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두의 내신클리닉] 2017년 이공계열 동향과 수학·과학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12.30 10:24
  • 2016년도 하반기 은행권 공채에서는 이공계 출신 인재 모시기 열풍이 불었다. 핀테크(금융+기술)와 빅데이터 활용이 중요해지면서 전통적으로 인문계 출신을 선호했던 은행들이 관련 부문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이미 국내외 벤처업계는 이공계 출신 인재 모시기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13년도 기준 벤처기업 창업자의 60% 이상이 이공계이며, 타 계열(경영, 인문사회 등)이 CEO로 있는 벤처기업에도 핵심 개발자는 대부분 이공계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 또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회사들은 상경계열보다 공학계열에 약 3배나 높은 선호도 수치를 나타냈다. 이러한 현상은 중견·대기업들을 살펴봐도 유사하다. 국내 S전자는 매년 이공계 출신 입사자가 전체 입사자의 80%를 웃도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고, 코스닥 시장의 경우 대표이사 400여명 가운데, 이공계열 전공자가 약 35%에 달한다. 반면 상경계열과 인문사회계열은 각각 약 25%와 약 6% 내외 정도다. 국내외 구분 없이 벤처기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이공계 출신들이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셈이다.

    이공계열 중점의 흐름은 국내 입시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교육부에서는 인구절벽 현상 속에서도 2020년까지 공학 전공 정원을 2만 명 이상 확대하기로 결정했으며,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4년까지 공학과 의학 분야의 초과 수요가 약 22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고등학교에서는 문과 학급과 이과 학급의 학생 수가 약 7:3 정도를 유지했던 10여년 이전에 비해 최근 3:7정도로 역전되었다. 또한, 전국 단위의 영재학교와 광역단위의 과학고 등의 이공계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는 고교의 숫자와 국가적 지원 역시 크게 확대되었다.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의 경우 독립된 재정과 교과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역시 대부분 이공계열 학습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과학영재학교는 2010년 3개교에서 2016년 8개교로 6년 사이 3배 가까이 그 수가 증가했다.

    이렇게 이공계 선호 추세가 형성된 산업적 이유는 IT기술의 발전에 따라 산업 기반이 첨단화되면서 직접적인 연구개발 인력의 수요가 증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하여 최근 부각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 수질오염 등의 환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관련 사업과 기술들이 발전되고 있는 것도 요인이다. 이와 함께 급속한 고령화와 스트레스 등의 문제에 따른 의·과학적 웰빙(well being)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도 추가적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가 산업구조의 변화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기업 G사에서 10여년 동안 최고 인적자원책임자로 활동한 라즐로 복(Laszlo Bock)의 말을 예로 들어보자. 라즐로 복은 “어떤 전공을 공부하는가 보다는 논리적인 사고와 구조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이공계열의 학습은 논리적 수학·과학 그리고 융합된 공학의 학습을 통해 이러한 능력의 기초를 자연스레 닦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학이나 영문학에서 받은 A+학점보다 물리학이나 전자공학에서 받은 B+학점을 보다 높게 선호한다.” 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심리학이나 영문학을 통해서도 깊이 있는 사고력을 기를 수 있겠지만, 수학과 과학은 학습 구조의 특성상 과목 그 자체에 논리적이고 구조적인 사고력이 담겨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력과 창의력이 만났을 때, 그 효과는 극대화되며 이것이 지금과 앞으로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핵심 능력이라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수학과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사고력 증진은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인재상을 충족시키기에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사고력과 창의력은 단기적으로 길러지지 않는다. 교육 발달과정에 따르면, 초등학교 5학년 시기까지는 ‘구체적 조작기’로 눈에 보이는 실체나 문제에 대해 기억과 경험을 통하여 사고를 하는 기간으로 분류되어 있다. 즉,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응용은 더욱 힘들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예비 중학생)부터는 ‘형식적 조작기’로 어떠한 현상에 내재한 무수한 가능성을 상상하고 추상적인 것을 포함한 논리적 사고를 하게 된다. 즉, 경험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사고하고 융합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고력과 창의력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가장 역동적인 시기는 ‘중학교 재학 시기’이다. 그리고 미경험 학습에 대한 발산적 사고를 하면서, 자신만의 논리로 창의적 결론까지 이끄는 연습을 하기에 가장 좋은 도구는 수학·과학이기에 중학교 시절에 이에 대한 학습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당장의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여 조바심을 내거나 낙담할 필요는 없다. 지속적인 수학·과학 학습의 투자는 미래 인재상에 알맞게 숙성된 사고력과 창의력으로 반드시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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