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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아랍어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짐에 따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17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보면 제2외국어ㆍ 한문 영역에서 '아랍어 Ⅰ'을 지원한 응시자는 5만2626명으로 전체 수험생의 71.1%로 확인됐다. 이는 제2외국어ㆍ 한문 응시자 가운데 10명 중 7명이 아랍어 시험을 본 것으로, 지난해 아랍어 응시자 비율 52.8%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에서 아랍어 시험이 추가된 것은 현행 선택형 수능체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부터다. 시험 첫해만 해도 아랍어 응시자는 중동 지역에 살다 온 학생 등이 위주로 531명에 불과했다. 2005학년도 수능에 앞서 시행된 9월 모의고사에서는 아랍어 응시생이 단 1명에 그치기도 했다. 이처럼 아랍어는 초기엔 외면받는 과목이었으나, 단기간에 응시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수험생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조금만 공부하면 쉽게 점수를 딸 수 있다'는 소문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수능에서는 아랍어 응시자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더니 올해 수능에서는 급기야 70%까지 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실제 올해 수능 채점 결과 제2외국어 과목인 아랍어는 찍어도 5등급은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수능 아랍어Ⅰ과목의 경우 모든 정답을 2번으로 표시했다고 가정하면 50점 만점 중 10점을 받게 된다. 이 경우 표준점수 46점, 등급은 5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다른 제2외국어 과목 지원자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일본어 8.1%(5987명), 중국어 5.4%(3982명), 베트남어 I 4.9%(3613명), 한문 I 4.3%(3147명) 등이고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은 응시비율이 1%를 웃돌고 있다.
이처럼 학생들이 오로지 점수를 따기 위해 아랍어를 선택하는 비정상적 상황의 문제점을 출제기관인 평가원도 인식, 앞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용상 평가원 수능 기획분석실장은 "'아랍어 로또' 보도가 나오고 있어 학생들이 이왕이면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아랍어를 선택하자는 심리로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수능에서 해결하기보다는 교수 학습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랍어 로또', 수능에서 아랍어 쏠림현상 심해졌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