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권 이상 예비 고 3, 수능 ‘제2외국어·한문’ 보는 게 유리”
오선영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12.21 16:59

[수능 제2외국어·한문, 꼭 봐야 할까]

  • “예비 고 3입니다. 선생님이 자꾸 제2외국어·한문 준비하라고 하는데, 꼭 봐야 하는 건가요? 서울대 갈 거 아니면 안 봐도 된다고 들었는데. 안 그래도 공부할 게 많은데, 괜히 제2외국어·한문까지 했다가 다른 과목 망칠까 봐 걱정돼요. 제2외국어·한문을 왜 봐야 하는 건가요?”

    이제 ‘대입 수험생’이 된 예비 고 3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각자 공부 계획을 세우는 가운데,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제2외국어·한문’ 영역을 두고 고민하는 학생도 많아졌다. 국어·수학·영어·탐구처럼 대입에 크게 반영되는 영역도 아니고, 한국사처럼 필수 응시 영역도 아니어서다(서울대 지원 시 필수). 대입 관련 카페에도 제2외국어·한문 응시에 대한 질문이 꾸준히 올라온다. 수능 제2외국어·한문은 어떤 학생들이, 왜 봐야 할까?

    ◇서울 주요대학, 사탐 1과목 대체 허용… 응시하는 게 유리

    제2외국어·한문 응시자 수는 최근 꾸준히 느는 추세다. 올해만 봐도 전년도 7만1022명에서 7만3968명으로, 총 2946명 증가했다. 2015학년도 수능에서는 6만3225명, 2014학년도 수능에서는 6만209명이 응시했다.

    이렇게 응시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 상위권 대학이 제2외국어·한문으로 사회탐구영역 1과목을 대체할 수 있게끔 허용했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인문계열에서 ‘제2외국어·한문’을 필수 반영 영역으로 지정했다. 1~2등급은 만점, 3등급부터 등급당 1점씩 최대 6점을 감점한다. 정용관 스카이에듀 총원장은 “서울대 지원자뿐 아니라 서울 주요 대학에 지원하는 상위권 수험생들도 사회탐구영역을 대체할 일종의 ‘보험’으로 제2외국어·한문에 응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랍어의 경우에는 잘 찍기만 해도 2~3등급을 받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응시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학별로 반영 방법이 다르다는 점에 주의한다. 인문계열 전 모집단위에서 대체 가능한 대학도 있고, 어문계열 등 특정 모집단위에서만 허용하는 대학도 있다. 충남대는 취득점수의 2%를 가산하는 방식으로 반영하고, 숭실대는 독일어·프랑스어·중국어·일본어·한문만 반영한다. 차의과학대는 아랍어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만 사회탐구 1과목 대체를 허용한다.

    ‘제2외국어·한문을 보는 고사장의 분위기가 좋다’는 속설도 응시자 수를 늘리는 한 요인이다. 서울대 지원자를 비롯한 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제2외국어·한문을 보기 때문에 시험 환경에 민감한 수험생들이 일부러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대입 관련 카페에 ‘이과생인데, 제2외국어·한문 고사장을 선택해도 되느냐’는 질문이 자주 올라올 정도다. 정 총원장은 “제2외국어·한문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비슷할 전망”이라며 “중위권 이상 수험생은 가능한 응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아랍어 처음 본 기자가 풀어도 ‘2등급’ 현 체제선 ‘아랍어’ 선택 유리

    현재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아랍어, 베트남어, 한문 등 총 9개 과목으로 이뤄졌다. 이중 가장 인기인 과목은 단연 ‘아랍어’다. 올해는 약 71.1%(5만2626명)가 아랍어를 선택했으며, 지난해 2016학년도 수능에서는 52.8%(3만7526명)가 응시했다.

    이렇게 아랍어 인기가 높은 것은 점수를 잘 받을 확률이 높아서다. 올해 2017학년도 수능에서 아랍어 1등급컷은 31점, 2등급컷은 18점(원점수 기준)으로 추정된다. 시험 난도가 높다기보다는 아랍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거의 없어 대부분 응시생이 ‘찍기’로 시험을 치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랍어를 본 적이 없는 기자가 10여분 간 문제를 풀고 채점한 결과, 2등급에 해당하는 점수(18점)가 나왔다. 이와 달리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은 1등급컷이 45~48점으로 높다. 한때 (가르치는 학교가 적어) 아랍어처럼 인기가 높았던 베트남어도 1등급컷이 42점에 달한다. 2등급컷도 베트남어를 제외하곤 대부분 42~46점이다.

    정 총원장은 “수험생 입장에서는 적은 노력으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며 “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아랍어 쏠림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은 (최상위권 수험생인) 외국어고 재학생이 주로 응시하기 때문에 일반고 학생들은 응시를 꺼릴 수밖에 없어요. 외국어고에서 해당 언어를 전공한 학생 중에도 공부를 소홀히 했다가 5등급을 받은 사례가 있을 정도니까요. 이와 달리 아랍어는 ‘잘 찍기만 해도’ 2~3등급을 받을 수 있으니 응시생이 계속 늘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제2외국어·한문은 형평성이 없고, 교육적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 총원장은 “제2외국어·한문에 응시하되,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아랍어’를 선택하는 게 좋다”며 “만약 아랍어 1~2등급을 노린다면, 여름방학 이전에 1~2개월 정도 인터넷강의 등으로 공부해 두는 게 학업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