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능’에 불확실성 줄었지만… 안전한 결과 위해 성적대별 변수 확인해야
김재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12.0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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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수능 점수대별 정시 지원 전략]

    2017학년도 대입(大入) 정시모집의 막이 올랐다. 지난 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개인 성적표 배부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정시 체제에 돌입했다. 최종 관문인 정시 원서접수는 이달 31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다. ‘17학번’을 꿈꾸는 수험생들은 앞으로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임해야 할까. 입시 전문가들이 이번 수능 채점 결과를 토대로 성적대별 대비법을 제시했다. ‘최상위권·상위권·중위권을 위한 정시 공략법’을 소개한다.

    ◇어려운 수능 덕분에 성적대별 경계 뚜렷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7일 발표한 ‘2017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보면, 이번 수능 주요 영역이 전년도보다 비교적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난도(難度) 여부는 대개 ‘전년도와의 표준점수 최고점 비교’ 혹은 ‘영역별 만점자 비율’ 등으로 가늠할 수 있는데, 국어·수학·영어 모두 수치상 전년도보다 훨씬 더 까다롭게 나왔던 것으로 분석된다.

    ‘불수능’의 증거를 확인해보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수학 나형을 제외한 국어·수학(가형)·영어 등이 전년도보다 3점씩 올랐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반대로 표준점수 최고점은 높아진다. 만점자 비율은 주요 영역 모두 고난도 평가 기준점인 ‘1% 미만’을 훨씬 밑돌았다. 각각 △국어(0.23%) △수학 가형(0.07%) △수학 나형(0.15%) △영어(0.72%) 등으로 집계됐다.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능이 어려울 경우 정시 변수는 최소화한다. 따라서 성적대별 전략 짜기도 수월해진다. 이종서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번 수능의 가장 큰 특징은 주요 영역별로 변별력을 충분히 갖춘 덕분에 최상위권·상위권·중위권 등 점수대별 경계가 뚜렷해졌다는 것”이라며 “대학별 입시 변화 등 몇몇 변수만 유의한다면, 자신의 점수대에 맞는 대학에 충분히 진학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상위권|서울대 인문계열 합격선 오를 듯… 자연계는 의학계열 경쟁 치열

    변별력 갖춘 수능 덕분에 최상위권 수험생은 다소 고민을 덜었다. 김명찬 종로학원 학력평가연구소장은 “최상위권의 경우엔 표준점수 최고점과 만점자 비율 등을 고려해봤을 때 상위권과 충분히 변별이 된다”며 “따라서 해당 성적대의 소신 지원 경향이 아주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래도 계열별로 유의 사항은 있다. 인문계열은 서울대 지원자 수 확대 가능성을 인지하는 게 핵심이다. 이종서 소장은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한국사가 필수 과목으로 바뀌면서, 서울대가 그동안 고수했던 ‘정시 지원 시 한국사 필수 응시’ 조건이 의미 없게 됐다. 제약이 사라지다 보니, 당연히 인문계열 최상위권 중 서울대를 지원하려는 수험생은 전년도보다 늘 것으로 보인다. 덩달아 서울대 인문계열 학과의 합격선이 상승할 가능성도 커졌다. 따라서 해당 계열 최상위권 수험생은 연세대·고려대 합격 안정권을 잘 판단해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자연계열은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 계열 특정 모집군 변수가 관건이다. 이종서 소장은 “내년도 의대 정원이 205명 늘면서 입학 문(門)이 넓어진 만큼,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의학계열 지원 경향이 훨씬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학계열 지원자가 선호하는 대학이 대부분 나군에 쏠려 있기 때문에 대학별 요강을 꼼꼼히 살펴 자신에 유리한 대학 목록을 정해 놓아야 한다”고 했다.

    과학탐구 Ⅱ 과목 응시자 수 감소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정용관 스카이에듀 총원장은 “서울대 자연계열의 경우 과학탐구 Ⅱ 과목 응시가 필수인데, 2017학년도 수능에선 해당 과목 응시자 비율이 전년도보다 낮아졌다(7%→5.7%). 경쟁자가 줄었기 때문에 서울대 자연계열 합격선도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과에선 미달 사태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신 특정 선택과목 필수 응시 제약이 없는 연세대·고려대 자연계열 최상위권 커트라인은 오를 수 있으니, 이 부분을 반드시 고려해 지원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에선 자연계열에서 높은 반영 비율을 자랑하는 수학영역의 혜택이 이번 정시에서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학 가형(이과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130점)이 다른 주요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139점)과 격차가 커, 반영 비율 이점을 누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종서 소장은 “따라서 수학 점수가 다소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국어·영어·과학탐구 영역에서 점수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의대 지원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본다”고 했다.

    ◇상위권·중위권|변수 적어 소신·적정 지원… 자신에 유리한 대학별 반영 방법 찾아야

    상위권도 사실상 큰 변수는 없다. 점수대에 맞는 대학·학과를 찾아 소신·적정 지원하면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다만 계열별 고려 사항이 있다.

    인문계열은 서울 주요 10개 대 정시 선발 인원이 줄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김명찬 소장은 “해당 성적대 수험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경희대·서울시립대·이화여대·홍익대 등이 문과 정원을 각각 100명~300명가량 줄였다. 따라서 경쟁률과 합격선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도 자료를 참고로 지원 전략을 안이하게 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연계열은 조만간 대학이 발표할 탐구영역 반영 방법(자체 변환표준점수, 백분위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정용관 총원장은 “자연계열은 반영 비율이 높은 과학탐구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대학별 과학탐구 반영 방법에 따라 점수 유불리를 꼼꼼히 따지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이종서 소장은 “이번 수능에선 과학탐구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최고점 차가 최대 5점에 불과할 정도로 난이도 조정이 잘 됐지만, 두 과목을 합산했을 경우 벌어지는 점수 격차는 여전히 크기 때문에 점수 유불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자연계열 내 수학 영향력이 다소 줄었다 하더라도 과학탐구의 영향력은 전과 같이 크다. 따라서 과학탐구 성적이 좋은 편이라면, 상향 지원 등 적극적인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적대 중 가장 두터운 층인 중위권은 규모가 큰 만큼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를 하나하나 고려하기보다는 대학별 반영 방법에 따라 자신에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짜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백분위·표준점수 활용 여부, 영역별 반영 비율, 반영 영역 수 등을 분석해 결정하는 것이다. 학생부 성적 반영 여부 등 수능 성적 외에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만한 요소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물론 계열별 필수 점검 사항도 꼼꼼히 확인하는 게 좋다. 김명찬 소장은 “인문계열은 교차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이번 정시에선 ‘프라임(PRIME·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 사업’에 선정된 대학의 학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자연계열은 국민대 등 수학 가형에 가산점을 주는 학과를 찾아 지원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