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R&E(과제연구)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준비 단계”
박기석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6.12.02 14:07

강정하 카이스트(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연구교수 인터뷰

  • “청소년 R&E(과제연구) 활동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미 정해진 주제, 연구실(랩)에서 제안하는 실험을 제시된 방식대로 수동적으로 수행한다는 점, 탐구력이나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높이는 활동이 아닌 새로운 실험 장비나 첨단 기술을 익히는 데 급급하다는 이유 때문이죠.”

    최근 열린 한국영재교육학회 연차학술대회에서 나온 의견이다. 청소년 R&E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지적한 강정하 카이스트(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연구교수는 10여년 이상 청소년의 창의성과 영재학교 교육과정 등을 연구한 전문가다. 카이스트 등 대학부터 영재학교, 과학고 등 입시에 자문하기도 했다.

    요즘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입 전형의 대세가 되면서 영재학교나 특목자사고뿐만 아니라 일반고에서도 R&E 프로그램이 일반적으로 자리잡았다. “청소년이 R&E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올바른 교육효과를 얻으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강정하 카이스트(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연구교수에게 R&E 수행 노하우를 들었다.

    청소년 R&E를 살펴보게 된 계기는 지난 2011년 연구다.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한국과학자상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호암상 등 과학기술 관련 상을 한 가지 이상 받은 저명한 과학자 12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연구와 R&E를 수행하는 영재학교, 과학고 학생들을 비교했다.

    “국가과학자 수준의 연구원들이 연구하고 산출물을 내는 과정을 살펴봤어요. 영재교육을 받는 청소년이 연구하는 과정과 비교해 그 차이를 분석하고 학생들이 참고할 만한 점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저명한 과학자와 학생들의 가장 큰 차이는 준비 단계다. 강 교수는 “지식의 양이나 연구 방법 등의 근본적 차이는 차치하더라도 R&E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준비가 부족하다”고 했다.

    “과학자들이 연구 문제를 정의할 때 5~10년씩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고민이 부족해요. 예컨대 우리나라 서해에 기름이 유출됐다는 뉴스를 보고 단순히 ‘기름 오염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식이죠. 문제를 정의하고 가설을 내리는 진지한 과정이 없습니다. 1년 만에 연구를 마치고 소논문을 쓰는 식으로 결과에 집중하도록 하는 상황도 문제죠. 대부분 영재학교들이 ▲과제연구 ▲창의연구설계 ▲연구방법론 등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에게 연구 준비 단계부터 실제 실험할 때 유의할 점 등을 가르치지만 아직은 학생들이 준비 단계의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학생들이 연구 주제를 선택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대부분 학생이 선배가 연구했던 프로젝트나 교사가 알려준 아이디어를 그대로 수용해 연구합니다. 연구 과정을 디자인하고 주제를 설정하는 고민이 부족한 편이에요. 연구 주제 설정 시 과학계 최신 이슈를 반영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중요한 점은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 정의하고 연구 설계를 정밀하게 해야 한다는 거에요.”

    강 교수는 연구 주제를 설정하기 위해 지식을 체계화하는 연습을 주문했다. 관심 분야를 정하고 나면 그 분야에 관한 기존 이론, 지식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식이다. 이 단계에서 엄청난 양의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기존의 것을 진리로 생각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면 자신이 연구하고 싶은 참신한 주제를 설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강 교수는 “창의성이 비판적 사고력에서 나온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토론은 비판적 사고력을 평소에 키울 수 있는 연습이다. 강 교수는 “결국 R&E 활동을 진행하기 전 준비가 완벽히 되려면 평소에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며 “사고를 확산할 수 있는 능력은 토론에서 나온다”고 했다.

    “현재 카이스트 학부생과 석박사생까지 가르치고 있는데 여기서도 토론 수업을 강조합니다. 그만큼 지식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춰주는 데 효과적이죠. 다만 토론 수업을 할 땐 교사와 학생의 준비가 굉장히 필요해요. 교사 역량도 중요하고요. 교사와 학생이 서로 협력해 토론을 준비한다면 결국 학생이 R&E 활동을 수행하는 데 훨씬 수월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