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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청권 대학교 1학년인 김모(19·서울 광진구)군은 지난해 수능 성적에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열심히 공부해 영어 영역에서 2등급을 받았지만, 국어 5등급·수학 6등급 등에 그치는 바람에 수도권 대학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한 해 동안 그의 발목을 잡은 건 다름 아닌 위염이었다. 그는 “1년 내내 위염에 시달리다가 막판에는 급식 대신 죽만 먹을 정도로 고생했다”며 “좀 더 건강했더라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위염은 말 그대로 위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병이다. 의학적으로는 내시경을 활용한 조직 검사에서 염증에 의한 점막 손상을 확인한 경우만을 가리킨다. 병원을 찾았을 때 단순히 의사가 환자 설명을 듣고 관찰해 진단을 내린 경우라면 ‘기능성 위장관 질환’이라 하는 것이 정확하다. 배꼽 위 통증·속쓰림·더부룩함·소화 불량·구역·구토 등이 주요 증상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다. 이 균에 감염돼 손상된 위 점막에 강한 위산(Ph 2)이 닿으면 염증이 생길 수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유아(幼兒)인 자녀가 보균자인 부모의 침이나 접촉 등으로부터 옮는 경우가 흔하며, 한국인의 54.4%(2011년 기준)가 이 균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맵고 짠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위염의 주요 원인이다. 나트륨·캅사이신 등 자극적 성분이 위 점막을 파괴해 염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속이 쓰리다’고 하는 것이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불규칙한 식사 습관도 위염을 일으킬 수 있다. 아침잠을 위해 식사를 포기한다든지 다이어트나 학원 스케줄로 인해 끼니를 거르다가 위장 점막이 손상되는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먹는 것도 좋지 않다. 정신적 혹은 육체적 스트레스도 문제다. 류일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새 학기가 되면 위염으로 추정되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학생들이 많이 늘어난다”며 “새로운 생활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했다.
위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병이 악화할 수 있다. 위염이 심해질 경우 위궤양이나 위암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인은 10만 명당 285명(OECD 평균 270명)이 위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 교수는 “흔히 경고 징후라 부르는 야간 복통·설사·체중 감소·원인 불명의 발열·배꼽에서 먼 부위의 통증·담즙성 노란 구토·성장 지연·사춘기 지연 등의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의사를 찾아 진찰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위염 확진을 받았다면 꾸준히 경과를 살피며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염 환자가 복용할 수 있는 약은 위산 억제제나 제산제다. 그러나 이는 고통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위염은 원인을 제거하지 않을 경우 재발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치료는 생활 습관이나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이다. 류 교수는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특히 지방은 소화 속도가 느리므로 지방이 포함된 음식은 잠자리에 들기 4시간 전부터 먹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틈틈이 운동도 해야 한다. 몸을 움직이면 위장관 혈류에 도움을 줘 소화 운동을 촉진하고 상처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
[금요일|학습력 높이는 건강 플러스] 17 위염