의 덕이 컸다. ‘메이드 인 스페이스’의 3인의 창업자들은 ‘싱귤레리티 대학’이라는 대안 학교 출신이다. 과학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 대학의 우주공학 학장이 3인의 학생에게 우주 공간과 3D 프린터를 결합해보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이를 발전시키자 거대한 혁신이 되었다.

    여기서 교육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IT 기술은 점차 발전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를 과도하게 숭배하고, 누군가는 기술의 더딘 공헌에 환멸을 느낀다. 하지만 IT 기술은 차츰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 이를 어떤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분명한 사실은 새로운 기술이 점차 개념에서 벗어나 실재를 다루기 시작하고 있고, 우리 모두에 삶을 송두리째 바꿀 거라는 것이다. 알파고 쇼크는 그 시작에 불과하다. 학생이 미래에 대비하려면 교육자가 그 미래를 미리 보아야 한다. 3D 프린터라는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고, 이를 학생에게 보여주어 혁신을 이루도록 환경을 제공한 싱귤레리티 대학처럼 말이다.

    과거에 교사는 유효한 몇몇 과거의 지식만 잘 주입하면 되었다.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 사회에서 교육자는 누구보다 기술의 미래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교사들도 준비를 시작했다. 코엑스에서는 오는 1월 18부터 20일까지 코엑스에서 ‘스마트교육학회 동계 페스티벌’이 열린다.(신청링크: https://goo.gl/forms/YHQ2zBs25Yev6bDt1) 교육자들이 모여, 미래사회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일을 도우려면 우선 교육자부터 노력해야 한다. 교사가 단순 지도와 과목 연구에서 벗어나, 미래를 대비하기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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