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2017년 학생부 기재 변화와 전망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12.05 09:44
  •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17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개선방안’이 수험가의 화제다. 내년도에 대폭 확대된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의 중심이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불필요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예년보다 빠른 내년 1월에 구체적인 학생부 기재요령을 보급하기로 발표했다. 이번 학생부 개선안의 취지는 2015년 교육과정개정과 자유학기제 등에 따라 앞으로 학생 참여형 수업이 늘어나는 것을 대비하고, 누가적 관찰기록을 강화해서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 전형)의 중심인 학생부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새삼스럽게 항목별 기재권한의 주체를 명확히 하거나, 인증절차를 강화한 것은 최근 학생부 종합전형과 관련한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눈에 띄는 몇 가지 변화로는 첫 번째로, 학부모 진로희망 삭제가 있다. 학부모 진로희망 삭제는 그동안 주요대 입학사정관들이나 일선 학교에서도 꾸준히 제기되어왔던 문제였다. “우리가 학생부에서 보고자 하는 것은 학생의 진로희망이지, 학부모의 진로희망을 왜 평가해야하는 지 모르겠다.”(학교생활기록부의 재구조화 중에서)

    두 번째로 학종 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가장 당혹스러워 하는 것은 독서활동 기록의 변화다. 독서활동은 고교 3년간 학생의 관심사와 더불어 독서를 통한 사고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는 면에서 주목할 만한 항목이었다. 하지만 독서활동 란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생들이 작성한 기록이 그대로 옮겨지는 것에 불과했고, 사실상 교사의 관찰과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교육부가 메스를 들었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독서활동 기록에 대한 사교육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학생부 기재 개선안을 통한 독서활동기록의 단순화로 양적인 독서에서 질적인 독서활동으로 학생들의 독서활동의 포인트도 옮겨갈 것이라 본다. 또한 독서활동이 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뿐 아니라 진로활동이나 동아리 활동 등과 자연스럽게 결합되리라고 예측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학생부 기재 변화로 인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수험생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의 결여다. 학생부 독서활동 란은 공통 1,000자, 과목별 독서 500자 등 자수제한이 있는 데 갑작스런 기재변화로 내년도 독서활동 기재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학생들이 많다. 수험과 관련한 민감한 교육 정책을 공표하기 전에는 세부지침에 대한 개요도 함께 공개하는 것이 최소한의 배려라고 본다. 이와 관련 눈길을 끄는 것은 경기도 교육청에서 배포한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매뉴얼’의 독서활동 예시다. 교육부 개선안과 유사한 ‘제목과 저자’ 위주의 짧은 독서활동 예시가 있으므로, 궁금한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은 참조하면 된다.

    세 번째로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의 추상적인 표현(우수함, 특별함 등...)의 지양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도 많다. 풍부한 예시와 연수를 통해 개선안을 제시한다고 하지만, 교사 1인당 학생비율과 기타 근무여건 등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수시간을 늘린다고 대폭 개선이 가능할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학교 현장에서 꽤 있는 것 같다.

    네 번째로 방과 후 학교 등의 기록에서 강좌 명, 이수시간만 기재하는 것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의견이 있다. 아예 방과 후 학교는 평가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고, 구체적인 기록이 없어지면 강좌명만 보고 학교의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구체적인 개선안에 이와 같은 우려도 반영되었으면 좋겠다.

    다섯 번째로 자율탐구활동 란의 R&E, 소논문활동 등에 연구주제, 참여인원, 소요시간만 기재하며, 사교육 개입 없이 학교 내에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하는 활동만 기재한다고 한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하다고 본다. 올해 고려대나 이화여대 등의 입학처에서 소논문 등을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일부 학생들은 소논문 등에 대한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교과학습 발달상황 란에서 교과별 성취기준에 따른 학습 과정 및 성취도 중심으로 세부적인 관찰 기록을 교육부가 강하게 요구한 점을 보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중요성이 더해질 전망이다. 이는 2015개정 교육과정에 명시되어있는 학습결과중심에서 과정중심평가로의 이양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정교육과정의 수학 과목 평가방법 내용을 보면 “지필 평가, 프로젝트 평가, 포트폴리오 평가, 관찰 평가, 면담 평가, 구술 평가, 자기 평가, 동료 평가 등의 다양한 평가 방법을 사용하여 양적 또는 질적으로 평가한다.”고 되어있다. 학종 전형 도입의 취지에 걸맞게 다양한 방법을 통한 수업 중심의 평가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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