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전문가 김지영 교수에게 듣는 자녀교육법… “10년 후를 내다보고 아이를 대하라”
방종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7.01.13 16:14

-자기력ㆍ인간력ㆍ창의융합력ㆍ협업력ㆍ평생배움력 키우는 방법

  • 최근 자녀교육서 '다섯 가지 미래 교육 코드'를 낸 김지영 숭실대 베어드학부대학 교육학 전공 교수 /소울하우스 제공
    ▲ 최근 자녀교육서 '다섯 가지 미래 교육 코드'를 낸 김지영 숭실대 베어드학부대학 교육학 전공 교수 /소울하우스 제공

    “자율이 두려워요. 무엇을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
    김지영 숭실대 교육개발센터 책임 교수는 대학 신입생들로부터 이런 얘기를 자주 듣는다. 고등학교 때까지 짜인 일정대로 움직이다가 대학 신입생 앞에 놓인 자유가 부담스러워서다. 김 교수는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역량 개발과 진로 탐색 과목을 가르치면서 방황하는 대학생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몸만 대학에 와 있지 사고나 행동은 아직 고등학교에 머문 경우를 자주 봤다”며 “이런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니, 부모가 어려서부터 상당히 많이 개입을 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부모가 일방향적으로 자녀를 이끌수록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또한 김 교수는 “부모가 미래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을 내다보지 못하고, 본인의 경험과 현재 상황에 머물며 근시안적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부모를 위한 자녀교육서 ‘다섯 가지 미래 교육 코드’(소울하우스)를 낸 그를 만나 해결책을 들어봤다.

    ◇아이의 10년 후를 내다봐라.
    김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석사를 마친 다음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교육심리학 박사 과정을 이수하며 교내 교육혁신센터에서 다년간 교육전문가로 일했다. 이때 대학에 적응하지 못한 신입생을 많이 만났다.
    “하고 싶은 게 없어서 방황하는 한국 대학생과 달리 미국에서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대학에 적응하지 못한 경우를 자주 봤어요. 진로와 적성이 뚜렷하다 보니 대학 수업에 관심을 갖지 못하는 거죠. 창업을 하거나 일찍 사회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일찍부터 대입과는 별개로 자신의 진로를 많이 고민했기 때문이지요.”
    이런 사례를 자주 봤던 김 교수는 한국 학생들과의 만남에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대학만을 인생의 목표로 삼은 학생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인생의 달리기를 시작해야 할 대학이란 출발점에서 장거리 달리기를 위해 필요한 근육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학생들을 수없이 많이 만났습니다. 10대를 오롯이 대입만을 바라보며 전력 질주했기에, 목표가 달성되는 순간 그 이후의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지요. 미래 사회는 주도적이고, 창의적이며 협력할 줄 알고 개성이 있는 인재를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이에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무방비 상태로 대학에 던져진 학생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가 생각한 해결책은 부모와 자녀 모두 ‘10년 앞을 내다보는 것’이다. 특히 그는 10대 자녀를 둔 부모의 노력을 강조한다. 자녀 마음의 근력이나 학습력을 키우는 데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단 대학에만 보내면 알아서 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부터 떨치라고 조언한다. 그는 “내 아이가 10년 후 어떤 모습이길 진정으로 원하는 지, 그렇게 키우기 위해 지금부터 부모로서 어떤 능력을 키워줘야 할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아이를 대해야 한다”며 “아이의 미래를 멀리 볼 수 있는 안목과 단단한 철학을 가지고 느긋하지만 느리지 않게 키워야 한다”고 귀띔했다.

  • 김지영 교수 /소울하우스 제공
    ▲ 김지영 교수 /소울하우스 제공
    ◇다섯 가지 미래 교육 코드를 익혀라.
    교육학자이자 전문 학습 코치로서 그는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능력으로 크게 다섯 가지를 꼽는다. 먼저, 자기 자신을 잘 아는 능력인 ‘자기력’이다. 자기력이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을 긍정하며, 자신을 개발할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변화가 빠르고 혼란스러운 시대일수록 자신의 정체성과 능력, 가치를 분명하게 아는 강인한 자아(self)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자기력이 든든한 아이는 ‘자기’라는 나침반의 도움을 받아 미지의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설 수 있다”며 “자기에 대한 뿌리가 깊을수록 아이는 다른 사람이나 외부 상황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자기가 주도하는 삶을 살게 된다”고 말했다. 아이의 자기력을 높여주기 위해서 부모는 자녀를 다른 누군가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한다. 그는 “비교는 아이를 원본이 아닌 복사본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라며 “아이의 단점이 아닌 장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기계에 맞설 인간으로서의 저력인 ‘인간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는 “미래에는 인간적 사고력과 감성력을 갖춘 사람이 빛을 발할 것”이라며 “아무리 기술이 인간을 대신하더라도 인간만이 가진 사고력과 감성력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감성을 키워주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문화와 예술 활동을 꼽았다. 실제 초 1 아들을 둔 김 교수는 집에서 문화생활을 생활화한다. 어릴 때부터 음악회, 미술관, 박물관에 같이 가는 것도 좋지만, 이는 자칫하면 학습을 위한 체험 활동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만의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는 그는 “주말에는 내내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틀어 놓는다”며 “장르에 상관없이 곡을 선별해서 가족구성원이 돌아가면서 소개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의융합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몇 년 전부터 대학에서도 창의융합적 인재 양성에 관심이 높아졌다. 21세기에 제기되는 문제들이 한가지 지식이나 기술을 가지고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형태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분야를 넘나들며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창의융합력을 키우는 방법으로는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 훈련을 들 수 있다. 세계적인 경영사상가인 로저 마틴이 주창한 개념으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양자택일적 사고가 아닌, 두 대안의 장점을 통합해 새로운 대안을 창조’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 교수는 “갈등을 부모가 다 해결해주려고 하기보다는 갈등 상황을 종종 만들어 아이가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고정관념이나 완벽주의에서 벗어나 갈등 상황을 새롭게 인식하는 연습을 시켜보자”고 말했다.

    다름을 도움으로 만드는 역량인 ‘협업력’도 중요하다. 그는 “미래는 똑똑한 ‘나’보다 똑똑한 ‘우리’를 원하는 시대”라며 “이때 필요한 것이 협업력”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협업은 물리적인 결합이 아니라 화학적인 결합을 의미한다. 즉, 각자의 역량을 모아 합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역량을 곱해서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가 어릴 때부터 ‘모든 사람은 다 다르고, 그 다름이 가치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김 교수는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또래와 어울리면서 다름을 깨닫는다”며 “그것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다름을 존중하는 얘기를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달라서 뭐가 좋지?”라고 질문을 자주 하는 것도 추천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진다면 다른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사과하는 방법도 익히게 한다.

    다음은 배움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평생배움력’이다. 숨 가쁘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변화 민첩성을 갖추고 끊임없이 자신을 계발하고,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이의 평생배움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아닌 배움을 즐기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 교수는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자극과 경험을 만들어줘라”며 “호기심을 자극할 질문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