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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린이] 한국 여자 야구 이끌 유망주 박민서 양 (서울 무학초 6)

하지수 기자

2017.01.0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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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100㎞·홈런… 여자 초등생 중 저밖에 못한대요
일본 여자 프로 야구단 입단하는 대한민국 1호 선수 되고 싶어요

성동구리틀야구단의 홍일점 박민서(서울 무학초 6) 양은 대한민국 여자 야구의 미래로 불린다. 우리나라 초등 여학생 가운데 유일하게 시속 100㎞ 강속구를 던진다. 지난해에는 국내 리틀야구 대회에 출전해 '홈런'을 치기도 했다.

지난 3일 만난 민서의 손바닥에는 두껍게 굳은살이 박여있었다. 배트를 쥔 흔적이었다. 검지와 중지 끝 부분은 공을 던질 때 생긴 마찰로 빨갛게 벗겨져 있었다. 다리에는 야구공에 맞은 멍자국이 선명했다.

"모두 '영광의 상처'죠. 열심히 노력했다는 증거라 그런지 볼 때마다 흐뭇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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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박민서 양이 서울 응봉체육공원에 마련된 훈련장에서 강속구를 날리고 있다. / 김종연 기자
지난해 대회서 구속 100㎞ 넘겨

민서는 방학 중에도 매일 서울 응봉체육공원에 나와 훈련을 받는다. 10시간 동안 피칭과 배팅 연습, 튜빙(특수 고무줄을 당기며 근육을 단련하도록 제작된 기구)과 바벨 운동 등을 반복한다. "제 생활에서 야구가 빠지면 허전해요.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훈련해야 해요."

지난해 민서는 속초시장기, 박찬호배, 두산베어스기 등 11개 전국리틀야구대회에 참가했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8월 개최된 속초시장기다. 당시 안동시 리틀야구단과의 경기에서 마무리투수로 출전, 세 선수를 연달아 삼진 아웃 시키며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난생처음으로 시속 101㎞ 공을 던지기도 했다.

32년째 성동구리틀야구단을 이끄는 정경하 감독은 "시속 100㎞로 공을 던지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인 야구단으로 활동하는 성인 남성들도 던지기 어려운 기록"이라고 했다.

지난해 8월 열린 두산베어스기에서는 첫 홈런을 기록했다.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비거리 80m)이었다. 민서는 "중학교 3학년 때까지 '구속 100㎞ 넘기' '홈런 치기'를 이루겠다고 생각했는데 작년에 다 해냈다"며 웃었다.

"잘할 때는 환호를 받지만,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여자라는 이유로 욕을 먹곤 해요. 예전에 삼진 아웃 당한 적이 있는데 관중석에서 아저씨들이 여자라 못했다면서 수군거렸어요. 처음에는 많이 상처받았는데 이제는 신경 안 써요. 극복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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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로 일본 여자 프로야구팀 가고 싶어요"

민서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야구장을 드나들었다. 삼성 라이온즈 팬이었던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눈으로만 즐기던 야구를 직접 해보고 싶었던 민서는 이듬해 성동구리틀야구단 주말반에 입단했다. 하지만 일주일에 이틀로는 원하는 만큼 배우기가 어려웠다.

"좀 더 전문적으로 야구를 익히려면 주말반이 아닌 선수반에 들어가야 했어요. 부모님은 여자 야구선수의 길이 힘들다고 생각해 반대하셨죠. '딱 한 번뿐인 인생인데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계속 두 분을 설득했어요."

정 감독도 부모님의 마음을 돌리는 데 힘을 실어줬다. 그는 "민서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다. 또래들이 3년 정도 배워야 익히는 볼 감각을 3~4개월 만에 터득해 제대로 공을 던지고 쳤다. 실력을 썩히기 아까웠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해 2월 부모님 동의하에 선수반 활동을 시작했다.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남들보다 최선을 다했다. 리틀야구단 훈련이 끝나고 나서도 캐치볼과 스윙 연습을 했고, 그날그날 연습한 내용은 일지에 적으며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 애썼다. 체격을 키워야 더욱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다는 감독의 말에 작년 9월 34㎏이던 몸무게를 3개월 만에 48㎏까지 찌웠다.

민서는 "지칠 때는 야구선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배터리' '글러브' '퍼펙트 게임'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진다"고 했다. 부모님과 약속한 '하루 두 시간 공부'도 빼놓지 않고 해낸다.

"앞으로의 목표는 대한민국 선수 최초로 일본 여자 프로야구팀에 입단하는 거예요. 우리나라에는 여자 프로야구 리그가 없으니까요. 솔직히 남자에 비해 여자 야구선수는 기회가 많지 않아요. 그래도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인터뷰를 끝낸 민서가 다시 야구공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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