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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예림(하나고 2)양에겐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학교 정규 수업이 끝나면 예술 강좌를 듣거나 운동을 배우고(1인 2기 정책) 각종 동아리 모임, 수행 평가 숙제를 하면서 별도로 교과 예·복습까지 해내야 한다. 이 활동을 다하려면 평소 시간을 잘게 쪼개 써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칫하면 과제 제출 기한을 잊거나 스터디 그룹 약속이 겹칠 수 있어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권양에게 꼭 필요한 것이 플래너다.
◇플래너 쓰면서 전교 1등으로 수직 상승
권양은 기숙사 학교인 청심국제중에 입학하면서 낯선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계획을 짜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 당황했다고 한다. 그는 주어진 시간을 체계적으로 운용하지 못했다. 매일 쏟아지는 과목별 숙제를 깜박 잊는 바람에 점수를 깎이기도 했다. 중간·기말고사에서도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권양은 1학년 2학기 말 성적표를 받아들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됐다. 주변을 둘러봤다. “남들과 나의 공부 방법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폈어요. 그랬더니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모두 플래너를 쓰고 있었죠.” 그 길로 권양도 플래너를 샀다. “수행 평가 과제·퀴즈 준비 같은 여러 일정을 플래너에 모두 기입하고 나니 여러 가지 일이 한눈에 보였습니다. 이 덕분에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었고 숙제를 잊는 일이 없어졌어요. 매일 공부 계획도 작성했어요. 공부를 하기 전 그때그때 반드시 해야 할 학습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니 집중력이 높아지고 시간 낭비가 확연히 줄었습니다. 공부 흔적이 고스란히 남기 때문에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고요.” 그렇게 몇 달을 보낸 후 권양은 2학년 1학기에 전교 2등을 차지했고, 2학기에는 전교 1등으로 장학금도 받았다.
◇교과·비교과 빠짐없이 하려면 플래너 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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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고에 진학한 후엔 할 일이 몇배로 늘었다. 그의 주중 하루는 크게 ▲수업(오전 8시~오후4시) ▲예술 또는 스포츠 강좌(오후 4시 반~6시) ▲자습 1교시(오후 7~9시) ▲자습 2교시(오후9시 반~11시) ▲선택 자습(오후 11시 이후)으로 구성된다. 저녁 자습 시간이 돼서야 개인 시간을 갖게 되므로 혼자 공부할 시간이 길지 않은 편이다. 자습 1~2교시를 활용해 수행 평가 모임을 갖거나 교내 대회 준비를 하기도 한다. 목요일 자습 1교시에는 논어 강독 동아리에서 토론을 하는 식이다. 주말도 만만치 않다. 오전엔 축구 등 각종 운동을 하거나 스터디 모임, 봉사 활동을 한다. 최근엔 뇌과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친구들과 독서 토론을 하고 관련 포럼도 준비하고 있다. 오후에는 과제나 독서를 한다. 지난 중간고사 이후 권양에게 주어진 과제는 ▲영어 에세이 작성 ▲수학 주제 발표 UCC 제작 ▲수학 연극 준비 ▲생명과학 독서 토론 준비 ▲연구 노트 작성(외부 실험실 방문 및 보고서 쓰기) ▲편지 번역 봉사 등이다.
이 모든 활동을 빠짐없이 완수하려면 플래너가 필수다. “중학교 때보다 훨씬 바빠졌습니다. 공부 외에 여러 활동을 하기 때문에 일정을 세심하게 조절해야 합니다. 플래너 없이는 일정을 다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할 일을 플래너에 일일이 기록하고 수시로 펼쳐 체크합니다. 특히 유용한 건 수행 평가 과제를 할 때예요. 대부분 과목에서 숙제를 제출해야 하는 데다 하루에도 몇 건씩 발표가 있을 정도로 일이 많거든요.”
◇플래너는 수단일 뿐… 최대한 간단하게 써라
권양의 플래너는 단순하다. 할 일과 배당 시간을 쓰는 게 전부다. 계획을 하나하나 수행할 때마다 옆에 달성 여부를 체크한다. 글씨가 단정하지 않을 때도 잦다. “플래너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에요.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스스로 무엇을 했는지 자취를 남기는 게 목적이죠. 그러니 플래너를 화려하게 꾸미느라 과도한 시간을 쏟는 건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그는 플래너 작성 시 예상 소요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편이다. “30분가량 걸리는 작업이라고 해서 30분을 써두지 않아요. 쉬는 시간까지 염두에 두고 여유 있게 배정합니다. 휴식 없는 계획은 실행 가능성이 떨어지더라고요. 계획을 세워 놓고 실천을 못 하면 자신감이 줄고 효율도 떨어집니다. 플래너를 쓰는 의미가 퇴색되죠.” 작성 시간은 대체로 매일 밤 잠들기 전이다. 5분가량 다음 날 일정을 떠올려보고 작성한다.
권양은 “플래너를 쓰면서 장기적인 목표도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성적 상승이라는 눈앞의 목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먼 미래까지 주어진 긴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인 목표도 염두에 두게 됐어요. 지금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향후 무엇을 위한 것인지 늘 생각하죠. 그러고 보니 플래너를 통해 시간 관리법과 시간의 소중함을 다 배우게 된 것 같네요.”
[1등의 플래너] 국제중 전교 1등, 플래너 덕분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