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최근 3년간 자기소개서 표절 탓에 3580명이 대학 불합격…학생이 표절하는 이유는?
박기석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12.22 17:59
  • 2014학년도부터 2016학년도까지 3년간 대입에서 자기소개서(자소서)를 표절했다고 의심되는 학생이 약 4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중 90%가 넘는 3580명은 결국 불합격해 자소서 표절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학년도부터 2016학년도까지 대입 자소서를 표절한 인원은 총 3922명이다. 2014학년도 1212명에서 2015학년도 1346명, 2016학년도 1364명까지 매년 증가했다. 이에 따라 불합격자도 매년 1100여명에 달하며, 특히 2016학년도에는 1261명이 불합격했다.

    자소서 표절은 대교협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다. 학생이 대입 전형에 제출하는 자소서는 대교협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대교협은 ‘자기소개서 유사도검증시스템’을 통해 학생이 제출한 자소서가 이전에 다른 학생의 것과 비슷한지 검증한다. 여기서 5% 이상 비슷하다고 판명되면 대교협은 학생과 교사에게 재검증을 한다. 전화를 걸거나 현장 실사, 심층면접 등에서 표절 여부를 판가름하는 식이다.

    학생들이 표절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는 자소서가 합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외고 3학년생 변모군은 “대부분 학생은 자소서를 잘 써야지만 수시전형에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때문에 이전 합격생들이 쓴 자소서를 참고하고 일부 베끼기도 한다”고 했다.

    한편 입시 전문가들은 자소서 작성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교육청의 온라인 학습 사이트 ‘꿀맛닷컴’에서 자소서 컨설팅을 맡은 임연주 오금고 진로진학부장은 “자소서를 봐줄 때 학생이 질문에 맞지 않는 글을 쓰면 주제를 고치라는 등 면접관이 요구하는 내용을 알려준다. 문맥을 매끄럽게 고치는 식의 첨삭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수시 합격생들도 자소서의 내용을 공통으로 강조했다. 고려대 국어교육과와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에 동시 합격한 김유정(불암고 3)양은 “국어 문법에 관심이 많아 평소에 친구들과 이야기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항상 친구들을 지적하던 사소한 일상을 자소서에 작성했다”며 “3년 동안 동아리 활동을 같이한 친구들, 선생님에게 자소서를 보여주자 좋은 소재로 쓰일 수 있지만 내가 놓친 활동을 조언해줬다”고 했다. 연세대 문헌정보학과에 합격한 김윤서(서울외고 3)양은 “선생님께 자소서를 첨삭 받을 때 자주 나오는 소재인지, 진부한 표현인지 등을 확인하고 지적받은 내용을 제외했다”며 “친구들과 함께 자소서를 첨삭하면서 서로 부족하거나 이상한 부분만 고친다면 남다른 나만의 자소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자소서 작성을 남에게 맡기는 건 금물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자기가 직접 쓴 자소서를 주변인에게 점검하면서 구체성이 없는지 등 지적받은 내용을 본인이 직접 고치는 과정에서 자신감도 생기고 자기만의 좋은 자소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또, 임 대표는 “사교육 업체에 자소서를 통째로 맡기는 식의 컨설팅은 여러 학생을 첨삭하는 강사의 말, 어투가 자신의 자소서에 그대로 남을 수 있다”며 “대교협이 발표한 자료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자소서 표절이 드러나면 수시전형에 불합격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 같은 컨설팅은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